아래글은 충북 클라이밍 연합회 카페에 올리기 위해 쓰여진 글입니다. 충북지역 동호인들에게 설명하는 형식으로 쓰여 있어 다분히 주관적인 관점으로 쓰여졌고 충북 선수들에 대한 내용이있지만 2002년
파워 게임의 이모저모를 간접적으로 느끼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올립니다.
이점 참고 하시고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1월 17일 새벽 5시 솔봉이에 막 도착 했다.
함께 내려 가기로 한 승재형, 동린이, 이식이, 미영이 그리고 나 이렇게 다섯과 가는길에 태우기로 한 대일이형까지 모두 여섯명이다.
2년전쯤 처음으로 등반대회에 나갈 때에는 미영이와 나 단 둘이거나 홍문이 형이 함께
가는 다소 썰렁한 충북 팀이었지만 이번에는 한께 가자고 그다지 꼬시지도 않았는데
한 두 명이 모여 6명이나 되니 든든하기만 하다.
이제는 대회에 나가도 인사하고 서로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사람도 많아져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니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낮선 하루를 보내야 했던 2년전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17일에는 볼더링 경기가 두개가 겹쳤다.
원주 승진이형네 산악회에서 주최하는 만도 대회와 대구 파워게임... 작년에도 두 시합이 겹쳤는데 올 해도 겹치게 되어 결국 두 팀으로 나눴다. 우리 6명은 대구로, 홍문형과 충주 아이들은 문막으로 각각 출전하기로 했다.
지난 주 월요일 충신이와 한잔(새벽 한시), 화요일 연합회 정기모임(새벽 한시), 수요일 강습회 오리엔테이션에서(새벽 3시 30분) 연 3일 적잖은 술을 마시고 토요일 오후
내내 강습회를 진행하고 나니 몸이 더이상 견뎌 내지 못하겠다. 더구나 새벽에 출발
해야만 대구에 8시 30분 까지 닿을 수 있으니 새벽 시간의 난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
이식이 차의 맨 뒷자리를 점령하고 누워 꿀같은 잠을 잤다. 이식이와 대일이형에게는
미안했지만 이 상태에서 운전을 하면 사고한번 칠것 같아 안면몰수 하고 뒤자리에 숨었다. 꿈결에 덜컹거림과 너무 뜨거웠던 스팀의 느낌만 잠시 있을 뿐 대구까지 어떻게
왔는지 모르게 잠을 자고있자니 차 안의 사람들이 이길,저길 이름을 들먹이며 파워 클라이밍을 찾았다.
북대구에서 빠져나와 파워클라이밍 홈에 쓰여진대로 찾아와 해매지 않고 바로 찾을
수 있었다.
고맙게도 아침 식사까지 제공해 줘서 도착 하자마자 갈비탕 한 그릇으로 시장기를 채우니 든든하기만 하다. 한끼 4000원의 갈비탕을 모든 사람들에게 대접하려면 그 돈도
엄청날 터인데...아무래도 주최측 사정이 걱정 되는것이 솔봉이 대회를 치뤄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식사를 한 곳은 암장서 가까운 OK목장이라는 곳이다. 파워클라이밍 홈페이지의 산행기에 자주 등장하는 뒷풀이 단골집이어서 익히 이름은 알고 있었다. 홈페이지에서 난 OK목장이 편한 분위기의 호프집으로 생각 했었는데 막상 와보니 보통 갈비집이었다. 역시 술 좋아하는 난 어쩔수가 없나보다. 뒷풀이란 말에 생각이 그(?) 쪽으로만 향하고 있으니...
식사를 마치고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암장에 들어서니 여기저기서 온 낮익은 얼굴들이
많이 있다.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느라 한바탕 수선을 피우고 바로 선수 등록을 했다.
학생부는 별도로 없고 여자부 남자부로만 구분을 하고 다른 사람의 등반을 볼 수 있는
오픈전으로 치룬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또 달리 생각 하닌 우리같은 중급자들에게는 더 많이 구경하고 잘하는 사람들의 동작에서 배울것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경기가 시작되면서 모든 선수들의 다양한 등반을 지켜보면서 경기를 할 수 있으니 관객으로, 그리고 선수로 모두 즐길 수 있었다. 이거야말로
일석 이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앞에 출전 하는 선수들이 불리하지만 어느 누구도 성을 내거나 이의를 제기 하지
않는다. 이미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모든 클라이머들은 이 대회가 한바탕 어울리고 즐길 수 있는 경기라는것을 알고 있다는 듯 모두 표정이 밝기만 한다.
파워 클라이밀 센터는 솔봉이 만한 공간에 입구 우측으로 110도쯤 되어 보이는 벽과
좌측으로 150도 이상 되어 보이는 신한 오버행이 길게 뻗어 있다. 또 그 안쪽으로 들어서면 한 벽면 전체가 125도 정도 되어보이는 주 연습벽이 길게 만들어져 있고 나머지
벽들은 100도정도 되는 벽과 아귀벽 형태로 130도 정도 되는 벽들로 채워져 있다. 암장의 주요 벽들의 각도가 대체로 세게 지어져있는것을 보니 파워클라이밍 센터에서 좋은 선수들이 나온 이유를 알만 하다. 이런 각에서 연습을 했으니....
다만 초보자들이 적응 하기에 벅차보이는 각이라는것이 아쉬움으로 느껴졌다.
남자부 예선으로 시작된 경기는 40명이 넘는 출전자들 때문에 1과제당 3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지난 회장배 대회에서 괴력을 보이며 4위를 차지 했던 정석현 선수를 시작으로 경기가 시작 되었다. 역시 시원시원하게 잘도 넘어간다.
이어 두번째 선수로 동린이가 출전 하여 괴력의 힘을 보여주며 등반을 하였지만 아깝게 3문제 모두 완등을 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엄청난 손힘과 상체의 힘으로 버티며 진행하는 모습에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등반을 했다. 아직 경험이 많지않아 발을 사용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힘에 의존하고 있는 점만 보완한다면 정말 강력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어 다른 선수들의 경기가 진행 되었고 충북팀의 두번째 선수인 대일이형 차례가 되었다. 금요일 문제 풀이를 하다 다친 손가락 때문에 아침부터 많이 걱정을 했는데 역시 심적인 부담이 컸나보다. 약간 서두르며 등반을 하던 대일이형이 두번이나 손 방향을 잘 못 잡아 추락하고 세번째 완등을 하고 내려 왔다. 두번째 세번째 문제에서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경기가 종료...
암장서 운동할 때 확실 한 우위를 차지 하던 형이 손가락 부상과 긴장을 떨치지 못해
만족할만한 경기를 치루지 못해 우리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 얼마나
어렵길레...형이 힘들어 했을까?? 하는 걱정도 되고...
다음은 승재형이 출전.. 첫번째 문제를 한번에 완등해 버렸다. 부드러운 자세로는 아니었지만 거친 동작으로 힘있게 등반을 하며 완등을 기록 할 때 뒤에서 구경하던 우리는 승재형의 빠른 성장을 확인하고 있었다. 하지만 승재형도 2,3번 문제를 완등하지
못했다.
다음으로 내 차례..
1번 과제는 나무로 깍아 만든 커다란 홀드에서 시작하여 천정을 지나 150도 정도 되는
벽의 모서리에 있는 완등 홀드를 잡는 문제였다. 시작 홀드가 잡기 좋지 않아 경기 시작 전 이렇게도 잡아보고 저렇게도 잡아 보며 궁리 했지만 뾰족한 답을 찾을 수 없었지만 앞서 등반 하는 선수들의 손 모양을 보고 힌트를 얻으니 수월하게 시작 할 수 있었다. 시작과 중간에 손의 방향을 잘 잡아야 하는 곳만 제외하면 평이한 수준이었고
첫번째 시도에 완등할 수 있었다.
2번 문제는 작은 홀드들로 구성된 몇 무브를 진행 한 후 ㄱ자 모양의 벽에 발을 벌려
심한 크로스 동작으로 동그란 홀드를 잡고 이어 밸런스가 깨지는 상태에서 천정의 홀드를 잡고 조금 먼듯한 홀드에 손을 모으는 문제였다. 2번 문제 에서 첫 시도에서 천정
홀드를 잡을때 지나치게 흔들려 떨어지고 두번째 시도 끝에 완등 할 수 있었다.
이어진 마지막 문제는 150도 이상의 경사에서 진행하여 루프를 지나 발로 힐 훅을 하고 머리가 아래 방향으로 향하도록 하는 문제였다.
하지만 부실한 내 힘으로는 벅차기만 하다. 결국 힘이 다 하면서 추락.... 2개 완등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어 이식이가 마지막 선수로 출전 1번문제 완등 했지만 2,3번 문제를 역시 완등하지
못했다.내가 경기중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이식이의 경기 내용을 보지 못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경기 이후 이식이는 훈련을 더해야 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내뱉었다. 아마도 충격을 먹은 듯... 참고로..남자 예선을 마치고 어딘가로 사라진 이식이는 PC방에서 워터크래프트를 하다 단체전 직전에 다시 나타났다.
남자 경기가 끝나고 별도로 주어진 점심 시간이 없이 주최측에서 마련한 식당에서 개별적으로 식사를 하고 돌아와 1시부터 바로 여자부 결승이 치뤄졌다. 15명 내외의 선수들이 출전 하였고 자인이를 시작으로 경기가 진행 되었다.
미영이는 내내 긴장된 표정 이었지만 150도의 센 각에서 출제된 1번 문제를 잘도 풀어가더니 완등을 했다. 완등하고 내려와 한다는 말이 " 나 볼더링 대회서 처음 완등했다"
라며 싱글벙글... 좋긴 좋았나보다.
2번 문제는 런지로 시작되는 문제다 여자부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쿵,쿵" 소리를 내게 만들었던 문제.. 110도 정도 벽에서 ㄱ 자로 꺽인 옆 벽으로 뛰는 문제였는제 벽의
각이 없으니 연실 부딫히는 소리만 들린다. 그래도 거의 모든 여자선수들이 무사히 런지를 넘었고 첫번째 보너스 를 잡았다. 미영이도 잘 뛰어 보너스를 잡고 통나무를 깍아 만든 홀드에서 몸을 끌어올려 위에 있는 두번째 보너스 홀드를 잡다가 발을 효율적으로 사용 하지 못해 추랏하고 말았다. 2번에서는 2명(박은영,김자인)만이 완등했다.
마지막 문제는 언더 홀드를 뜯어 위의 흐르는 홀드를 잡는 것으로 시작되어 오른 쪽으로 원을 그리며 내려오는 문제 였다. 많은 선수들이 첫 번째 보너스를 잡는데 고전을
많이 했지만 미영이는 그래도 첫 시도에 잡고 넘어간다. 그리고 두번째 보너스를 잡기위해 진행하여 거의 근접한 상태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엄청난 발전을 했다는것이 눈에 보였다. 몇가지 단점들만 보완한다면 내년에는 더 좋은 성과를 기대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전은 이렇게 치뤄졌고 남자부 1위는 부산 김장혁 선수, 공동 2위는 광운고 OB의
한정희 와 정석현 선수가 차지 했다. 여자부는 1위 김자인 2위 은영씨 3위는 포항에서
오신 분이다.
마지막으로 치뤄진 단체전은 이식이, 준영, 승재형이 한조가 되어 진행 하였다. 3명이
번갈아 가며 문제를 풀수 있고 주어진 시간안에 누가 더 많은 완등을 해 내는가가 승패의 관건이다. 휴식 없이 바로 경기가 진행되어 진행속도도 빠르고 속도감이 있어 보는 이들을 무척 즐겁게 해 주었다. 모두들 단체전 경기에 대해서 재미 있었다고 이구
동성으로 이야기 했다.
단체전이 3명만 출전 가능 한줄 알고 동린이가 참여하지 못했는데 알고보니 3명 이상
할수 있다고 한다. 그런줄 알았다면 동린이도 할 수 있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시상식을 마치고 간단한 뒷풀이를 하고 7시 대구를 출발 했다.
돌아오는 차에서 취기가 얼근한 이식이는 사람들과 이야기 하느라 웃고 떠들고 정신이 없다. 잔다는 사람을 깨워 말을 시키며 모두들 즐거운 마음에 이번 경기에 대해 이야기 하고 웃고 농담 하면서 잘 달리며 옥천까지 왔다. 하지만 옥천을 지나면서 막히기 시작하더니 청원 IC로 빠져 나올 때까지 거벅이 걸음이다. 결국 청주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 승재형과 동린이를 태워다 주고 돌아가니 12시 30분이 되었다.
새벽 4시30분부터 시작된 긴 하루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파워게임이 열리는 일요일 내내 MBC에서 VJ가 나와 대회 이모저모를 담아 갔다. 대회 내내 등반하는 모습을 담던 VJ가 단체전 경기를 치루기 위해 준비하는 내게 물었다.
"지금 심정이 어떻세요??"
"너무 재미 있습니다"
그 순간 긴장이나 부담, 비장함 보다는 쵸크 가루 날리는 탁한 공기로 가득찬 이 좁은
공간에서 느끼는 이 즐거움과 편안함이 얼마나 좋은가? 라는 생각이 들며 내 뱉은 말이었다.
바로 그 순간 나와 파워 클라이밍 센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등반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지 않았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