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24년에만 이스라엘에 약 9억엔 무기수출 (1) / 12/3(화) / 한겨레 신문
"그런 탄약 한 방? 그런 무기로 내 친척이 죽어간다… 제발 중립을 지켰으면 좋겠다"
"매일 밤 국제 뉴스를 샅샅이 읽어요. (팔레스타인) 친정 근처에 로켓이 떨어진 적도 있었으니까요. 오전 5시가 되면 바로 가족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어떤 때는 답장이 오지만 어떤 때는 읽음 메시지만 나타납니다. 그래도 상관없어요 어쨌든 살아있다는 거니까요. 사실 당장이라도 가족 곁에 가고 싶어요. 하지만 이모는 그런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당신 혼자라도 살아남아야 해요. 우리가 다 죽으면 네가 살아남아서 우리의 이야기를 전해야 하잖아'라고 말합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더 겁이 나고 불안해져요"
나리만 씨는 팔레스타인 요르단 강 서안지구 출신 유학생이다. 한국 배우 박신혜의 팬이다. 한국의 역사에도 관심이 있다. 일제강점기를 겪은 한국이 자국의 팔레스타인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일제 강점기를 겪었지만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한국을 롤모델로 삼고 싶었다"고 말했다. 2023년 8월 한국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뽑혔을 때는 펄쩍 뛸 정도로 기뻤다. 그런데 나리만 씨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가자전쟁이 시작됐다.
■ 한국, 이스라엘에 80억원 넘는 무기 수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출신 유학생 마리얌 씨도 있다. 대학에서 기계자동차공학을 전공했다. 현대자동차 등 제조 대기업이 많은 한국에서 더 공부하고 싶었다. 2021년 9월 한국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한국에 와서 석사 학위까지 받았다. 그런데 전쟁이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가자에 살던 가족은 피난을 가게 되었다. 마리얌 씨는 매일 마음 졸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텐트촌에 있는 가족들에게 매일 연락해요. 무사한 건지, 몸은 안 좋은 건지, 살아 있는 건지. (문자메시지를 보낸 지) 반나절이 지났는데도 답장이 오지 않으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힘들어요"
가자전쟁은 2023년 10월 7일 개전했다. 이후 420일이 넘는 기간 동안 4만 명 이상의 가자 지구 주민이 사망하고 10만 명 이상이 부상했다. 나리만 씨와 마리얌 씨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규탄하지만 이 공격에 한국산 무기가 사용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겨레21 단독 취재 결과 한국이 2024년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한 금액은 최소 80억원(약 8억5천만엔)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탈리아와 캐나다 등이 이스라엘을 규탄하며 무기 수출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한국은 수출이라는 이름의 '분쟁장사'를 놓지 않고 있다.
■ 총포·탄약 등 무기로 쓰였나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2024년 1월부터 8월까지 한국이 이스라엘에 수출한 무기 거래 총액은 총 599만 9942달러(약 8억 9700만엔).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가 최근 비밀리에 입수한 수치다. 2023년에도 한국의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액은 1620만 166달러(약 24억 2100만엔)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를 팔았는지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 주로 보도된 무기총포탄과 이들 부분품과 부속품(관세코드 HS93)이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육전에 쓰이는 화기, 폭약, 총기, 지뢰, 탄약, 총포탄, 칼, 창, 미사일과 그 부품이 망라돼 있다.
이런 무기들의 존재 하나하나가 가자지구의 위기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제 사촌 남편은 빵을 사러 나갔다가 총에 맞아 오른손이 통째로 날아가 버렸어요. 마리얌의 17세 사촌도 총격으로 사망했고요. 단 총 한 자루, 탄약 하나라고요? 그 탄약 한 방에 사람이 죽고 다치고 가정이 통째로 무너져도 말이죠." 나리만 씨가 말했다.(2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