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60806. 연필을 깎다
연필을 깎다
민구식
시 쓴답시고
연필 한 다스를 샀다
뾰족했던 생각들이 무디어져 가고
글이 굵어지기 시작하면서
언어도 무디어졌다
닳고 나면 새롭게 저를 깎아내야 한다
날카롭게 예민해지기 위해
제 살의 절반은 버려져야 한다지만
생각은 길어지지 않고
몽당몽당 잘려 나가기만 한다
연필 키를 줄여 침을 묻혀보지만
무딘 채 길을 내지 못해 한숨 쉬다가
무심코 심지 까만 속을 들여다본다
껍질을 깎아내야 심지가 보이듯이
말을 깎아내야 한다고
예민하게 뾰족하지만 말고
무딘 말이라도 심지 곧게 쓰라고
사각사각 말 건네는 2B 연필
저 지난 주에 이름이 ‘연필’이라는 분을 만났습니다. 문득 오래 전에 쓴 연필이라는 시가 생각났습니다. 깎아내야 속이 보이는 연필은 무디어지게 마련입니다. 무디어지지 않으려고 자꾸 깎기만 하면, 예민하기만 하면 쓸모가 없지요. 써야지요. 무디지만 곧게 바르게 써야 하는 것이 연필의 사명이니까요. ‘연필’이라는 분은 지금쯤 어디서 자신을 깎아내고 계실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몽당연필 만지작거립니다.
첫댓글 시가 갈수록 어렵다는 것은 바로 여기있군요깎고 쓰기를 반복해야겠습니다
첫댓글 시가 갈수록 어렵다는 것은 바로 여기있군요
깎고 쓰기를 반복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