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내 사랑 콰지모도!-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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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이 병은 ‘죽을병’인가?/2
2. 기적!/3
3. 우리가 오누이가 된 사연!/5
4. 오빠의 방황과 갖가지 불행스런 시련들!/7
5. 오빠를 놀라운 변화!/12
6. 나의 대학진학과 청혼!/17
7.오빠의 소망!/18
1.이 병은 ‘죽을병’인가?
모 명문 대학을 졸업하는 그 해 겨울, 오빠와 함께 학교에서 집으로 가던 겨울의 그날 밤은 비가 내린 혹한으로 온통 얼음판이었습니다. 사고가 터진 것은 그때였습니다. 뭔가가 와서 우리를 탁 치는가 싶더니 아주 이상하고 기분 나쁜 소리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를 한번 쭉 훑고 지나갔습니다. 등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지고, 몸이 흔들리더니 마침내 나는 길바닥 위에 털썩 쓰러졌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이 퍼뜩 떠올랐습니다.
‘오빠는 어떻게 된 걸까? 우릴 친 운전자가 뺑소니를 치는 것은 아닐까?’
우리 남매는 뒤에서 오던 승합차에 받혀 나동그라진 것입니다. 사고가 났을 때 나는 직감적으로 혼자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즉각 깨달았습니다. 희미한 느낌으로 나는 잠시 후, 누군가들이 나를 응급차에 태우고 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가고 있다는 것만 깨닫고는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정신이 좀 깨자 여러 검사들과 대화가 오가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나는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나는 주사를 맞고 잠들었습니다.
나는 잠에서 깨어나자 극심한 통증이 찾아오고, 구토를 여러 번했습니다. 견딜 수 없는 심한 무기력감과 현기증도 느껴져 의사에게 말하자 진찰을 받은 후에야 나는 ‘폐결핵 3기’에 걸렸음을 선고받았습니다. 폐에 구멍이 난 엑스레이 사진을 보며 나는 스토렙토 마이신을 복용해야 했는데, 독감이 겹친 한 겨울은 열이 오르고 가래 기침이 심해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습니다.
소식을 접하고 달려온 아빠는 나를 종합병원의 특실로 옮겨 갖은 처방을 받게 했으나, 나는 힘겹게 시름시름 앓았습니다. 나는 그때까지 한번도 생명체가 죽는 경험을 직접 목격한 적이 없었기에 나 자신이 곧 죽을 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몹시 두려움에 빠져
‘나는 죽으면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정말 천국에 갈 수 있을까?’
하며 실존적 두려움에 겁을 떨며 혹시라도 검은 망토를 입은 저승사자가 나를 데려 갈까봐 노심초사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내가 여태껏 믿어왔던 하나님을 떠올렸습니다.
"어쩌면 치유의 하나님께서 나를 살려주실 지도 몰라!"
하는 생각에, 그때 나는 다니던 교회에 연락해 목사님과 장로님 전도사님 등 모두를 불러 모았습니다. 내가 약혼한 ‘건이 오빠’도 달려왔습니다. 나는 그분들 앞에서 간절한 어조로 두 손을 모으며 말했습니다.
"제가 죽을 지도 몰라요! 나는 살고 싶어요! 목사님, 전도사님, 장로님! 저는 하나님만이 저를 살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두 제 병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해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그러자 목사님께서 내 머리에 손을 얹고는 경건한 음성으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옆에서는 여자 전도사가 참을 수 없다는 듯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하며 함께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주치의였던 여자 ‘의사’-그녀는 건이 오빠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는 여자였습니다. -는 동상처럼 계속 팔짱을 끼고서는 우뚝 선 채 기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녀가, 여자의 시기와 질투심에선지 내 곁에 둘러앉아 슬픈 음성으로 기도하고 있는 모두에게 이런 야속한 단언을 했습니다.
"너무 늦었습니다! 일주일을 넘기기 어려울 겁니다! 기도한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신종 결핵으로 항생제도 듣지 않습니다."
나는 공포에 떨면서도 그녀가 너무 미웠는데, 그때 장로님이 먼저 확신에 찬 어조로 나서서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하나님은 살아계십니다! 하나님은 치유의 하나님이십니다!”
장로님은 평소와는 달리 매서운 태도로 ‘교회 성도’이기도 한 그녀를 팩하고 쏘아 본 다음 내 손을 꽉 움켜쥔 채 말했습니다.
"정희야! 우리 함께 하나님께 부탁해보자! 너를 몹쓸 병에서 살려달라고 하나님께 부탁해보자!!”
장로님의 의사를 아무도 말리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건이 오빠가 목사님의 옷자락을 잡고는 속사포처럼 말했습니다.
"목사님. 맞아요! 죽을병도 목사님의 기도로는 구하실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정희를 살려주세요, 목사님!"
오빠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계속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정희가 낫지 않는다면 기도로 죽을병도 낫게 하신다는 목사님은 거짓말쟁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평소 목사님은, 하나님은 모든 병도 낫게 하실 수 있는 분이라 말씀하셨잖아요! 난 목사님이 거짓 주장을 말씀하셨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기름부음 받으신 목사님이 진정과 신령을 다해 절규하며 호소하신다면 하나님께서 정희를 살려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목사님, 하나님께 정희가 낫도록 간곡히 다시금 기도해주십시오!!!”
목사님은 당황한 눈으로 오빠를 바라보았습니다. 목사님은 한마디도 하지 못하셨습니다. 건이 오빠는 교회의 십일조 헌금을 가장 많이 내시는 성도-그는 일류 변호사였습니다. -였고, 건축헌금을 내어 예배당을 지을 땅도 구하여 교회를 건축하는 데에 크나큰 공로자였습니다. 목사님은 오빠의 등살에 못 이겨 내 곁에 무릎을 꿇고는 다시금 두 손을 모아 심각한 어조로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의사’인 그녀는 질투심에 눈이 벌어 사랑을 잃은 채 악마처럼 비아냥거리는 웃음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목사님은 몇 시간을 온통 땀에 젖을 만큼 기도하셨지만 내게는 통증만 더 할 뿐이었습니다.
2. 기적!
목사님의 기도마저 수포로 돌아가자 나는 병실에서 혼자 죽음을 맞이해야 하나하고 생각했습니다. 폐결핵 균과 독감 균의 독이 벌써 내 온 몸을 퍼져 나를 죽음의 문턱으로 데려가는 듯했기에 며칠동안 형언하기 어려운 고통과 공포에 질려 회생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나는 두려움에 떨며
‘왜? 내가 죽어야만 할까? 왜 나인가요, 나는 이렇게 젊은데? 하나님, 왜 이러시나요?’
하며 절망감에 몸서리를 쳤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옆 병실에서 수술을 받은 다음 휠체어를 타고 ‘오빠’가 내 병실을 찾아왔습니다.
“엄마, 괴물 같아! 괴물인 가봐!”
하며 옆 환자의 문병 온 꼬마아이가 ‘오빠’를 보고 소리쳤습니다. 오빠는 예전에 3도 화상을 입은 화상 환자-화상을 입은 얘기는 나중에 하겠습니다. -로, 보통 사람들에겐 흉측해 보일만큼 심하게 얼굴이 일그러진 외모였습니다.
“오빠? 수술했다면서? 이렇게 와도 괜찮아?”
“응, 염려 마!”
“오빠? ‘진정한 믿음의 기도는 병을 낫게 한다!’는 말을 나는 믿고, 내 믿음이 부족하오니 믿음을 더 하사 나의 건강을 되찾게 해달라고 기도를 며칠 간 계속했어! 그런데, 의사는 내가 지금 회복불능의 병에서 죽어가고 있다는 거야! 왜 하나님은 내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 걸까?”
그러자 오빠는 말하기를, 내가 ‘그리스도께서 내 병을 짊어지시고 십자가에 값을 치렀다는 것을 믿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믿는다고 신경질을 부렸으나, 오빠의 내 신앙관이 인본주의적인 허점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조목조목 설명했습니다. 계속해서 듣다보니 나는 결과적으로는 오빠에게 내 신앙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믿지 못하는 현상을 중시하는 가시적인 것을 믿는 신앙임을 설복당하여 인정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 오빠와 함께 기도를 드리자 갑자기 내 양심에서 울려오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나의 딸아! 너는 네 육신에 퍼져가는 죽음은 알면서도 네 영혼에 퍼져가는 죽음의 독은 조금도 깨닫지 못하느냐?’
그러면서 파노라마와 같이 내가 저지른 내 인생의 모든 갖가지 불신앙과 그로 인한 죄악들이 뇌리에 선명하게 스쳐지나갔습니다. 그 죄악들을 나는 너무 슬퍼서 애곡하며, 내 생사를 주관하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뿐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내 모든 그러한 죄들을 대속해 분은 예수님이며 내 병에서 놓임을 받게 해주실 분도 예수님뿐임을 마음 깊이 진정으로 고백하였습니다.
오빠는 옆에서 내 마음 속에 일어나는 모든 것을 아는 듯이 함께 울며 간절히 ‘내 병 낫기’를 기도해주었습니다. 그렇게 기도를 몇 시간이 지난 듯하자,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침상에서 일어나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흥분에 찬 소리로 오빠에게 말했습니다.
"내 딸아! 너는 고침을 받았다! 네 믿음의 기도가 너를 낫게 했단다.”
오빠는 그 음성을 같이 들은 모양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습니다. 얼굴은 화상으로 일그러져 있었지만 밝은 모습이었습니다.
“네 병이 나았어!”
그때 의사인 그녀가 병실로 들어왔습니다. 나는 일어나 병실을 껑충껑충 뛰며 말했습니다.
오빠는 고개를 돌려 ‘의사’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이것 보세요! 내가 나았어요! 의사 선생님은 하나님을 안 믿으니 내 병이 나았다는 것을 인정 못할 거예요.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똑바로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다시 해주세요?”
검사가 이루어진 다음 의사’인 그녀는 입을 멍하니 벌린 채 하나님이 진정 살아계시는가? 하고 깜짝 놀란 모양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나는 마치 회생불능 해 보이는 병을 앓지 않은 사람모양, 육신이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활기에 넘쳐나서 온 병원 층계를 뛰어다니기조차 했습니다.
그런데 내 병이 나았다는 것을 기뻐하며 좋아하는 아빠에게 오빠를 병실로 놀러오라고 말씀드리자 갑자기 얼굴이 되었습니다. 이유를 묻자 오빠는 사고가 난 그날, 수술 도중 사망했다는 것입니다.
“아니에요! 오빠는 아침에 휠체어를 타고 내 병실에 와서 기도를 해준 걸요!”
하자 아빠는
“네가 헛것을 본 모양이로구나!”
하였습니다.
오빠가 죽었다니!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 내게 나타난 아침 무렵의 오빠는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나는 멍한 채 도무지 믿기지 않았습니다. 영안실로 내려가 오빠의 영정 사진을 보고야 나는 믿기지 않는 현실에 눈물을 흘리며 통곡했습니다. 오빠는 나를 살리려 영혼으로 온 거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3. 우리가 오누이가 된 사연
그 12월의 어느 날 밤, 나의 어머니는 어떤 예감에 사로잡혀 깊이 잠들지 못하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밤중에 완전히 잠이 깨어 일어나 앉았습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엄습했는데, 어둠 속에 깊이 잠든 나의 고른 숨소리가 평화스럽게 들려 다시 누웠으나 어머니는 무엇이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불안한 예감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가족들이 깨지 않게 발소리를 죽여 집 밖으로 나왔습니다. 얼어붙은 밤공기가 피부의 감각을 마비시켰고,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고 합니다.
별빛도 없는 밤, 얼어붙은 눈이 하얗게 시야를 밝히고 있었습니다. 온 세상은 죽음과 같이 고요하였고 그것은 어머니에게 이상한 두려움을 주었습니다. 그때 그 고요함을 뚫고 어디선가 희미한 소리가 들려 왔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흠칫 놀라서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집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때 돌연 죽어 가는 새의 마지막울음소리와도 같은 가냘픈 소리가 또다시 들려 왔다고 합니다. 마치 어머니의 발길을 되돌리려는 듯이. 어머니는 어찌할 바를 몰라 잠시 서 있다가 소리의 방향을 가늠하며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어두운 길가 옆으로 갔을 때 뭔가 검은 물체가 눈에 띄었습니다. 얼굴을 눈 속에 묻고 엎드려 있는 남자는 벌써 차갑게 식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 가냘픈 울음소리는 완전히 숨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의 사내 품속에서 울려오는 것이었는데, 경찰에 신고했지만 사내의 신원은 전혀 알 도리가 없었다고 합니다. 다만 얼굴과 몸이 바짝 마른 특징을 지닌 인생 세파에 찌든 모습이 퍽 외롭고 버림받은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질 뿐이었다고 합니다. 아마 그 무렵 지나간 사람들의 몰인정함과 맹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버림받은 것 같았고, 어머니는 그 사내를 곧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그러나 사내는 소생하지 못했다 합니다.
어머니는 그 전에 사내의 품속에서 받아 올린 조그맣고 검정색 사내아이를 안아 올렸는데 차가웠으나 숨을 쉬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상한 감동으로 어머니는 사내아이를 갖고 싶어 기도를 드린 지 7년 만에야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합니다. 눈 위를 미끄러지며 고꾸라질 듯 급히 집으로 달려와 난로에 불을 지피자 집안은 이내 따뜻해졌는데, 어머니는 비로소 아이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합니다. 3살 즈음의 사내아이는 갈색 눈을 크게 뜨고 어머니를 바라보다가 가끔씩 눈을 껌뻑거려
"배가 고픈가보군!"
하며 어머니는 곧 전복죽을 끓여 접시에 넣고 숟가락으로 아이의 입에 한 방울씩 넣어주었다. 얼마 후 아이는 그것을 빨아먹기 시작했고, 몇 차례 그렇게 하는 동안 배가 부른지 피곤한지 곤히 잠이 들었다 합니다. 어머니는 이불로 아이를 포근하게 감싸 주었고, 잠든 아이를 바라보는 동안 가슴은 감동으로 벅차올랐다고 합니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도록 뒤척거리던 불면의 예감, 그것에 의해 눈 속에 던져졌던 가련한 하나님의 피조 된 생명체 하나는 천국으로 나머지 하나는 이곳 아이를 바람에도 불구하고 7년 째 출산 못하는 어머니의 집으로 옮겨진 것이라 극히 단순한 사건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하나님이 만유에 행하시는 사랑과 은혜의 섭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아버님과 의논하여 아이를 양자로 삼기로 했고, 새 이름으로 어떤 이름을 지어 주어야할까 생각하다가 마침내 ‘승대’라고 부르기로 했다 합니다.
"내일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이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 건간 상태를 보고, 이상이 없으면 우리가 소중히 길러야겠어요!"
하며 기쁨에 넘친 어머니의 말에 아버님도 좋아하셨다 합니다. 그리하여 하늘이 보내신 오빠는 나의 오빠가 된 것입니다. 어머님은 신앙생활을 한 이래 줄곧 그리고 있던 꿈-사랑받지 못한 이들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일에의 꿈-에 한 걸음 다가가는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많은 어려움이 따르겠지. 물론 만물에게 향하신 주님의 은혜로운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새근새근 잠든 오빠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는 동안, 어머니는 하나님의 사랑은 모든 생명에게 값없이 주어지는 은총이라는 믿음이 느낌이 강렬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머님은 임신 4개월이란 소식을 뒤늦게야 산부인과 병원에서 소식을 듣고 나를 낳았다고 합니다. 동갑나기인데도 생일이 빠른 오빠가 왜 오빠가 된지 이젠 이해가 가실 겁니다.
4. 오빠의 방황과 갖가지 불행스런 시련들!
우리는 본격적인 사춘기가 접어드는 중학교 1, 2학년을 이어 학교에서 같은 반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오빠의 좋은 품성 때문이 아니라 싸움실력 때문에 오빠의 주변에 모여들곤 했습니다. 왕따를 혼자 감당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오빠에게 다가가면, 오빠는 특별히 뭐라고 말해 줄거리가 없는 듯했지만, 아이들은 오빠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비호 받는 느낌인지 마음 편해했습니다. 반 아이들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모두가 오빠를 의지했기 때문에 오빠는 늘 싸움 속에 휘말리곤 했습니다. 아이들은 오빠의 도움을 간절히 원하면 그들을 외면할 만큼 야박하지도 또한 지혜롭지도 못했습니다.
그 중에 오빠는 ‘오누이’ 사이 이면서도, 누구보다도 명랑하고 사근사근한 성격의 ‘나’와 친했습니다. 오빠는 ‘나’와 너무 친했기에 그 누구도 나를 ‘여자아이’라고 건드리기 어려워했습니다. 말하자면 오빠는 나의 수호신이었습니다. 나는 교회의 찬송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잘 불렀는데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오빠는, 그때만큼은 사물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반항아’가 아니라 천사의 영혼을 가진 소년 같이 보였습니다. 그 노래를 불러 줄때면 오빠의 주위를 맴도는 영혼의 건강함이 늘 곁을 떠나지 않는 듯해서 나는 일부러 불러주곤 할 때도 있었습니다.
오빠가 ‘반항아’가 된 것은 혈액형 검사 때문이었습니다. 아빠와 엄마 모두 AB 형인데, 오빠는 O형으로 나왔고, 나만 AB형으로 나온 까닭에 부모님을 채근해 출생의 비밀을 중학생이 되어 알게 된 충격 탓이었습니다.
오빠는 말수 가 없어지고 혼자 있길 좋아했는데, 왠지 소외 받은 듯한 슬픔에 미칠 것 같은 표정일 때에는 나는 오빠를 노래방 기계가 있는 게임 방을 데리고 가거나, 때로는 비행기가 떠올라 떠다니는 공항의 하늘을 바라보며 절망감을 달래주곤 했습니다. 오빠는 모든 것을 견디고 참는 스타일이었지만, 사실은 의지할 곳 없는 ‘고아 출신’이라는 것이 가장 참기 어려운 슬픔이자 고통인 듯 했습니다.
부모님은 특히 종교에 관해서는 우리의 자유에 맡기고 절대로 간섭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빠는 교회를 다니지 않았습니다. 중학교 3학년 무렵, 아버님의 결핵 3기 판정과 어머니의 애완견 집이 문을 닫아야 할 직면해 있었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많은 아이들 앞에서 수업료 체납자로 불러 세워진 후, 굴욕에 덜어야했습니다.
어머니와 내가 수요예배를 드리고 교회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였습니다. 집 현관 앞에서 오빠와 담임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빠는 손에 붕대를 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빠의 담임선생님은 오빠를 마치 죄인을 다루듯 거칠게 붙잡고 서 있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의 얼굴이 붉은 빛을 띠고 있었기에 심상치 않아 보여 나는 속으로 긴 한숨을 쉬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술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오빠는 반항의 빛으로 두 눈이 사납게 불타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무슨 일이냐고 선생님에게 여쭈자, 선생님은 물을 쏟아 놓듯 단숨에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여태껏 말썽을 부려 왔지만 오늘만은 참을 수 없어서 집으로 데리고 왔어요. 학교에서도 늘 주의 깊게 살피곤 있지만, 말썽만 부리고 아무리 선도해도 조금도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하는 거예요."
"무슨 일을 저질렀습니까?"
어머니는 신중하게 귀를 기울이면서 선생님을 바라보았습니다. 선생님은 흥분으로 몸을 부르르 떨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참는 데도 한도가 있지요. 건방지고 반항하고 학교 공부도 안하며 게으름을 피우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고 이제는 다른 선량한 아이들까지 나쁜 물을 들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신성한 학교에서 담배를 피워대지 뭡니까? 오늘은 선도해보려 했더니 벽에다 제 주먹이 부서지도록 치지 뭡니까?”
선생님은 말을 맺지 못하고 더욱 새빨개진 얼굴을 숙였습니다.
"그리고 또 무얼 했습니까?"
나는, 빳빳이 고개를 쳐들고 있는 ‘오빠’보다 얼굴이 붉어져 비굴하게 선생님께 고개를 연신 숙여가며 비는 듯한 어머님이 더 딱하게 여겨졌습니다.
"밤만 되면 불량학생들이 들끓는 거리를 온통 쏘다니며 돌아다니는 것을 아십니까? 어젯밤에도 집에서 자지 않았지요? 밤새도록 불량스런 학생들과 어울려 다는 모양이에요. 그래서 오늘 제가 학생부실에서 조용히 불러 타이르려 했답니다. 그랬더니 글쎄 느닷없이 ‘뭘 안다고 간섭이에요?’ 하며 제 설교가 참을 수 없다면서 주먹으로 벽을 치지 뭡니까?"
어머니는 말없이 오빠를 바라보았습니다. 오빠가, 이토록 반항적이고 비뚤어진 청소년으로 변해 어머니의 앞에 서있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은 듯했습니다. 오빠는 나이에 비해 성숙해서 키가 컸고, 어깨가 떡하니 벌어져 물씬 남성의 향기를 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얼굴모양은 여전히 선하고 부드러웠습니다.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겁이 없고 모험심이 강했던 오빠를 바로잡아 보려고 애썼지만 결국 모범생은 되지 못한 것을 당신의 불찰이라 여기며 우셨습니다.
어머니는 치밀어 오르는 슬픔을 억누르며 오빠에게 다정하게 물었습니다.
“승대야, 네게 할 말이 있니?"
"없어요. 할 말이 뭐 있겠어요?"
"나는 정말 네가 올바른 학생이 될 것을 바라고 기도를 많이 했단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오다니, 정말 가슴 아프구나. 너는 학교를 다닌다는 것이 행복하지 않으냐?"
"그래요, 행복하지 않아요."
"뭐, 이런 녀석에게는 이유 없는 반항이 전부가 아니겠습니까?"
하며 끼어드는 히스테리 컬한 선생님의 애정 없는 말에는 오빠는 분노의 눈빛으로 담임선생님을 흘겨보았습니다. 그러자 담임선생님은 몇 마디 투정어린 얘기를 쏟아놓고선 인사를 나눈 후 돌아가 버렸습니다. 어머니는 오빠에게
“네가 원하는 게 있다면 뭐라도 말해주려무나?”
"없어요. 아무것도 없어요."
"그렇지는 않을 거야. 넌 어릴 때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잖아! 학교에서 배울 것을 배우고 성인이 되면 네 꿈을 펼칠 수 있지 않겠니?"
그날 이후, 어머니와 나는 오빠를 위해 새벽에 예배당에 가서 기도했습니다.
그러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오빠가 불량학생으로 불리는 패거리들과 공터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가난한 달동네에서 많은 상처를 받아 피해의식에 젖은 방황하는 무리 중에 오빠를 보는 순간 어머니는 이유모를 슬픔에 빠져듦을 느껴 약간 당황하고 슬픈 듯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오빠와 그들에게 다가가서는 오빠와 그들의 찢겨진 듯한 영혼들에 대해 연민과도 같은 강한 아픈 마음이 치밀어 오는 어조로 말했습니다.
“내가 너희들에 대해 아는 것을 한번 말해볼 테니 들어 보려무나!...... 나는 너희들이 음습하고 부정적인 견해에 사로잡혀, ‘나 같은 건 아무렇게나 살다가 죽어도 괜찮아!’ 하며 스스로를 포기한 듯 아무렇게나 말을 내뱉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너희들은 그렇게 정작 말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과 초조감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지 못하고 뭔가 나쁜 짓을 하거나 소동을 피우곤 하는 게 아니냐? 엉뚱한 행동으로 분풀이를 하며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놀라게 하고 싶은 심리겠지, 안 그러냐? 또, 너희들은 나중이야 어떻게 되든지 상관이 없다며 자포자기한 채 이렇게 말하기도 할 테지. ‘내 인생은 어차피 틀렸어. 가난하고 모든 게 불공평해!"
그러자 오빠 무리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그래요! 이놈의 세상이 완전 뒤집어졌으면 좋겠어요. 어차피 내게 이러나저러나 마찬가지니까요. 어른이 되면 생고생밖에 더 하겠어요. 그러니 맘껏 놀 수 있을 때 제멋대로 노는 것도 좋지 않아요?”
“그러나 나는 너희들이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듯 보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다르게 생각하는 걸 안단다. 나 역시 너희들처럼 젊었을 때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나는 너희들이 때론 자신들이 혐오스럽게 느껴 질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너희들은 어른들과 세상에 대한 불만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심리적으로 대단히 불안정하기도 하겠지. 그러나 나는 너희들이, 지나친 피해의식을 가진 채 너희들 자신을 망치는 데에 쓸모없는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여겨진단다. 나는 너희들이 진정으로는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자기에게 좋은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자기에게 밝은 장래가 보장되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와 함께 오빠의 눈에서는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아빠는 사채를 써서 갚지 못한 사채 빚으로 고민하시며 술독에 빠져 지내셨습니다. 항상 비관적이고도 절망적인 한탄만 하시던 아빠가 몹시도 취해 온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 밤 믿기지 않게도 예상치 못했던 화염이 온 집안을 갑자기 에워쌌습니다. 아빠가 취중에 불을 미리 놓으려고 준비했던 것입니다. 불은 집 안 가장 자리로 쭉 돌아가며 휘발유가 뿌려진 흩어놓은 옷가지들에 모조리 돌라붙어 밖에서 보면 선명하게 보일만큼 타올랐습니다. 불은 마치 악마의 혀처럼 날름날름 삽시간에 온 방안을 삽시간에 먹어 버리었습니다. 이 때 화염 속으로 뛰 들어온 사람이 바로 오빠였습니다. 오빠는 먼저 방문을 부수고는 어머니와 아버님을 업어다가 밖으로 옮겼습니다. 그 다음 다시 들어와서 오빠 자신의 얼굴과 몸이 불에 데 이어 쭈그러져드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내 방으로 뛰어 들어와 나를 안았습니다.
휘발유의 시뻘겋게 타는 불길에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며 결국에야 타죽기 직전의 나를 구했습니다. 화염이 너무 번져 나갈 곳이 없자 오빠는 나를 품에 안고는 이층에서 뛰어내렸습니다. 오빠는 엎어진 채 내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는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쓰러졌습니다. 소방차와 119가 출동하고 오빠는 병원차에 실려 가서 병원에서 대 수술을 여러 차례 거듭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의 충동적인 비관적 행위의 희생양으로 ‘얼굴에 화상을 입은 흉한 얼굴 모양을 한 장애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빠는 모든 불행을 자신이 몰고 다닌다며 더 비관에 빠져 술독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습니다. 그러나 오빠는 병원에서 퇴원한 일주일 도 안 되어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자퇴서를 내고 공장직공이 되었습니다.
그 무렵, 오빠는 잠이 덜 깬 눈으로 침구에서 구르듯 빠져나와 황급히 작업복을 갈아입으며 아래층으로 내려가곤 했습니다. 겨울바람에 고개를 움츠리고 몸을 떨면서 공장으로 향한 행렬에 끼어 아직 얼어붙을 것 같은 차가운 아침 바람이 오빠의 일그러진 얼굴을 후려갈기는 것이 제일 마음 아팠습니다.
오빠는 수위실을 지나 공장 안으로 들어가 연마기계가 여러 개 앞에 선 채 공장장이 기계를 작동시켜 기계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울려 퍼지면 모두와 함께 열심히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그 공장에 성인이 아닌 사람은 바로 ‘오빠’뿐이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추운 날씨에 일하기 싫었을 텐데도 오빠는 연마된 것들을 꺼내 들고 사닥다리를 타고 올라가 빈 상자 속으로 넣는 일에 열심이었습니다.
이 작업은 아직 힘이 부친 오빠에겐 대단히 힘든 일이었습니다. 오빠는 아무리 재빨리 몸을 움직여도 언제나 느리다는 잔소리를 들어야 했고, 연마는 꽤 정확한 작업이라 오빠가 연마한 것들은 번번이 퇴짜를 맞는 수모를 겪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몸으로라도 때우려고 사닥다리를 오르내리고 우왕좌왕하다가 상처를 입거나 눈에 이물질이 들어가 충혈 되어 끙끙거리기 일쑤였는데도, 오빠는 하루 종일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공장장에게 쇳덩어리를 날라다 주는 고통을 감내했습니다.
오후가 되면 탐욕적인 사장은 더욱더 재촉이 심했는데, 직공들은 더 많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 오빠를 인정사정없이 혹사시켰습니다. 퇴근 한 시간 전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는데, 오빠는 오직 퇴근을 알리는 공장장의 기계 끄는 소리만이 빨리 들렸으면 하고 기다려졌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드디어 기계가 멈추면 저는 구원이라도 받은 양, 커피를 마신 뒤 입술을 핥으면서 모든 소리가 그친 조용함에 오히려 귀가 먹은 것처럼 그 자리에 잠시 동안 멍하게 선 채 애써 힘들지 않은 표정을 짓곤 했습니다.
오빠는 일터에서 작업을 마치면 날마다 우리는 으슥한 곳에서 혼자 술을 마시며 아픔을 달래었습니다. 그로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화상으로 인한 얼굴의 분위기와 생김새가 더욱 음산해져 갔습니다. 그 당시 오직 오빠에게 즐거움이 있었다면, 싸움꾼 이 소룡 영화를 극장의 ‘개구멍’으로 몰래 들어가 공짜로 영화를 또 보고 또 볼 때인 듯 합니다.
오빠는 이소룡의 영화를 본 뒤로 격투기에 매혹되어 ‘화상 입은 얼굴에 가면을 쓴 격투가’가 되기를 꿈꾸었습니다. 오빠는 이소룡의 영향력을 많이 받아 이소룡처럼 여러 격투기 체육관을 전전했지만, 오빠에겐 샌드백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집안 형편상 그것을 살 돈이 없었습니다. 생각 끝에 나는 낡은 가죽부대를 구해다가 그 속에 모래와 못 쓰는 옷을 가득 채워 넣고 그것을 샌드백 대용으로 사용하도록 선물했는데, 오빠는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오빠는 ‘훌륭한 격투가’로 성공하기 위해서 날마다 산꼭대기까지 뛰어올라가는 장거리 뛰기를 쉬지 않고 이행했습니다. 오빠가 죽을 만큼 호흡이 지쳐 가쁜 숨을 몰아쉬면 나는 물었습니다.
“오빠, 왜 이렇게 힘든 운동을 해야 해?”
“중도에서 그만 두고 싶지 않아!”
오빠를 바라보며 나는 오빠가 내면적으로는
‘화상을 입은 얼굴로 링에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처절한 내면적인 투쟁을 하고 있으리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빠는 뛰면서 혼잣말로 이렇게 말하곤 하는 걸 엿들었기 때문입니다.
"내 스스로 포기하진 않아! 절대로! 나는 사람들 시선을 핑계치 않고 기어이 정상에 오를 거야!! 그래서 계속해서 달린다!!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줄 때까지!!!"
그러던 어느 날 오빠와 나는, 부모님이 새로 일하시는 포장마차에 아빠가 써서 갚지 못한 사채업자와 그가 거닐고 온 건달들이 부모님에게 소란을 피우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아빠는 건달들에게 봉변을 당하고 있었는데, 문신을 한 우람하고 건장한 깡패들이 아빠의 온몸을 때리고 심지어 지나가는 버스에 치어죽으란 식으로 밀어 넣으려 하는 급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시내의 상인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겁에 질린 나머지 아무도 나서질 않은 채 그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
그에게서 어머니를 향해
“불쌍하게 보아 줬더니 돈을 안 갚아? 정말 겁을 상실한 xx들이구만!”
하는 소리를 듣자 나는 그들 앞에 선 채
“야이, 나쁜 놈들아! 너희들이, 인간이냐?”
하고 말해버렸습니다.
일이 이상하게 벌어져 갔습니다. 알고 보니, 건달 중에 장미 문신을 한 하나는 화가 나면 회칼마저 휘두르기까지 한다는 망나니였습니다. 그래서 그걸 아는 사람들이 아무도 함부로 나서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건달이 윗도리에서 웃음을 흘리며 회칼을 나를 향해 꺼내들었고, 갑자기 오빠의 오른 발이 그의 옆구리에 작렬했습니다. 그가 쓰러지자 오빠는 그의 얼굴에 연거푸 주먹을 연발로 날렸습니다. 그러자 다른 건달들이 오빠의 위에 올라타 유도 기술로 조르기를 했습니다.
실신한 듯한 장미 문신이 일어나더니
“이 놈 보게! 괴물같이 얼굴이 일그러졌구먼!! 그래도 다리가 성해서 겁을 모르는 녀석이군!”
하더니 조금도 주저함 없이 오빠의 오른 다리 인대에다 연거푸 칼을 꽂았습니다. 통증을 견딜 수 없을 만큼 심했던 오빠는 비명을 연거푸 질렀습니다. 장미 문신이 오빠의 가슴을 향해 칼을 들이대자 나는 순간 몸을 던져 막았습니다. 나는 오빠를 보호하려고 온갖 발악을 하며 가로막았고, 건달들은 화를 내며 제 멱살을 잡아 셔츠를 찢어지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욕설을 하며 사정없이 때려도 오빠를 어떻게든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온힘을 다해 말렸습니다. 그러자 경찰이 사이렌 소리를 내며 달려왔고, 건달들은 달아났습니다.
나는 아무도 우리의 무서운 일을 당하는 데에 나서지 않은 세상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나 야속해보였습니다. 타인의 불행에 무관심한 그들이 과연 양심은 있는지, 그들의 의식은 <나는 나! 너는 너!>란 식으로 공동체 의식 따윈 찾아볼 수도 없어 보여 너무나 야박한 현실이 절실히 느껴져 눈물과 통곡밖에 안나왔습니다.
오빠는 예전처럼 또다시 구급차로 병원에 호송되었고, 암담하게도 오른 다리 불구가 되어 평생 다리를 절며 살아야하는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오빠는 이소룡처럼 되는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그것은 나보다 오빠에게 너무나 크나큰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오빠는 가족들에게 오히려 양쪽 다리가 없거나 양쪽 팔이 없어도 생각과는 달리 장애인들이 자가용을 운전하고 수영과 일상생활을 잘하며 살고 지낸다며 우리를 위로했습니다. 오빠는 정말 보고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정상인보다 더 훌륭히 일을 처리해 내며 살아서 일반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들겠다고 호언하기조차 했습니다.
"사지가 다 없어도 일생을 잘도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있는데, 왜 내가 이 다친 다리 하나로 벌써부터 좌절하리라 생각하니? 화상으로도 입어도 잘 지냈는데 앞으로도 무제없을 거야!!”
했지만, 오빠의 격투가로서의 꿈을 상실케 한 탓이 남은 가족들에게 있는 것 같아 너무나 몹시 슬퍼 혼자 몰래 울기를 수없이 했습니다. 말로는 그러하지만, 혼자서는 좌절된 꿈에 대해 얼마나 슬퍼하는지 오빠의 그늘진 눈동자만 바라보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하나님께 오빠의 잃어버린 꿈을 대신할 그 무언가를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5. 오빠를 놀라운 변화!
그러던 중, 나는 오빠의 안가겠다는 고집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조 용 기’ 목사님의 부흥회에 어떤 부푼 기대감을 품은 채 오빠의 손목을 잡은 채 막무가내로 끌고 갔습니다. 당시로서는 조 목사님만큼 오빠의 심령을 온전히 사로잡아 오빠의 삶에 크나큰 영향력을 행사하실 설교자는 거의 없을 듯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 마침 목사님은 개회 기도를 마치고 막 설교를 시작하려 하고 있었는데, 머리를 뒤로 젖히고 설교를 시작하는 목사님의 음성은 사랑의 예수님이 친히 우리의 죄와 고난과 병을 짊어지시고 십자가에 대신 값을 치렀다는 것에 대한 ‘사랑의 복음’에 대한 단순한 마음씨를 그대로 나타내는 힘찬 목소리였습니다. 오빠는 나보다 더, ‘조 목사님’의 신념에 찬 말씀에 공감을 느끼고 있는 듯 넋을 놓고 눈빛을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목사님의 사랑의 설교의 의미가 소외된 듯한 오빠에게는 한층 뼈에 사무쳤던 것 같았습니다. 공장에서의 학대와 미움을 받았던 학교선생님으로부터 세상의 야박함으로부터 하나님과 예수님의 사랑의 세계에의 동경에 오빠의 가슴이 한껏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끼는 듯 했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선 채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문득 동네 불량배들이 청중을 향해 살금살금 다가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들의 손에는 술병과 썩은 과일, 고물상에서 주운 듯한 막대기 등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그 불량배들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이봐, 목사! 그 사랑, 우리와 함께 한번 해보자고! 우리도 사랑에 목마르다고! 하하"
여자 성도들은 눈이 커지고 얼굴은 창백해졌습니다. 불량배들은 부흥회를 망쳐놓을 작정이었는데, 저는 순간 목사님의 머리에 썩은 사과가 날아가고 성도들의 머리 위로 술병이 날아다니는 상상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목사님은 아직 아무것도 예상치 못하는지 영혼의 강렬한 열변으로 심취된 채 신념에 찬 말들을 전신을 떨면서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오빠가 불량배들에게 뛰어가서 그 중 하나의 팔을 잡고 신음하듯이
애원을 했습니다.
"안돼요, 이런 짓 하지 마세요! 하나님이 보고 계십니다!!"
"뭐, 하나님?"
술 취한 자가 오빠를 보더니 얼굴 표정이 금세 누그러졌습니다.
"아니, 너! 그때 그 괴물 녀석 아냐?"
그리고 조용한 말로 중얼거렸습니다.
"너 같은 녀석도 교회를 다니니? 이런 예상 밖인 걸......."
그는 잠시 잠자코 있더니 마침내 명령하듯이 사람들에게 호령했습니다.
"야, 여긴 재수 없겠다! 우리 저쪽 성당에 가서 신부님은 술고래! 신부님은 담배골초! 하고 놀려 주러가자."
그 패거리들이 가버리자 나는 감동적인 소리로 오빠에게 물었습니다.
"오빠?......"
오빠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글쎄, 목사님의 말씀은 모두 옳은 것인데, 소란스러운 건 좋지 않잖아!......”
나는 표현할 수 없는 행복함을 느끼면서 ‘조 목사님’이 헌금에 관해 말씀하실 때 만원을 헌금하겠다고 오빠에게 넌지시 말했습니다. 그 날 오빠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사 줄 부푼 기대로 돈을 쓸 요량이라 만원 밖에 못하는 이유를 덧붙여 말했습니다.
그런데 목사님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서로 도우며 사랑이신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데 앞장서 걸어가기 위해 저 마다 사랑의 십자가를 져야 한다는 감동적인 말씀을 하실 때, 오빠는 귓속말로 싼 걸로 먹으면 되니 2만원은 헌금하라며 내게 말했습니다.
그러다 조 목사님이 ‘하나님께서 미래를 책임져 주시니 주님을 온전히 신뢰하라’는 설교를 계속하는 동안, 오빠는 속이 안 좋아 식사하고 싶은 생각이 없으니 3만원은 헌금하는 게 좋지 않겠냐며 말했습니다.
그러다가 조 목사님께서 예수님 사랑에 대하여, 하나님의 사랑을 온 세계에 전파하려는 열정을 갖고 기도하고 전도한다면 치유의 하나님이 누구든지 병이 낫고 만다는 신뢰감을 주는 설교를 마친 뒤, 막상 헌금봉투를 건네받았을 때 오빠는 내가 가지고 있는 지갑을 보며
“우리, 집에 가서 밥 먹자?”
하고는 지갑의 교통비까지 몽땅 털어 헌금하고 말게끔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빠는 전혀 아까운 생각이 들지 않는지 절룩거리면서도 기쁨이 넘쳐 춤을 추듯 집으로 발걸음을 향해 걸었습니다. 오빠의 입엔 경쾌한 찬송이 넘쳐나고 있었는데, 오빠는 예상과는 달리 오빠의 화상 입은 얼굴과 다친 다리 대신에, ‘아빠의 폐결핵이 낫기’를 기도하고 또 낫기를 신뢰한다고 말해 눈물이 핑 돌게 했습니다.
나는 오빠와 함께 ‘아빠의 폐결핵 완치’를 위한 기도를 드리러 매일 새벽예배를 드리고 오던 어느 날, 오빠는 문득 내게 <주님께 자신의 삶을 드리는 서약을 하고 싶다!>고 고백했습니다. 나는 오빠를 분위기 좋은 조용한 레스토랑으로 데려가서 아이스 크림 케익과 카푸치노 커피를 마시며 정말 즐거워했습니다.
나는 기독교 신중하게 생각하여 고른 ‘겨자씨’가 들어있는 십자가 목걸이를 내밀었습니다! 그것은 매일 학교를 도보로 오가며 차비를 모은 돈으로 산 것이었습니다.
"오빠! 이건 예수님이 비유로 말씀하신 ‘작은 겨자씨’가 들어있는 십자가 목걸이야! 오빠도 알다시피, 이 ‘겨자씨’만큼의 믿음만 있어도 그것이 자라서 무성한 나무가 되어 공중의 새들이 깃들일 만큼 커져서 ‘산도 옮길만한 믿음’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긴 걸 오빠도 알거야!! 난, 오빠의 그 하나님과의 약속대로 지금은 작은 겨자씨에 불과하지만 그 작은 믿음을 겨자씨가 자라듯 크게 활용하길 바라서 오빠의 ‘서원’을 기념키 위해 이 선물을 준비했어!!!”
나는 웃음을 띠었지만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오빤, 주님이 믿음주신 소중한 아들이야! 난 지금의 오빠가 너무나 자랑스러워! 이 세상의 아픔은 다 지나가 버릴 거야! 그러니 현재의 아픔을 굳이 필요 이상 아파할 까닭이 없다고 생각해! 아마 하나님은 오빠의 앞으로의 ‘삶에 신비롭고도 놀라운 계획’을 가지고 계실거야!!그것을 오빠도 이젠 믿고 있으리라 생각해!!! 오빠가 하나님께 드린 약속과는 달리 앞으로 그 약속을 도저히 이행하기 힘든 시련과 역경이 많을지도 몰라. 그럴 때, 이 ‘겨자씨’를 보며 오빠가 한 약속을 기억해주었음 좋겠어!!!......"
하고 말하며, 나는 다정하게 목걸이를 오빠의 화상 입은 목에 걸어주었고, 오빠의 눈가엔 진주 같은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면서도 애써 미소를 지으려 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해맑은 어린 아이와도 같았습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오빠의 볼에다 살짝 키스를 했는데, 새롭게 화사해진 오빠의 표정을 바라보며 기쁨을 넘쳐났습니다. 그때 얼마나 오빠를 향한 하나님의 긍휼하심과 사랑에 감사를 드렸는지 모릅니다!......
어느 날 초라한 교회와 그 주변의 좁고 지저분한 거리를 보자 오빠는 뭔가 뜨거운 것이 불현듯 가슴을 치밀어 올라오는 듯 부르르 떠는 것이었습니다. 교회의 한쪽 벽은 금이 가 있었고, 교회 주위에는 악취 풍기는 쓰레기 더미와 키가 큰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있었습니다. 오빠는 처음 보는 것뿐인 가운데서 설명할 수 없는 그 어떤 감정에 젖어드는 듯했습니다. 오빠는 심장과 영혼에 불이 붙은 모양 자기의 임무가 무엇인지 깨달은 사람같이 찬란하게 빛나는 얼굴로 속으로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오빠에게 말했습니다.
"교회 건물이 너무 열악하네!"
"정희야, 하나님께서도 얼마나 이 교회가 당신처럼 아름답기를 바라시는 지 너는 생각되지 않니? 사람들은 이 교회와 주변 모습만을 보고선 벌써부터 비참한 기분이 되어 이곳을 외면하지만, 이곳이야말로 아기 예수님에게는 충분한 삶의 터전이었던 마구간과도 같은 교회가 아니겠니?”
오빠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어떤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모양 격렬한 감정을 느끼는 듯 한동안 굳어진 자세로 서 있었습니다.
“그래! 일찍이 하나님은 이곳을 예비하고 계셨어!!”
오빠는 확고한 무엇인가를 발견한 듯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밤은 순식간에 찾아와 어두운 장막을 온 누리에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오빠와 나는 함께 황폐한 땅 위에 세워진 교회밖에 선 채 어둠 속에서 빛나기 시작한 별들을 우러러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빠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는 혼신의 힘을 다해 기도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 당신의 뜻을 이루소서!!!......”
나는 잠을 자려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무더운 밤공기를 뒤흔드는 가운데서 억지로나마 오빠에게 웃어 보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빠의 광채가 나는 표정을 보자 오히려 기분이 묘해지면서 나의 어리석음에 눈이 뜨여져 오빠의 영혼 속으로 빨려드는 것을 같았습니다.
어쨌든 아침은 이윽고 부옇게 밝아 왔습니다. 새벽에 우리는 일찍 일어나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 바닥에 꿇어앉아 목사님도 없이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알 수 없게도 아주 마음이 상쾌하고 기분도 밝아지고 힘도 솟았습니다.
그 교회의 자질 없는 목사가 뒤늦게 와서 그 불신앙이 깃든 얼굴을 봐도 기분은 흐트러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 목사는 소문에 의하면, 돈 때문에 그리스도교를 믿는 척하는 삯꾼이며 기회주의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어중이떠중이에게 헌금을 받고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아무에게나 세례를 해주고 집사 직분을 주는 목사라고 이웃 교회 사람들이 욕했습니다.
그 목사는 모래 위에 집을 지은 것에 불과한 신앙인이었습니다. 그러니 그 목사가 어떤 명 설교를 표절해서 호소를 해도 교인들은 무반응을 나타냈고, 그만큼 함께 헌신하는 이들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교회 성도 전체가 무신경하고 신앙도 전혀 없는 것 같았습니다. 나의 입장으로서는 그 누군가가 오더라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듯했습니다. 새벽예배를 참석하는 사람은 목사를 포함해 한 사람도 없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오빠는 교회 밖의 길목에서 전도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흉한 오빠의 얼굴과 절룩거리는 모습을 보며 비웃음만 실컷 웃을 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무서운 고독감이 정신을 마비시킬 것 같은 무력감과 함께 더해 자초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빠는 전혀 굴욕을 느끼지 않는 듯했습니다. 나 같으면 마음의 내부에서 들려오는 초라함과 비참함을 비웃는 악마의 소리와 격렬한 싸움을 하였을 텐데도, 오빠는 끄떡도 하지 않는 듯했습니다.
오빠는 거의 필사적으로 기도를 했고, 거룩한 기도의 효험을 전혀 믿어 의심치 않아 보였습니다.
"오, 하나님, 당신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현재에도 신실하신 분이십니다! 죄 많은 저에게 당신의 사랑의 힘으로 사용하여 주옵소서!!"
동네의 이단 종교가 있었는데 그들의 말에 선동되어 오빠가 전도할수록 오빠에 대한 동네 사람들의 적의는 날로 증대될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고약한 사람들의 조소에도 오빠는 익숙한 듯 동네 거리를 걸을 때마다 사람들이 오빠의 뒤를 따르며 욕지거리를 퍼붓거나, 오빠의 전도에 화를 내며 멱살을 잡아도 전혀 평온한 마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은 불량학생들이 느닷없이 돌이 날아와 오빠의 얼굴에 맞아 피가 흘러내렸지만 오빠의 사라에 찬 열의는 한층 불타오를 뿐, 멈춤이 없었습니다. 숱하게 화상 입은 얼굴에 상처로 인해 반창고를 바르며 계속 전도하며 다니자 갑자기 믿기 힘든 결과들이 나타났습니다. 오빠를 못살게 굴던 사람들 더 이상 괴롭히지 않더니, 오히려 스스로들이 예배에 하나둘 씩 참석하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빠는 그러한 전도의 결과에도 놀라워하지 않고, 연말이 다가오고자 어떻게든지 경기불황으로 거리에 굶주리는 노숙자들에게 온통 관심이 갔습니다. 그들에게 나름대로 음식과 필요를 채워주면서 사랑과 슬픔을 나누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닥쳐오자 ‘크리스마스 선물’로 그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조바심이 내며 바빠졌습니다.
오빠는 무모하게도 시장 사람들의 동정을 얻기로 결심하고는 연말의 분위기에 젖어 흥청거리는 술집들을 찾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노숙자들을 위한 기부금’을 바라고 다녔습니다. 오빠의 화상 입은 얼굴과 다리를 절룩이며 다니는 모습을 보며 나는 마음 어딘가가 아려왔습니다. 오빠의 그런 모습을 보고 외면하는 사람, 놀라는 시늉을 하며 마지못해 돈을 주는 사람, 갖가지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나는 왠지 한편으론 가슴 한 편이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오빠가 어느 야단법석같이 시끌벅적한 술집에 들어간 날이었습니다. 갑자기 주정뱅이가 거친 목소리로 오빠를 향해 고함을 쳤습니다.
"시끄럽게 떠드는 녀석이 누구야!! 아니, 문둥이 같이 생긴 녀석이잖아!! 뭐야, 남은 좋은 기분으로 술 마시는데 그런 몰골로 감히 돈을 바라고 다녀!! 이거라도 먹고 꺼져 버려!!!"
이렇게 말하면서 자기가 갖고 있던 술잔을 느닷없이 오빠의 이마에다 내던졌습니다.
"앗!"
하고 몸을 피할 사이도 없이 술잔에 맞은 오빠의 이마가 찢어져 피가 났고, 술잔은 박살이 나서 유리조각이 여기저기 흩어졌습니다. 술집 안의 손님들은 어안이 벙벙해져 오빠가 어떻게 나오는 가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오빠는 손으로 상처를 누르면서 산산이 부서진 술잔의 유리조각을 하나하나 주워서는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미소를 지으며 그 사람에게 정중히 말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컵은 나에게 주시는 선물로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러나 도움이 필요한 가엾은 노숙자인 우리형제자매들에게는 어떤 선물을 주시렵니까?......"
한동안 어리둥절한 침묵 끝에 "와!" 하는 환성과 더불어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돈을 내놓았습니다. 그 주정뱅이는 겸연스럽게 뉘우치며 통째로 지갑을 바구니에 넣으며 다정하게 말했습니다.
“이 돈은 도움이 필요한 노숙자들의 몫이지, 술값에 탕진할 돈은 아닌 것 같군!!”
이후, 교회가 급속히 부흥하자 목사님은 교인들의 투표로 물러났고, 하나님의 능력을 덧입은 듯한 훌륭하신 새 목사님이 목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점차 교회 예배당 장소가 좁은 느낌이 들기까지 할 만큼 교회가 부흥하자 목사님은 결국 교회 건축을 단호히 진행하려 하셨습니다. 목사님과 함께 오빠는 예배당을 지을 땅을 소유한 땅 주인에게 수없이 간청을 했습니다. 그러나 돈을 위해 살아온 땅 주인을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하게 하는 일에 동참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두 분은 뼈저리게 느낄 따름이었습니다.
결국엔 형편과 사정을 받아들이고 교회 건축은 가난한 사람들의 십시일반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자 못내 나서지 않을 수 없던 부유한 사람들까지 참여하여 교회가 건축됐습니다. 깔끔하고 아름다운 교회가 완성되자 세례를 망설이던 사람들도 성도가 되었고, 따라서 예배 참여자도 두 배 정도로 더 늘어났습니다. 그들이 모두 입을 모아
“할렐루야!”
“아멘”
하는 소리와 함께 목청껏 찬양할 때에는 마치 대군중의 합창 같은 노랫소리가 아름다운 건물을 울리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개척교회를 부흥시키는 데에 하나님께 쓰임 받았다는 사실에 오빠는 전혀 우쭐해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교회 부흥은 사람들의 야유어린 시선과 비방에 얽매이지 않고, 온전히 하나님만을 신뢰한 오빠의 인고의 결과로 보였지만 오빠는 항상 낮은 데에 거하는 태도를 잃지 않았습니다.
6. 나의 대학진학과 청혼!
어느 날 내가 대학의 합격 통지서를 받은 그날 밤, 나는 우리 집 현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오빠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명랑하던 내 얼굴은 근심에 싸인 채 울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무렵, 모 명문대를 수석으로 합격해 그 대학 기숙사로 떠나가기 전에 마지막 인사를 오빠에게 하여야 했기 때문입니다.
오빠는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동안 내 슬픔의 원인이 오빠와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이라는 이유를 알아내고 말했습니다. 오빠는 갑자기 농담이 하고 싶어졌을까요.
"정희야, 나는 네가 이렇게 숙녀가 된 네가 자랑스러워! 울보가 된 정희는 난 싫어!...... 이 정도의 잠시 떨어져 지내는 것도 못 참고 해맑은 웃음을 잃는 너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니?"
나는 눈물을 닦으며 오빠 품에 안겨 속삭였습니다.
"오빠, 나는 오빠와 부모님을 잠시라도 떨어져 헤어져 지낸다는 게 너무나 슬퍼!”
오빠는 나를 안아 일으켜 세우며 자신의 목에 걸린 ‘겨자씨’가 든 십자가 목걸이를 다시금 내게 보여주며 우리는 하나님을 신뢰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튿날 이윽고 내 짐을 실은 차가 떠나려하자 나는 오빠에게 손짓으로 황급히 불렀습니다. 나는 나무상자에서 ‘일기장’을 꺼냈습니다. 거기에는
<오빠! 오빠의 하나님을 향한 것들을 또는 그 내면의 어떠한 것들을 이 일기장에 적어봐!>란 글이 적혀 있었는데, 오빠는 감동해 마지않았습니다.
"이런 하찮은 선물이 마음에 들어?"
"대단히 근사한걸! 이처럼 예쁘고 소중한 선물은 아직껏 받아 본적이 없는 것 같구나!"
오빠는 그것을 외투 안주머니 속에 넣었습니다.
그러나 오빠가 매일 편지를 해준다면 나는 그 편지를 기다리며 웃을 수 있을 것 같아!"
오빠는 나의 얼굴에 나타난 밝아진 표정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함께 지내게 될 때까지 언제나 나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고, 나는 또 펑펑 울기 시작했습니다. 오빠는 나를 달래고 안심시키려 애를 먹었습니다. 이윽고 나는 차를 타고 언덕을 내려갔습니다. 내가 뒤돌아보자 슬픔과 애정을 듬뿍 담은 오빠의 눈길은 언제까지나 내 뒷모습을 좇고 있었습니다. 내 눈시울은 다시금 불거지고 있었습니다.
오빠에게 나는 매번 편지를 했고, 기숙사의 편지함에 오빠의 답장이 꽂혀있을 때 나는 매번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오빠의 답장 중 하나를 여기에 소개하겠습니다.
<정희야, 네가 대학교 1학년 가을 무렵에야 드디어 비로써 네게도 그런 멋진 한 남자를 만났다니 축하할 일이구나! 그 남자가 너와 같은 대학의 준수한 외모에 박학다식한 멋쟁이라고 하니 한번 보고 싶을 지경이란다. 그 사내가 명철하고 온화하여 금방 호감이 가는 남자이며, 그가 너를 처음 보는 순간 완전히 반해버려서 데이트를 신청했다고 하니 퍽 용감한 남자임에 틀림없을 거란 느낌이란다.
그러나 이미 기독교 신앙인인 ‘너’와 무신론자인 ‘그’와의 윤리적 표준이 너무 다르다고 하니 약간은 염려가 되는구나. 네가 그저 "친구로서"의 데이트는 허락했지만, 그가 적극적으로 성적인 면으로 접근해올 때마다 기독교 여대생으로서의 표준을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은 퍽 다행스럽게 여겨지는구나. 그러나 네가 많이 기도하고 생각한 끝에 그에게 기독교도와만 결혼하기로 작정했으므로 더 이상 만나 줄 수도 없다고 설명하고선 ‘이별 통보’를 했다고 하니 그가 퍽 당황하고 어리둥절했을 것 같구나. 내심 그런 네게 그는 오히려 화가 나기는커녕 흥미가 유발됐다고 하니 웃음을 금할 수 없구나. 또한 그에게 기독교 성도인 남자와만 결혼하겠다는 결심을 바꾸지 않겠다고 고백했다고 하니 네가 대견스럽구나.
그런 네게 그가 사랑에 빠지기 시작했고, 그는 자신이 원했던 신붓감이 ‘너’임을 확신한다고 하니 정말 흥미로움을 금할 수 없구나.
그가 고백하기를, 그가 만난 여자들 중 그 누구도 너와 같이 기독교적 순결을 위한 일편단심을 나타낸 적이 없었고, 그가 기독교도가 아니라서 헤어지자고 한 적도 없었다고 하며, 그리스도를 위한 너의 확고한 신앙과 삶에 충격을 받은 동시에 강한 호기심이 발동했다고 하니 놀랍기까지 하구나. 그가 그러한 동기로 매주 교회를 다니기를 시작했고, 그로인해 그를 아는 많은 무신론자인 친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고 하니 미소를 금할 수 없구나. 그는 다른 여자에게는 없고 너에게만 있는 알 수 없는 신비함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교회의 학습도 받아보고 여러 성경 공부 프로그램에도 참석해보며, 하나님께 헌신하는 문제에 쉴 새 없이 영적 갈등을 겪게 되다가 결국 어느 날 밤 오랫동안 밤하늘의 별들을 쳐다보다가 모든 것이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니, 감동까지 되는구나! 그는 이 세상이 그저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이 만드신 세계임을 확신하게 되어 곧바로 자기의 삶과 영혼을 하나님께 드리기로 하여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영접했다’고 하니 찬송할 일이구나!! 그가 그러한 불타는 구원의 환희를 맛본 감정을 토로하기 위해 너의 기숙사 앞으로 달려가
"나도 그리스도를 믿게 되었어! 나도 너처럼 예수쟁이야!”
하고 외쳤다고 할 때 나는 감동을 받았단다. 그리하여 두 예수쟁이- 아니 두 그리스도인은 함께 가정을 이루기로 약속하였다니 축하할 일로구나!! 하나님께 영광이로구나!! 그리고 너의 작은 승리와 하나님의 주신 선물에 “할렐루야!!”를 외치지 않을 수가 없구나!!!......>
7. 오빠의 소망!
이것이 오빠에 대한 내가 아는 오빠의 삶의 일부들입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오빠의 방을 치우다가 오빠에게 선물했던 ‘오빠의 일기장’을 발견했습니다. 거기엔 이런 글들이 씌어 있었습니다.
x월x일
(...... 주님, 사랑이란 것은 어떤 것입니까? 창세기에서 저는, 아담이 혼자인 것을 하나님이 보시고 그 해결책으로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창 2 : 18)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남성에게 돕는 배필 즉, 남성 곁에서 필요한 것이나 부족한 것을 공급하며 뒷받침하여, 그 삶이 완수할 수 없는 것을 완수하게 하는 또 하나의 걸작으로 여성을 창조하신 게 아닙니까!! 하나님께서 아담은 "땅의 흙"으로 지으신 반면, 하와는 아담의 갈비뼈로 지으셨습니다!! 하와를 다른 방법으로 지으신 것은 하나님의 특별히 남성을 위한 선물임을 나타내시는 것이 아닐까요....... 하나님은 남자인 아담에게 분명히 그의 창조물을 위해 매우 특별한 존재 즉 하와라는 여성을 주셨습니다! 그러시면서 "남자가 혼자 있는 것이 좋지 못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저의 ‘하와’는 누굴까요?.......)
x월x일
(......주님, 저는 정희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립니다. 제 모든 피곤함을 잊게 하는 기도드리는 정희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은 알 수없이 답답해져 오고, 제 몸은 어떤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점차 그것이 제 영혼을 더욱더 점령해 옮을 느낍니다....... 주님! 저는 몹시도 주제 넘는 어떤 망상에 사로잡히려 하는 것 같습니다!!...... 주님, 여자자매들은 대개 안정과 행복을 원합니다. 그러니 제게 관심 불가능한 일을 구하는 일에 대해서 기도하게 마옵소서!!...... 그것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은 영적인 자만입니다!!!....... 주여, 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여 주옵소서....... )
x월x일
(.......정희가 방학이 되자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 날 밤, 우리의 대화는 즐거웠으나 나중의 그것은 나에게 고통을 선사했다. 정희가 내게
"오빠, 피곤해 보이는데 내가 안마를 좀 해줄까? 내 안마솜씨가 보통이 아니걸랑!"
말하며 안마를 시작했고, 나는
"아니, 됐어. 고마워, 간지러워!"
말했다.
그러나 정희는
"사양하지 마. 오누이끼리 왜 그래? 오빠는 내 오빠고 난 여동생이니깐, 내가 안마를 해줘도 이상할 게 없잖아?"
했지만, 안마가 계속될수록 내 몸속에서 뭔가 달아오름을 느껴 나는 몹시 당황했었다.
그날 밤 이후로 나는 내 인생에 중대한 암초가 나타난 듯했다. 밤이건 낮이건 나를 따라 다니는 정희의 시선이 느껴질 때마다 나는 불안에 떨곤 했었다. 나는 정희와 단둘이 집에 있을 때마다 정희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 그녀를 피해 다니곤 했었다. 그러나 내 방에 내가 혼자 있게 되는 날 이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이름모를 갈등 속에 빠지곤 했다.
나는 장시간 기도를 해도 악마가 주는 ‘정희에 대한 몹쓸 성적환상’에 사로잡히곤 했었다. 나는 그러한 내 부정한 모습에 나는 견딜 수 없어했다. 그것은 나를 크나큰 낙담 속에 빠져들게 했다.......나는 지옥으로 가고 있는 가련한 죄 많은 영혼이다! 정희의 모습만 아른거린다!! ‘하나님, 제 어두운 마음을 밝히소서!’ 하고 기도를 해도 정희에 대한 생각을 도저히 밀쳐낼 수가 없다....... 왜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어 흐르기까지 기도를 하셨는지 조금이나마 내가 깨달을 수 있다면 이러한 견디기 힘든 내 더러운 영혼의 모습에서 해방될 수 있으련만!......주님! 어떤 상황도, 어떤 유혹도, 당신의 길을 따라 걸어가는 제 미천한 걸음을 넘어뜨리지 말게 하여 주소서!! 그 길을 방해하는 그 어떠한 것에도 저를 반항하게 하시고 당신의 뜻만을 이루소서!...... 선하신 하나님만을 신뢰하게 하소서!!!.......)
x월x일
(......주님! 저는 오늘도 정희와 그녀가 이루게 될 가정을 위해기도를 드립니다. 두 사람의 결혼생활에 악천후가 있을지라도 구름 위에 태양이 있듯이 두 사람의 삶에 축복과 은혜의 하나님이 항상 계심을 저는 믿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당신께 기도를 드릴 수가 있습니다.......)
오빠의 일기를 읽으며 나는 눈물을 흘러내림을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빠가 나를 여성으로 사랑하였다는 것!...... 아, 차마 내가 오빠의 그 숭고한 사랑을 받을 가치조차 있었을까요?......
병원에서 퇴원해 ‘건이’오빠와 함께 집으로 향하던 중에 애완견 집에 들렀습니다. 주인은 애완견을 사러 들어온 줄로 알고 나에게 조그만 강아지들을 보여 주었습니다. 나는 강아지들을 이리저리 살피고 난 뒤, 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강아지는 시름시름 앓고 있군요.”
“이 강아지는 병이 들었습니다. 저기요, 다른 강아지를 택하시죠. 이 강아지는 죽을 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나는 연민에 가득 찬 눈으로 그 강아지를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제가 이 강아지를 사고 싶어요? 병든 이 강아지에게야말로 건강한 다른 어떤 강아지들보다 많은 사랑과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힘들고 아플 때 하나님의 수호천사와 같은 그 누군가에게 한량없는 수많은 도움과 사랑을 받았거든요!...... 그리고 병에 걸린다는 것은 조그만 이 강아지에겐 보통 힘 드는 일이 아닐 거예요!!!......”
나의 이 말을 듣고는 주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강아지를 가져가세요. 아가씨가 이 강아지를 잘 보살펴 줄 주인임이 확실합니다. 자, 돈은 필요 없으니 그냥 가져가십시오."
나는 강아지를 받아들고는 온몸을 쓰다듬으며 한없이 기뻐했습니다. 나에겐 병든 그 강아지야말로 하얀 날개를 숨긴 채 내 곁에 있는 하나님 착한 수호천사인 ‘오빠’와도 같이 보였습니다! ‘건이’ 오빠는 내게 벌써부터 강아지의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까하고 물었습니다.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콰지모도!......”
하고 말했습니다.
그 이름은 지상의 사람들이 나의 오빠를 부르던 별명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 ‘콰지모도’란 이름을 갖게 된 강아지를 부여안고선, 눈물을 흘리며 오빠의 일기장에 씌어진 이런 말들을 떠올렸습니다.
<......이 세상 모든 아름답고 값진 것은 그때에는 모두 곧바로 없어져버리고 만다!...... 그것은 지상에 속한 사람들의 것이다!....... 이 땅에 것은 모두 죽음만이 깃들어 있다!...... 하지만 하늘의 하나님의 집은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즐거움과 기쁨으로 충만한 곳이다!...... 나는 그런 사실을 믿으며 또 모든 사람들이 내가 믿는 그러한 것을 믿기를 소망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