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IC를 빠져나와 형산강 줄기를 따라 굽이굽이 골목길을 넘어가면 ‘수리뫼’라고 쓰인 나무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10월에도 푸른빛을 머금고 있는 울창한 나무숲과 햇빛을 받아 눈부신 장독대 마당이 운치를 더하는 이곳은 무형문화재 38호 궁중음식 기능이수자인 박미숙 대표의 27년 묵은 손맛을 맛볼 수 있는 한정식 식당이자 전통음식을 배울 수 있는 교육원이 있고, 경주 기념물인 용산서원이 나란히 이어져 있는 이른바 복합문화공간이다. 박미숙 대표는 특히 한정식 요리를 정갈하게 차려내는 데 뛰어난 한식계의 거장. 국내외 방문객을 위한 체험프로그램 및 전통음식 후배 양성을 위한 교육도 도맡고 있는데, 최근 중국 상하이 엑스포에서 우리 전통음식을 선보이는 행사를 총괄하기도 했고, 싱가포르 축제 때도 초청을 받아 우리 전통음식에 대해 특강을 하는 등 한국음식 세계화에 일조하고 있다. 경주뿐 아니라 전국에서 그녀를 추종하는 마니아 층도 꽤 두텁다. 이 정도 유명세라면 아랫사람을 두고 편하게 일할 만도 한데 그녀는 여전히 손수 장을 담그고 재료를 구하러 다니는 등 직접 실무를 담당한다. 그 탓에 작년에는 무릎 관절 수술을 받기도 했지만 모든 것을 바칠 만큼 좋아하는 전통 음식 요리로 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욕심은 그녀를 온종일 주방으로 마당으로 그녀를 이끈다. 그래서일까?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과 따뜻함이 그대로 묻어 있어 한 번 찾은 손님은 그대로 ‘단골’이 된다. 그녀의 요리철학은 두 가지다. 첫째, 제철에 우리 땅에서 나는 토속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확고한 고집. 둘째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지식할 정도로 한식의 전통 과정을 중시한다는 원칙이다. 그래서 박 대표의 전채요리에는 그 흔한 허브나 양상추가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봄에는 죽순을, 여름에는 부추 등을 사용한다. 또 양념 역시 된장에 설탕과 소금을 넣거나 다양한 과일을 갈아 만드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재료 본연의 맛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한식의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손수 만든 양념은 재료의 맛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조리법으로 결코 주객전도로 양념이 재료 맛의 자리를 넘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러기를 27여 년, 그녀는 직접 담근 고추장, 된장, 효소만으로 기가 막힌 맛을 완성해낸다. 식초, 설탕, 꿀로 만든 홍시 소스를 뿌려낸 죽순채는 사시사철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고 한약재를 넣은 연저육찜은 입 안의 호사가 따로 없다. 그런 그녀가 차려낸 음식의 맛은 무엇보다 깊고, 오랫동안 혀끝을 감동시키는, 천년고도의 경주와도 닮아 있다.
흑임자죽
“필수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있는 흑임자는 식전에 위를 가볍게 달래주는 요리입니다. 주 요리를 먹기 전이므로 포만감이 들지 않도록 묽게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재료 물 4컵, 흑임자·쌀 1컵씩,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쌀은 깨끗이 씻어 물에 담가 하룻밤 정도 불린다. 2 흑임자는 깨끗이 씻어 체에 밭쳐 물기를 뺀 후 쌀과 함께 믹서에 곱게 간다. 3 냄비에 곱게 간 쌀과 흑임자, 물을 넣고 센 불에 한소끔 끓인 후 불을 줄여 나무주걱으로 저으면서 뭉근히 끓인다. 4 고소한 맛이 나면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식성에 따라 설탕을 넣어 먹어도 맛있다.
tip 흑임자죽을 끓일 때는 쌀과 흑임자를 곱게 갈아 체에 내려 끓여야 고소하고 부드러워 맛있다.
구절판
“전통음식의 기본인 오미와 오색의 조화로 구미가 당기는 구절판은 골라 먹는 재미도 있죠. 궁중음식에 표고버섯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지방분해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재료 쇠고기(우둔살) 100g, 표고버섯 5개, 오이·달걀 2개씩, 당근 1개, 소금·조림장 적당량씩, 새싹채소 약간 | 밀전병 반죽 | 밀가루 1컵, 물 1 ¼컵, 소금 ½작은술, 연지(식용 색소) 약간
만드는 법 1 표고버섯은 물에 불려 기둥을 떼어내고 얇게 저민 다음 곱게 채 썬다. 오이 껍질은 돌려가면서 얇게 벗겨서 가늘게 채 썰고 소금에 절여 물기를 짠다. 2 달걀은 노른자, 흰자로 나누어 소금을 약간 넣어 잘 풀어서 지단을 얇게 부쳐 4cm 길이로 가늘게 채 썬다. 당근은 4cm 길이로 가늘게 채 썬다. 3 쇠고기살은 결을 따라 손으로 찢어 조림장에 고루 무친 다음 프라이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볶아낸다. 4 밀가루에 소금과 물을 조금씩 넣어 묽게 풀어 채에 거른 후 연지 색소를 섞어 밀전병 반죽을 만든다. 5 달궈진 팬에 기름을 조금 두르고 밀가루 반죽을 한 큰 술 떠서 밀전병을 얇게 부친다. 6 밀전병을 가운데 담고 손질한 재료를 둘러 담아 보기 좋게 낸다.
tip 구절판에 밀전병을 담을 때 서로 붙지 않게 새싹채소를 조금씩 올린다.
죽순채
“MBC드라마 <대장금>에 등장해 더욱 유명해진 죽순채는 설탕이 아닌 홍시로 단맛을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죽순은 당질과 단백질이 풍부해 장 건강에 좋습니다.”
재료 죽순·미나리·숙주 100g씩, 쇠고기 25g, 표고버섯 2개, 달걀·대추 1개씩, 배 ½개, 참기름 ½작은술, 간장·설탕·소금 약간씩 | 홍시 소스 | 홍시 3개, 식초·소금 약간씩
만드는 법 1 죽순은 껍질을 벗겨내고 깨끗이 씻은 후 반을 갈라 빗살모양으로 납작하게 썬다. 2 미나리는 잎을 떼어 다듬은 뒤 4cm 길이로 썰고 숙주는 머리와 꼬리를 다듬어 소금을 약간 넣은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달걀은 황백으로 나눠 지단을 부쳐 얇게 썬다. 3 쇠고기와 기둥을 떼어낸 표고버섯은 얇게 채 썬 후 참기름, 간장과 설탕을 넣고 고루 섞어 달궈진 팬에 볶는다. 4 분량의 홍시 소스 재료를 믹서에 갈아 소스를 만든 후 손질한 채소와 함께 곁들여 낸다. 이때 대추를 얇게 채 썰어 고명으로 올린다.
tip 취향에 따라 홍시 대신 사과나 복숭아, 귤 등의 과일을 갈아 소스로 활용해도 좋다.
연저육찜
“야들야들한 삼겹살은 콜라겐이 많아 쫄깃하고 담백합니다. 거기에 영양가 높고 고소한 된장, 구기자, 당귀, 인삼 등의 재료로 밑간을 하면 기름기도 잡아주어 더욱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재료 돼지고기(삼겹살) 600g, 은행 10알, 마늘 6톨, 표고버섯 5개, 인삼 1개, 두부 ¼모, 참기름 1큰술, 조림장 적당량 | 밑간 양념 | 물 3컵, 된장 1큰술, 구기자·감초·통계피·당귀· 인삼 적당량씩
만드는 법 1 삼겹살은 덩어리로 준비해 흐르는 물에 씻은 후 냄비에 물을 붓고 분량의 밑간 양념을 모두 넣어 끓인다. 2 삶은 고기는 조림장에 20~30분 정도 숙성시켜 참기름을 두른 팬에 지진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3 껍질을 벗긴 은행과 인삼은 깨끗이 씻고 두부는 2x2cm 크기로 썬다. 마늘은 반으로 가르고 표고버섯은 기둥을 떼어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4 달군 팬에 준비한 고기와 갖은 재료를 담고 조림장을 끼얹은 뒤 간이 고루 밸 수 있도록 약불에서 자작하게 조린다.
tip 삶은 고기를 팬에 지지면 육질의 씹히는 식감은 물론 고소한 맛도 좀 더 살아난다.
대하찜
“전통음식의 기본은 재료 본연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먹기 편하게 만들어야 해요. 대하는 먹는 사람이 손을 쓰지 않도록 껍질을 까서 요리해야 합니다.”
재료 쇠고기(사태) 70g, 대하 4마리, 죽순 1개, 배·오이 ½개씩, 참기름 적당량, 잣가루·소금·흰 후춧가루 약간씩
만드는 법 1 대하는 껍질을 벗겨 내장을 빼고 소금으로 밑간한 후 냄비에 다진 잣과 참기름 1작은술을 넣고 10분 정도 찐다. 2 대하는 건져 어슷하게 썰고 국물은 잣가루(다진 잣)과 참기름을 섞어 소스로 만든다. 3 쇠고기 사태 부위는 흰 후춧가루와 소금으로 밑간을 하고 죽순과 오이, 배는 먹기 좋은 크기로 얇게 썬다. 4 냄비에 대하와 ③을 담고 소스를 고루 섞은 후 10분 정도 쪄서 낸다.
tip 대하에서 나오는 국물을 이용해 만든 소스는 부드럽고 고소하며 대하 본연의 맛을 살려준다. |
첫댓글 한정식,기본이 많으니 둘이서는 다 못먹습니다..ㅎㅎ..
박원장님께 이번 수업받는데 아주 좋습니다.내일도 공부하러 갑니다.ㅎㅎ高不操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