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가 상좌 혜국에게(4)
그런 스승의 극진한 배려 앞에 혜국은 다시 용맹정진을 다짐하며 깨달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그 스승이 입적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혜국은 일타의 세연(世緣)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몇 해 전부터 연지공양을 한 오른손 끝에서 생사리(生舍利)가 나오기 시작한 것을 비롯해, 특히 얼마 전 당신의 목걸이와 함께 건네준 편지 때문이었다.
진실한 말로 내 그대들에게 전별을 고하노라.
파도가 심하면 달이 나타나기 어렵고
방이 그윽하면 등불이 더욱 빛나도다.
그대들에게 마음 닦기를 간절히 권하노니
감로장을 기울어지게 하지 말지니라.
혜국과 몇몇 상좌들에 둘러싸인 은사 일타는 “미국에서 태어나 학업을 마치고 한국으로 와서 출가하리라. 그래서 부처님과 같은 대도(大道)를 이루어 일체중생을 제도하리라”는 말을 남기고 고요함에 들었다.
낡은 옷과 그 옷만큼이나 주름진 육신 그리고 열두마디 손가락이 불살라진 뭉뚝한 오른손. 혜국은 ‘성 안 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라고 늘 강조했던 스승, 그는 사바세계의 청초롱한 연꽃이었고 삶 자체가 법공양이었다고 생각했다.
혜국은 먼 훗날 스승 일타가 제자의 모습으로 다시 올 것을 믿는다. 그 때에는 자신이 눈 밝은 스승이 되어 제자에게 바른 길을 일러주리라. 자신의 스승 일타가 그러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