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고기를 별로 좋아하는데, 특별하게 좋아하는 것이 민어다.
민어는 조기 보다 더 맛있는 것 같다.
목포에 가서 먹어 본 민어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회를 말해보라면 나는 주저 없이 민어회를 꼽는다.
가장 맛있는 매운탕은? 역시 민어탕이다. 민어는 여름에 특히 많이 잡힌다. 가격이 만만찮은 게 흠이지만, 그 맛을 보고 후회하며 입을 삐죽거릴 일은 없다. 요즘 같은 복더위에 보양식으로 보신탕이나 삼계탕만 떠올린다면 내가 보기에 촌스럽다. 예부터 우리나라 서남해안 사람들은 민어로 복달임을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을 때면 한없이 부럽고 샘나는 게 사실.
민어는 버릴 게 없는 생선이다.
민어회는 활어보다 적당하게 숙성 과정을 거친 놈이 맛이 좋다. 뱃살은 따로 껍질째 얇게 썰어 먹는 게 좋고, 아가미는 뼈째 총총 다져 기름소금에 찍어 먹어야 하고, 껍질은 끓는 물에 데쳐 먹어야 한다.
쫀득쫀득한 부레는 소금에 찍어 먹어야 좋다. 다른 생선에 비해 민어는 부레가 발달했는데, 구워 먹기도 하고 젓갈을 담그기도 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이 부레로 아교를 만든다는 기록도 있다. 민어탕에는 부레, 간, 콩팥과 같은 내장이 들어가야 일급이다.
유달산이 바라보이는 전남 목포시 만호동에는 ‘민어의 거리’가 있다. 이 글을 쓰고 있자니 영란횟집이나 중앙민어횟집으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고추냉이 간장이나 초고추장이 아닌 독특한 간장 소스를 그 골목에서는 맛볼 수 있다. 목하 민어철이다.
민어는 더울 때 먹으면 좋은데, 요즘 민어 생각이 많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