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는 어떤 방을 생각하곤 한다. 책을 읽기에 충분히 푹신푹신한 침대가 놓여있고, 커다란 서가들이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곳이다. 조금더 자세히 들어가보자. 그 서가 안에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잔뜩 꽂혀 있다. 또 질좋은 나무로 만들어진 넓직한 책상이 있다. 적절한 밝기를 갖춘 스탠드 옆에는 메모지와 공책, 샤프 외의 간단한 필기구가 놓여있다. 책상 한 켠에는 한달에 한번씩 오는 따끈따끈하고 재미있는 신간 책 몇 권이 있다. 책상 중앙에는 내가 읽고 있는 책과, 얼음이 동동 뜬 냉커피(겨울에는 따뜻하고 달콤한 코코아)가 있다. 그것이, 내 방이라면.
이런 상상은 왠지모르게 기분을 흡족하게 하고 독서에 대한 허영심(어쩌면 그냥 허풍일랑가)을 가득 채운다. 책을 읽다가 그런 생각을 하다가는 멍하니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나를 보기 일쑤다. 발터 뫼르스의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읽고자 했던 것도, 내게는 늘 부족한 독서에 대한 허영심을 포화상태로 만들어줄 책일지도 모른다는, 꽤나 흐리멍텅한 생각이 주원인이었을 것이다.
이 책을 몇 페이지 넘기면서, 단지 탐서주의자, 책벌레, 서치(書痴), 지식인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책일 뿐만 아니라 꽤나 그럴듯한 세계관을 가진 판타지라는 것을 짐작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차모니아의 위대한 작가,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가 단지 일흔일곱살의 젊은(?) 디노사우르스였을 때의 모험을 담은 소설이다. 이 책을 몇 페이지 넘기다 보면, 내 상상력과 지식욕을 불태우는 '부흐하임'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 설명과 묘사를 읽으면서 내 상상력은 조그맣고 아늑한 방에서 이 거대한 '꿈꾸는 책들의 도시'인 부흐하임으로 확장해나가기 시작했다. 와우! 책의 도시라니! 정말 대단하군!
나는 이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단지 내가 상상한 부흐하임이 내 기대와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야기의 흡입력. 그것이 내가 이틀만에 1권을 다 읽고 2권을 바로 펼쳤던 이유다. 이 책은 책에 대한 단순한 이야기일뿐만 아니라, 꽤나 그럴듯한, 아니 여느 판타지에 뒤떨어지지 않는 훌륭한 환상문학이다. 특히 1권 말미에서부터 재미있어진다!
책이 곧 생활인 조그만 외눈박이 종족 부흐링들은 배꼽빠질정도는 아니지만 킥킥거릴 정도의 유머를 선사한다. 그들은 '수은으로 글을 써라'라는 황당한 조언에서 '두꺼운 책들은 지은이들이 짧게 쓸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두꺼워진 것'이라는 공감가는 조언을 젊은 디노사우르스에게 전해준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삼고 그 작가의 작품이며 사소한 것들을 몽땅 암기하고 낭송한다. 부흐링에 대한 묘사에 책을 읽는 독자에 대한 저자의 존경이 담겨 있다는 생각에 미치자 가슴이 조금 뭉클해졌다. 2권에 등장하는 그림자 제왕의 '오름 강좌'는 더욱 재미있다. 오름이란, 작가의 머릿속에 자신이 써내려갈 단어들, 글감, 묘사들이 가득차 무아지경에 빠지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오름에 대한 묘사와 함께 그림자 제왕의 과거 이야기는 이 책에서 단연 돋보이는 부분이다(적어도 내 생각에는).
이 책의 엔딩은 감히 감동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삼가하겠지만, 책을 덮은 순간 지적 허영심이 가득차 있는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고, 그에 못지않은 감정의 흔들림도 느꼈다.
이 책이 장점만 가지고 있는 책은 아니다. 중간중간에 지루하게 전개를 질질 끄는장면이 조금씩 나와서 집중하기가 수월치가 않았다. 특히 미로 속에서 미텐메츠가 혼자 모험하는 부분은 내 상상력이 부족해서인지 이 책의 영상화를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레겐샤인의 책에 대한 설명이 과다하게 등장하는 부분도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풍자정신과 유쾌한 유머, 지적 욕구를 채우는 포만감, 그리고 모험이라는 꽤나 풍부한 영양분을 함유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이 채워준 지적 허영심이 자꾸만 꾸역꾸역 넓어지고 있다. 아, 또 뭐냐. 책을 읽어달라고? 자, 그래 이번엔 뭘 읽을까나? 잡다한 글을 남기고 난 또 사라진다~
첫댓글 아~~~~~ 읽어보고 싶어지게 글을 쓰셨네요~ 읽어볼께요!
이야..주인공 이름도아시네..저는 지금 읽구있는데.. 주인공 이름도 모르겠어용;;; ;; ; ;; 캬캬캬캬캬캬캬!! 음.. 난해하닷.
판타지소설같아요~ ^^ 지금다 읽었는뎁,, ㅡㅂ ㅡ; 제가, 모르는,, 소설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그 소설들,, 다 지어낸거겠죠?? 책이름,, 이런거 빼면,,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으3 추천, ㄳ 했어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