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그것은 내가 마음속으로 그리던 그 얼굴들이 전혀 아니고
반가움으로 웃는 얼굴에는 잔주름이 가득하며
살아 온 세월만큼이나 연륜과 경륜이 말해주듯
모두가 너무도 많이 늙었다는 것에 놀란 것이다,
물론 번데기가 자기얼굴은 생각지도 않은체 말이다.
우리는 너무도 오랜만에 만난탓인지 말문이막혀
서로가 별말없이 침묵이 흐르다가
그때마침 대전에 사는 여친의 안내를 선두로 두대의 택시에 나누어타고
용운동에 갑장이 잘 안다는 한정식집을 찾아
한칸의 객실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서로가 할 말이야 몇 날밤을 지새며 한대도 끝이 없겠지만
그간에 서로의 안부와 살아온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걸죽한 한식의 식사를 마친뒤
식대계산은 당연히 내가하고
우리는 다시 택시에 나누어타고 정말 이곳도 참 오랜만에 와 보는 보문산을 들렸다.
이곳역시도 반세기만에 들렸지만 그리 많이 변한것은 없는 것 같다.
다만 변한것이 있다면 그때는 공원 매표소가 있던걸로 생각이 드는데
지금은 매표소가없고 대신 아름드리 나무들이 좀 많다는 것 빼고는...
우리일행은 공원 벤치 한곳에 자리를잡고 앉아서 서로가 얼굴만 마주보며
무언에 웃음만 웃다가 내가 하는말이
"야이~ 이제는 아무데도 쓸모없는 할망구들아!!
옛날에는 서로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연애좀 하자고 달려들까봐 그랬는지
겯눈질한번 안하며 외면을하던 할망구들이
이제는 쓴맛 단맛 신맛 떫은맛 다 보고나니
길거리에 내던져도 주워 갈 사람들이 없게되자 이제사 만나자고 하는건가?
황금을 달아서 내버리면 황금만 떼어갈 정도로 쓸모없는 이 할망구들아!!
하며 한마디를 던졌더니 다섯명의 할망구들이 이 보문산을 떠 이고 갈것처럼
깔깔웃으며 박장대소를 하더니
그중에 한 여친이 한다는 말이
"이제는 모든게 되돌릴 수 없는 이 나이가 됐으니
오빠한테 한가지만 물어보겠는데
옛날 총각시절에 우리 아가씨들 다섯명중 누구를 좋아하며 짝사랑을 했지?
하며 질문을 하는가 싶더니
"보나마나 나를 제일 좋아했지 아마!
하면서 북치고 장고치고 혼자서 다한다.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는 대화를 하다보니 과연 우리가 옛날에
남여가 유별하다는 (남여칠세부동석)세상에서 살았었나 싶을정도로
스스럼없는 대화가 오가고 재잘대며 떠드는사이에
어느덧 열차시간이 다 되어 가기에 역전을 가기위해 택시를 잡으려는데
그러는 사이에 여친한명이 내 옆으로 오더니 갑자기 내 양복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다가
빼면서 한다는 말이 오빠 바쁜 사람을 오라고하여 미안하다며
얼른 자리를 피하며 저만치 가 버린다.
그 순간 나도 양복주머니에 손을넣어 손에 잡히는 것을 꺼집어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내손에는 한 웅큼의 지폐가 나오는데 꽤나 적지않은 돈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도몰래 화를 벌컥내며
"자네들이 나를 무시하는건가?
하면서 쫓아갔더니 이 다섯명의 아낙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말이
"시방 우리가 시골사는 촌년들이라고 정말로 무시하는거여 뭐여"
하더니 그 돈을 강제로 주머니에 다시 넣어주며 하는말이
"우리가 가을에 또 서울을 갈테니 그때 가서 오빠가 한턱 쏘면 될것 아녀"
하면서 워낙 막무가내로 완강해서 할수없이 못이기는척 하고 그 돈을 받고
역전까지 동행하며 배웅을 해주는 아낙네들의 고마움을 뒤로한체
서울에서 다시 만날 약속을 굳게하고
달리는 고속철안에서 지긋이 눈을감고 생각해보니
이게 꿈이였나 생시였나 할 정도로 불과 몇시시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이게 바로 고향을 못잊는 여친들에 가식없는 만남이었으며
내 생전에는 잊지못할 여운이 남을 추억이기에 가슴깊은 곳에다가 꽁꽁 담아본다.
그리고 다섯명의 아낙네들이 갑자기 나에게 짝사랑 이야기를한 것은
내가 살던 고향마을은 불과 17가구가 사는 조그만 마을이었지만
그곳에서 한 두살차이로 함께자라던 여자아이들은 다섯명이나 되는반면
사내 아이들이라고는 나를 포함해서 두명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허울좋은 꽃동네 여친들이었고
감히 꺾지못할 꽃속에서 한때나마 누군가를 짝사랑을하며
행복하게 살았노라고 해야 하나~~
어찌됐던 그렇게 짧은 만남으로 헤어졌던 우리는
다음에는 서울에서 다시 만남을 기대를하며 본연의 자세로 돌아왔다.
=======다음에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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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향여친들과 즐거운 만남이였네요.
그거아세요?
외면하고싶은 젊음이있는가하면 안아주고싶은 노년도있다는군요.
여친들.
많이 사랑해주세요.
읽는내내 저도 즐거웠읍니다.
그렇게 읽어주시니 고맙구요
말씀대로 많이 사랑해 줄겁니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참 감칠 맛 나게 잘쓰시내요
흘러간 세월은 또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봅니다.
설레는 맘으로 다음을 기다려 보렵니다~~
과찬 고맙습니다.
반세기가넘어 만난 사이지만
너무도 흘러간 세월만큼이나 모두가 변했더군요.
20세내외 선남선녀들이 참 오랜만ㅇ에 만나서 같은동리에서 지난 과거를 예기하는것 좋은추억이네요!
그렇습니다.
그런 만남에 추억도없이 세상을 떠날텐데
연락을 주워서 만나게 됐습니다.
너무 오래간만에 만나면 할말이 없는데 숫자가 많으니 왁자지껄 하네요
옛날로 돌아간듯 무척 반가 웠지요 ?
네에~~여자들이 대 여섯명되니
양은그릇이 다 빵구가 나네요...ㅎㅎ~~
반가움은 무어라 표현을 할수가 없었습니다.
어디선가 이런 만남 하지 말라는
그런 글을 읽은 경험 있습니다
저도 동감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망중한 만나서 실망했다는 글
꿈을 안고 환상을 간직하고
그냥 살 걸 괜히 만났다고 하는 글
읽은 적 있습니다
환상이 다 깨졌다네요
@청솔 기대를 너무 깊이있게
했나보군요.
우리는 나이가 있다보니 어느정도 짐작은 했지요.
오히려 더 늙기전에 잘 만났습니다...ㅎ~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무려 55년 만의 만남
말해 무얼하리요~!!
재미난글 실실 웃으면서
잘 보고 갑니다
상상은 했지만 현실에서는 너무달라서
속으로 많이 놀랬습니다.
나를보는 상대방들도 마찬가지였겠지요.?
아마 오랜만이고 서울서 내려 오셨다고 대접하느라 봉투를 드렸나 봅니다
정으로 드린것이니 받으신건 잘 하신 겁니다.
워낙 완강하니까 더 거절할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속으로 서울에서보자 하였습니다.
무얼 그리 잘 해줄 것처럼...ㅎㅎ~
망중한님의 환상이 깨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뻔데기가 자기 얼굴은 생각지 않는다?
그래도 함박진 웃음에 지폐선물이 듬뿍. 웃고 갑니다
그렇습니다.
상상과는 전혀 달랐지만 만나보니 왜 그리도 반갑지요?
그래서 고향을 찾고 친구를 찾나봅니다.
올가을에 대전에서 또 만나기로 했습니다...ㅎ~
망중한님~
세월이 많이도 흘렀는데 주름은 당연합니다.
얼굴에는 잔주름이 가득하 할수 뿐이 없네요.
살아 온 세월만큼이나 연륜과 경륜이 말해주듯
모두가 너무도 많이 늙었다는 것은 같은 마음
일지도모릅니다.
감사합니다.
그렇습니다.
번데기가 자기의 얼굴은 생각지않고
상대방들 변한 모습만 봤으니..ㅎ~
바보중에 바보였지요.
고향 여친들의 마음이 보이네요
도시에선 상상 할 수 없는......
지난날의 추억이 가득 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추억을 회상하며 다시금 예전의 그 호기를 되찾게 되는
그런 에너지를 주기도 하죠 날이 많이 더우니 건강에 조심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아이구~박희정후배
오랜만입니다.
그래요 고향의 여친들이라
우선 흉허물이 없으니 좋았습니다.
서기 조심하시구요,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