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의 명소를 찾아다닌 지 몇 달 된 것 같습니다. ‘안성맞춤 랜드’, ‘벚꽃 길 향교’,
떡집‘예술인 마을’정도를 답사해보았고 어제는 ‘서일농원’에 관리 이사 차를 검사
대행 하느라고 간 것은 행운입니다. 최근에 천안, 평택이 상업도시로 뻗어가고
있어서 이젠 사이즈 재기도 창피하다는 어느 선비의 푸념 섞인 말과 평택은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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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이 없다는 말을 지인에게서 거의 동시에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다 맞는 말입니다.
과거에 안성은 천안이나 평택보다 더 큰 도시이었기 때문에 꼼꼼히 찾아보면 문화
유산이나 볼거리가 많지만 평택은 요 근래 갑자기 커졌기 때문에 상권뿐일 것입니다.
돈 벌려면 평택이나 천안으로 나가시고 터전을 만들거나 호연지기를 키우려면 안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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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시라. 성당, 박두진 박물관, 팜 랜드, 금강저수지, 골프장은 도대체 몇 개나 되는지
저도 아직 다 못 가보았습니다. 일 죽 톨게이트에서 2k쯤 달리다 보면 우측으로 시니어
병원 재건축 시설이 있고 우회전해서 1K쯤 가면 로터리가 나옵니다. 3시 방향으로
나와 500M쯤에 서일농원이 있습니다. 겉으로 볼 때보다 들어가 보면 훨씬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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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금일로 332-17번지에 위치한 서일 농원은 장맛의 전통을 이어
가기 위해 30여 년 전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손때 묻은
공간들이 있다니 놀랍습니다. 주인이 누군지 궁금해집니다. 주차장 규모를 보니 단체
손님들이 상당한 것 같습니다. 관리인은 이제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호젓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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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로, 때로는 고향의 향수를 찾아서, 그리고 우리의 맛을 맛보러 일부러
찾아오는 외국인들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 되었답니다. ‘솔리‘의 담과
정원은 곧 닥쳐올 장마를 맞으려는 듯 마른 숨을 내쉬고 있었고 어디선가 바람결에
풍겨오는 구수한 장 내 음이 코를 자극했습니다. 가끔 TV에서 보긴 했어도 이렇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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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장독을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도 2000개나 된다지요. 전라도 산 옹기에 우리 콩과 농장에서 끌어 올린 천연 암반
수에 3년간 간수를 뺀 천일염을 이용해 장을 담근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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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에 얹어진 뚜껑들도 각양각색이고 장독대에 하나하나 장의 종류가 적혀 있습니다.
저 특이하게 생긴 항아리 안에는 어떤 비밀스런 맛이 숨겨져 있을까?
저 뜨락은 차라리 스코틀랜드에서나 있을 법한 초원입니다. 아, 그린이 멋집니다.
잔디밭의 풍경을 보니 문득 새가 힘차게 날아다니는 순간보다 내려앉는 순간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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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고 한 사진작가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것은 또 뭐다냐? 금줄 아니 여?
아들 날 때 치는 줄 아는데 여기에 있네요. 어쩌면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마음에
금줄을 둘렸을 테지? 살금살금 걸어가는 저를 도둑으로 오해하면 곤란합니다.
뭐하는 곳인지 궁금해서 그럽니다. 콩을 삶는 가마솥이 걸려 있는 곳은 ‘증자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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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데 장 담그는 시즌에는 체험학습을 이곳에서 진행한다고 합니다.
희끗희끗 곰팡이가 어린 메주가 두어 덩이 달려 있는데, 할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안을 들어서면 이곳 주인장 서 분 례 여사의 사진이 보입니다. 내가 아는 ‘이남 장‘
이라는 식당도 분 례 여사님 정도의 할머니가 온 집안을 식당으로 먹여 살리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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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 장이나 서일 농원의 자식들은 좋겠습니다. 음식 잘하는 부모 만나서.
저것은 아마도 정수박이일 것입니다. 산사에 주로 있는 것을 보았는데 여기서 보네요.
잘 다듬어진 조경 사이로 방부 목 계단이 꼭 애니메이션 같습니다. 정자가 하나 있고
정자 아래 연인이 배경을 맞추고 있었어요. 측우기처럼 생긴 저 물건은 어디에 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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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일고? 초막은 창고겠지요. 녹색의 향연을 보노라니 눈이 힐-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딸내미들이랑 꼭 한 번 들려보고 싶네요. 사이즈가 3만 평쯤 된다는데 탁 트여서
그런지 5만 평은 족히 되어 보였습니다. 귀한 저 낙락장송은 옮겨다 심었을 것입니다.
도대체 나무 값이 얼마일까? 얼추 보아도 나무 값만 50억이 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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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색의 연꽃과 스프링클러에서 연신 내리는 빗방울이 바람에 나풀거리기에 갔다가
물세례를 맞았습니다. 기분 나쁘지 않은 차가움입니다. 칸나인가 하고 확인한 꽃은
능소화입니다. 장독들이 소곤거립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그 안에 우리의
맛을 담는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내가 발효되고 곰삭혀져서 이웃에게 행복을 주겠다는
것 같습니다. 누가 말려.
2018.6.24.su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