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구한봉감우(久旱逢甘雨)로세!
2023년 5월 29일 월요일
음력 癸卯年 사월 초열흘날
날수로
사흘째
반갑고
기쁘고
고맙고
감사한 비가 내린다.
농작물은 물론이요,
모든 식물에게는
달달한 단비,
감우(甘雨)가 분명하고
약이 되는
약비(藥비)가 틀림없을게다.
한방울 또 한방울
떨어지는 빗방울은
옥수(玉水)가 되어
농부의 마음을 적신다.
이 비는 농부의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짓게 하는
구한봉감우(久旱逢甘雨)로세!
딱히 정해진 휴일이 없고
비가 내리거나 눈오는 날이
산골살이 하는 우리들 휴일이다.
이번 부처님 오신 날 연휴에는
하늘에서 사흘동안 비를 내려주어
우리도 모처럼 여느 사람들처럼
사흘 내리 일없이 맘껏 쉬며 놀며 즐겼다.
이런 날이 일년에 몇 번이나 있을까?
마음먹기에 따라 365일이 될 수도 있고
전혀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냥 실컷 즐기고 있다.
아무 일없이 띠굴거리며 낮잠을 자기도 하고
우산을 바쳐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도 하고
배가 고프면 있는 반찬에 맛있게 먹으면 되고...
이런 일상이 바로 유유자적(悠悠自適)이겠지?
비가 내리는 밭가를 이리저리 살피며 걷다보니
단비를 머금어 생기가 도는 파릇파릇한 농작물은
"주인장! 옥수(玉水)가 내려 너무 좋아요." 하고
농작물을 품어 안고 풋풋한 흙내음 풍기는 밭은
"너희들만 좋냐? 촉촉함이 나도 좋구나!"하는 듯,
"맞다! 농작물들이 좋아하고, 밭도 좋아라 하는
이 약비는 촌부도 너무너무 좋구나!"라고 했다.
이런 촌부의 일상이 안빈낙도(安貧樂道) 아닐까?
어제 오후에는 산골식구 모두가 마을 아우 이장네
개업선물 준비작업을 전날에 이어 도와 마무리를
했다. 고맙다며 저녁식사 대접을 받았다. 간만에
대구뽈찜과 아귀찜에 반주로 소주까지 곁들여서
맛있게 잘 얻어 먹었다. 다시 둘째네가 운영하는
분위기 좋은 카페 '날으는 구름섬'에서 커피와 차를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웃고 즐겼다. 모두들 어찌나 좋아하는지...
이런 우리의 일상은 안분지족(安分知足)이리라!
P.S:참고삼아...
*구한봉감우(久旱逢甘雨)
오랜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남을 뜻하는 말,
즉 오랜 괴로움이 지나고 즐거운 일이 닥쳐옴을
이르는 말로서 삶에 있어서 기쁜 일을 맞이할 때
쓰는 말이다.
송나라 시대 홍매(洪邁)의 용재수필(容齋隧筆)
인생4희(人生四喜)의 하나이다.
① 오랜 가뭄 끝에 단비 만나는 일.
구한봉감우(久旱逢甘雨)
② 타향살이 외로울 때 고향친구 만나는일.
타향우고지(陀鄕遇故知)
③ 신혼 첫날밤을 맞이하는 일.
동방화촉야(洞房花燭夜)
④ 과거급제명단(金榜)에 이름이 오르는 일.
금방제명시(金榜題名時)
*감우(甘雨)
때를 잘 맞추어 알맞게 내리는 비.
*단비
꼭 필요한 때 알맞게 내리는 비.
*약비(藥비)
약이 되는 비라는 뜻으로,
꼭 필요한 때에 내리는 비를 이르는 말.
*玉水
매우 귀중한 물이라는 뜻으로,
‘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유유자적(悠悠自適)
속세를 떠나 아무 속박 없이 조용하고 편안하게 삶.
*안빈낙도(安貧樂道)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지킴.
*안분지족(安分知足)
편안한 마음으로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을 앎.
첫댓글
축제를 하는듯
살아가시는 촌부님
참 멋진 하루 하루를 보면서
저도 덩달아 신나는 아침 입니다
근정님!
사는 것 뭐 별것 있을까요?
주어진 삶에 충실하며 즐겁게 사는 것이 보람이겠지요. 단비 내린 연휴,
신나게 지내고 있습니다.
좋은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자연과 호흡하면서 살아가시는 촌부님
단비가 내려서 부처님의 은공에 감사하시고
단비를 맞아서 즐거워하는 화초와 야채들을 보면서
미소짓고 대화하시는 모습이 훤해 보입니다. 행복하세요
자연과 함께 자연을 벗삼아 살게 된 것은 저에게 주어진 혜택이라 여기며 나름 재밌게, 즐겁게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봐유 부처님 오신날도 비를 내려주시고. 인도에서. 한국으로 오신것 같어유. 지가 좀오셔달라 부탁했거든요. ㅎㅎ
아하~ 그러셨더래요?
그런줄 몰랐더래요.
고맙더래요.^^
약비가 옥수되어 내리니
큰 기쁨 아니겠습니까...
시들한 고구마 모종이
생생하게 살아나며
즐거워 하겠어요.
달콤 시원한 물 벌컥벌컥
들이키고
잘 자라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