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카네스프 전기 - [디바이네아 방어전] (7)
"그래.. 저곳이군."
"그렇습니다. 디아블로. 저곳이 바로 태자 일행이 있는 에델바이스의 총단 디바이네아. 저
곳을 쳐 에델바이스를 우리 손에 넣고 태자 일행을 해치우면 됩니다."
붉은 머리카락, 붉은 옷, 약간이나마 붉은 빛을 띄는 몸, 모두가 붉은색으로 이루어진 아
이나야스의 으뜸패, 디아블로.
디아블로는 붉은 눈동자를 번뜩였다. 저 눈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좋아."
붉은 입술이 움직였다. "오늘로 끝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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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네스피스 가(家)의 가주 라페리온 폰 네스피스(Raferion von Nespis), 태자 전하를 뵙
습니다!"
"일어나시오. 네스피스 공작."
여전 백태자는 무표정했다. 갈색 콧수염을 기른 중년의 중후한 인상이 풍기는 라페리온 네
스피스 공작. 그는 옆에 서 있는 자신의 딸을 힐끗 본 다음, 일어나 백태자를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다.'
네스피스 공작을 봄과 동시에 든 생각이었다. 백태자는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따님도 훌륭하시더군요. 네스피스 가의 따님이라는데 일말의 부족함도 없을 듯 합니다."
'없는거 좋아하네.'
"과찬이시옵니다. 태자 전하."
이 정도면 됐다. 백태자는 그렇게 느끼고 다시 얼굴을 굳혔다.
"데리고 온 네스피스 가의 사병의 수는 얼마나 됩니까?"
"기사가 1백 5십명, 병사 4백 5십의 약 6백의 병력입니다. 급히 끌어모으느라 이정도밖에
는.."
사실 그럴만도 했다. 세실리안을 자파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백태자는 다시 세실리안에게
부탁을 해 레이를 네스피스 가로 급히 보냈던 것이다. 만일, 약 일주일 정도의 기한을 줬
더라면 1,2천 정도의 병력도 모을 수 있었겠지만, 급히 오느라 이정도밖에는 모으지 못했
던 것이다. '어쨌든 이정도라도 있는 것에 만족하자' 라고 생각한 백태자는 고개를 끄덕였
다.
"좋소. 그렇다면 그 6백의 군사들을 디바이네아 곳곳에 배치해주시오. 곧 적들의 습격이
있을테니 말이오."
한데..
"태자 전하! 적들의 습격이옵니다!"
..마치 그 말이 신호라도 된 듯이 소식이 들어온 것이다. 백태자는 입술을 깨물더니 외쳤
다.
"군사를 모아주시오! 이미 적들은 디바이네아를 포위했을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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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인가?"
"그렇습니다."
"제법 포진은 잘 하는군.. 하지만, 아무리 고도의 진이라도..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깨지
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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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이군."
"그렇습니다. 태자 마마."
백태자는 무감정한 눈으로 몸을 돌려 레인을 바라보았다. 레인은 아직도 그때 일이 마음에
남아있는지 안색이 좋지 않았다. 백태자의 입이 열렸다.
"크라이시스 가의 잔존세력을 수습해 이곳으로 모이라 하였다. 그래도 약 4백 정도의 병력
은 모을 수 있더군."
"..잘됐군."
아직도 그런건가.. 백태자는 쓸쓸히 웃었다. 역시 자신은.. 아직 친구의 빈 공간을 채우기
에 부족했다.
"크라이시스 부인도 와 계신다."
"..!"
레인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들어 백태자를 바라보았다. 백태자는 환하게 웃었다
. 그래, 너에게는.. 역시 웃는 얼굴이 어울려.
"전투가 끝나면, 만나게 될 거야."
"..고맙다."
이제야 환히 웃는군. 후훗.
"녀석, 또 무슨."
"저.. 태자 전하. 적들이 공격을 하려는 태세로 보입니다만.."
"..그렇군. 깜박 잊어버리고 있었소. 그러면.."
백태자는 주위를 휙 둘러보았다. 예상과는 달리 적들은 정면 공격을 해오려는 것으로 보였
다. 다행히 이 디바이네아가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어 지형적인 면은 아군이 더 유리할 것
이라는 점이 위안이 되어줄 터였다. 다만.. 장기전은 불리할 터였지만..
"적들은 정면 공격을 해올 듯 하군. 그렇다면.. 우리는 좌우에 각각 150기의 기사부대를
날개로 단 7백의 보병으로 맞선다. 적도 1천 5백을 넘지 않는 것 같으니.. 해볼만한 작
전오."
네스피스 공작은 신중하게 말했다.
"그렇군요. 병력이 열세인 이 상황에서는 그 작전이 상당한 효과를 거두리라 생각됩니다만
.. 하지만 의외의 변수는 있기 마련입니다. 방심하지 마십시오."
백태자는 희미한 미소를 띄웠다.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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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인가."
"네. 그렇습니다. 이제 나서셔야.."
"싫다. 아직은 내가 나설 때가 아니야."
"네? 그게 무슨..?"
아이야나스의 의아한 얼굴을 뒤로하고 디아블로는 몸을 돌렸다.
"후후후.. 역시 모든 일은 수장이 나섰을 때가 가장 재미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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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하라! 이미 적은 기세가 꺾였다! 네스피스 가의 이름을 더럽히고 싶은가! 크라이시스
가를 다시 회생시키고 싶지 않은가! 그 소망을 이루고 싶다면 나 정통 왕위 계승자 백태
자 리카르트 폰 아르키아누스를 따르라!"
저 위에서 질풍같이 아군을 휩쓸며 내려오고 있는 백태자를 보며 아이나야스는 입술을 깨
물었다.
"과연.. 굉장한 카리스마.. 게다가 저런 전술가일 줄은.. 교본대로의 진형이지만 몇번의
예상밖의 공격을 가해봐도 이리저리 비틀어 진형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며 아군을 쓸어버
리고 있다.. 제기랄.."
그녀의 말대로였다. 숫적으로 우세한 그녀의 군대는 이미 지형적 우세와 진형의 완벽한 컨
트롤을 하고 있는 백태자의 군대에 여지없이 깨어져나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이나야스는 별로 아깝지 않다는 얼굴이었다. 사실, 이 군대가 자신의 군대가 아니라는 점
에 그 이유가 있기는 했지만.. 그녀는 디아블로를 노려보았다.
"나서지 않으실 것입니까? 이미 아군 6백여명이 죽어나갔습니다.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
디아블로는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며 히죽 웃었다.
"기다려라.. 오, 이제 곧 오겠군. 그럼.."
그녀는 약지를 살짝 깨물었다. 주루룩 피가 흘러내려 공중에서 마법진을 이루었다. 그녀는
광기어린 미소를 지은채 말했다.
"자아.. 죽어라.. 태자의 병사들이여.. 『광마의 혈화(狂魔矣血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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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어떻게 된 거야? 다 어디론가 나가 있네.."
깊은 잠에 들었다 어느새 깨어난 나이트블루는 디바이네아 구석구석을 이리저리 살피고 있
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언제나 보이던 백태자나 레인이 보이지 않았다. 또 그 세실리안
이라는 시끄러운 견습 무녀 또한. 그리고 졸린 눈을 비비며 디바이네아 밖까지 나가자, 그
제야 그녀의 눈에 그 전투의 광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저게 다 뭐야?"
그리고 냉정한 그녀에겐 드물게 허둥대며 이리저리 시선을 돌려가며 주위 광경을 보고 있
는 그녀의 시선이 어느 한 곳에 머물렀다.
"저건.. 광마의 혈화! 왜 저 주문이 이곳에..! 아니지. 일단은 막아야겠다.."
그리고 그녀는 뭐라고 주문을 외웠다. 점차 주문이 진행됨에 따라 그녀의 주위에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 마법진이 다 그려졌을때, 그녀의 푸른 시선은 곧바로 저
기서 빛나고 있는 붉은 마법진으로 향했다. 그녀는 팔을 쫙 펼치며 외쳤다.
『청광혈룡폭(靑光孑龍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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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지?"
검을 들어 또 한명의 적을 베던 백태자는 급히 말을 멈추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넋
을 잃은채 보고 있었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라 전장의 모든 사람들이 보고 있었다.
순간 핏빛 기운이 땅에서 솟아오르는 듯 하더니 갑자기 전장의 중앙에서 푸른 빛이 폭발하
더니 주위로 청색 잔광이 강렬하게 퍼져나가더니 ㅡ 대충 색깔이나 푸른 빛같은거 빼면 크
래쉬 붐과 비슷 ㅡ 핏빛 기운을 싹 지워버리는 것이었다. 백태자는 말고삐를 거의 놓을 뻔
하며 중얼거렸다.
"저건.. 대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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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겁니까 디아블로! 전혀 효과가 없지 않습니까!"
그 광경은 백태자뿐만 아니라 아이나야스 또한 보고 있었다. 디아블로는 풀린 동공으로 저
언덕쪽을 바라보았다. 긴 금발의 청색의 눈동자를 가진 여자가 자신을 쏘아보고 있었다.
디아블로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 저분은.."
"저분이라뇨? 누굴 말씀하시는겁니까?"
디아블로는 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겠다."
"뭐, 뭐라구요! 잠깐만요 디아블로! ..제기랄. 모두 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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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들이 퇴각하는군요."
"그렇군. 어쨌든 우리도 추격해봐서 좋을게 없으니 일단은 디바이네아로 돌아갑시다. 그나
저나 계속 이곳에서 폐를 끼칠 순 없으니 다른 곳으로 옮길 방법을 강구하는게 좋겠소. 또
아무래도 나이트블루 그녀가 그 마법을 펼친 것 같던데.. 의외로 굉장한 능력이 있는 모양
이오. 내전에 도움이 될지도.. 내가 말해보겠소."
그렇게 말하며 백태자는 네스피스 공작을 돌려보내고 나이트블루의 방문을 두드렸다.
"카릴 양, 방에 있습니까?"
곧 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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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카네스프 전기 7화! 으음.. 의외로 썼군.. ㅡㅡ;; 그리고 설정 오류. 디아블로는 나이트
레드의 종속! 으로 바꿔야겠군.. 컥..
=백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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