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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S는 두개골을 통과한 자기장이 뇌의 신경세포를 자극해 치료 효과를 낸다. 연구팀은 3차원(3D) 프린팅 기술로 환자의 머리 모양에 맞는 맞춤형 마스크를 제작해 TMS 자극의 정확도를 높였다.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데이터를 이용해 뇌의 해마와 기능적으로 연결된 뇌 피질을 자극해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까지 간접적인 영향을 전달했다.
김 교수는 “TMS는 두개골 바로 밑 뇌 피질에서 유도전류를 형성해 자극하는데 자극 코일의 중심부에서 멀어질수록 전류 세기가 급격히 감소한다”며 “두개골에서 7㎝ 이상 떨어진 뇌 영역은 직접 자극할 수 없어 해마와 기능적으로 연결된 뇌 피질을 자극해 간접적으로 해마 기능에 영향을 주는 방식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TMS를 적용한 결과 4주 후 환자들의 인지점수가 올라갔고 8주 후에는 더욱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환자들은 해마와 뇌 피질 간 연결성이 증가했다. 이는 TMS 치료로 뇌 기능이 변화하고 인지기능이 개선됐음을 시사한다.
치매처럼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질환에서 전자약의 치료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김 교수는 “먹는 약은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전자약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TMS는 강박증, 중독, 편두통 등에서 증상 개선 효과가 확인되고 있고 국내에서는 2013년 우울증 치료로 승인받아 실제 임상에 이용되고 있을 정도로 안전성이 높다”고 말했다.
뇌 표면에 직류자극을 가하는 전자약인 경두개직류자극(tDCS)도 최신 연구에서 효과가 확인됐다. 김대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tDCS가 인터넷 게임중독 치료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지난달 9일 국제학술지 ‘행위중독저널’에 발표했다. tDCS로 뇌의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에 하루 30분씩 2주간 자극을 가하자 전대상 피질과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 사이의 연결성이 증가했고 중독 장애가 개선됐다. 전두엽 기능 저하로 발생하는 뇌 질환인 중독에서 전자약이 치료 도구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 자극 부위·방식 다양… 초고령화에 성장 기대
전자약은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부터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질환, 편두통이나 비만, 안구건조증, 뇌종양 등 다양한 질환에 적용할 수 있다. 체내에 삽입하는 침습형과 외부에서 자극하는 비침습형이 있다. 자극 방식에 따라 전자기자극과 전기자극, 초음파자극 등이 있다. 전기자극에는 직류, 교류, 시간차 간섭자극 등이 있다.
이 중 시간차 간섭자극은 해마나 기저핵처럼 뇌의 깊숙한 영역에 직접 자극할 수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실린 두 편의 논문에서 해마와 기저핵 자극 효과가 확인되면서다. 해마 자극을 통한 치매 치료, 기저핵 자극을 통한 파킨슨·중독 치료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이미 상용화된 전자약 중에는 체내에 삽입하는 뇌심부 자극 장치가 글로벌 전자약 시장의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비침습 전자약들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1년 4월 와이브레인의 전자약 ‘마인드스팀’이 처음으로 비급여로 출시됐고 뉴로핏 전자약 ‘뉴로핏 잉크’가 국내 승인을 받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국내 제품으로는 리메드 ‘ALTMS’가 있다. ALTMS는 자마 네트워크 오픈에 실린 최신 연구에 활용된 전자약이다.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전자약의 중요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이가 들면 여러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다제약물 복용’으로 인해 부작용 위험과 의료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약물의 한계를 보완하는 대안으로 전자약이 부상하고 있다”며 “전자약의 남은 과제는 기존 약물 대비 동등 또는 우월한 효과 입증, 침습형 전자약의 오작동 개선, 보험급여를 통한 안정적인 시장 안착”이라고 말했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