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간 눈팅과 약간의 댓글로만 활동했던 회원입니다.
간단히 제 소개를 하자면 학부와 대학원에서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현재는 미술작가이자 디자인이론 강사로 이곳 저곳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이번에 제가 개인전을 하게 되었는데 바로 이곳 김광수 경제연구소 부동산방에서 공부하고 학습한 내용들이 제 작품 및 전시회의 주된 주제인데 이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어서 몇 글자 올립니다.
그 동안 몰랐던 사회적 현상을 이곳 여러 고수님들과 논객들을 통해 학습하게 되었고 저 스스로도 경제현상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이곳 카페에서 언급되었던 여러 서적들을 탐독하게 되면서 경제에 문외한이었던 저도 어느 정도 똥인지 된장인지 정도만 간신히 구분하는 능력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종류의 미약한 시력이 생기면서 이러한 생각들이 제 작품의 주된 동기가 되었고 이 카페의 여러 고수님들과 논객들의 가르침이 제 작품의 방향성을 결정지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참 고민이 되더군요.
부동산방에 이런 글을 올리는 게 카페의 성격과 맞는 건지 고민도 되고.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어떻게든 카페회원님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이 맞겠다 결정했습니다. 그 고마움을 표시하려면 제 작품과 스테이트먼트를 공개해야 고마움의 진정성도 증명될 것 같아서 몇 번을 망설이다가 제 전시회 소식을 올립니다.
어쩌다 보니 마치 수상소감처럼 되 버렸는데 절대 그런 것 아닙니다…
작가가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은 밥먹는것과 똑 같은 것인데 설레발을 치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만 이번 전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곳 카페의 도움을 받아 개최하는 것이라 부끄럽지만 저작권 표시 컨셉으로 몇 글자 끄적였습니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_ _ )
아래는 제 전시회 안내와 작품과 스테이트먼트입니다.
회원님들 모두 활기찬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 _ _ )
(고마운 몇몇 고수님들 아이디 올렸다가 예의가 아닌것 같아서 지웠습니다.)
=================================================
전시장 안내 - 인사동 갤러리 이즈
http://www.galleryis.com/bbs/board.php?bo_table=gallery2&wr_id=455
Unclear
Jeenuk
국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의심
수전 손택(Susan Sontag)은 그의 저서 『 타인의 고통』 (Regarding the Pain of Others, 이재원 옮김, 이후, 2004)에서 타인의 고통에 제3자의 입장으로 연민을 보내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민의 감정은 우리의 무기력함에 대한 변명이며 그것은 우리가 저지른 일이 아니라며 우리의 무고함을 증명해주는 알리바이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고도로 이미지화 된 잔혹한 스펙터클의 사회와 악랄하고 공포스러운 정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우리의 삶이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곱씹어보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얘기한다. 손택은 잔혹한 스펙터클 이미지의 사회를 소비재로 취급하는 현대인에 대해 냉소를 보낸다.
현대의 한국사회는 권력이 저지른 정의에 어긋나는 행위들은 애써 참고 넘기지만 그것이 우리의 가족과 형제들을 직접적으로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낄 때 비로소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민이 아닌 나의 고통으로 공감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에 우리는 아파하고 분노하고 봉기하는 것이다. 나는 타인의 고통이 단순한 연민이 아니라 어떻게 나의 고통으로 귀속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미지를 ‘겹치고 지우기’하는 나의 작업 방식을 채택하게 되었다. 논리적으로 어떠한 이미지를 불분명하게 만들 목적으로 그 이미지를 지우는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지우고 싶은 만큼의 무엇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 나는 표상을 주제로 한 수집된 디지털 이미지를 평균 백장 정도 준비한다. 그리고 겹겹이 쌓인 위와 아래 이미지들의 투명도를 세밀하게 조정해서 아래에 깔려있는 이미지가 위에 있는 이미지와 더불어 중첩되고 불분명해지도록 조정한다. 이 과정에서 내가 강조하고자 한 표상을 제외한 이미지의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오는 세부적인 형상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예상치 못하게 분명한 세부 이미지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풍경을 지워나가는 작업은 그 지워지는 세부에 대한 약간의 인내심과 집요함을 요구한다. 나는 이러한 미술적 기법은 권력자들이 그들의 권력을 지켜나가는 통치행위와 매우 닮아있다고 본다.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투명도가 높은 표상을 분명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표상을 수없이 많이 겹쳐야만 한다. 투명도가 높은 각기 다른 이미지들을 겹치고 세부의 목소리를 지워나가다 보면 지속적으로 남아서 더욱 더 분명해지는 표상이 드러난다. 겹쳐진 이미지 속의 메시지가 분명해지기 위해서는, 더욱이 이렇게 이미지를 수없이 겹쳐서 표상을 분명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주도적 표상을 제외한 주변의 이미지들은 반드시 불분명해져야 하는 것이다. 조형원리에 있어서 무엇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죽여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내 작품에 드러나는 단 하나의 선명한 대상은 공적인 혹은 사적인 권력의 표상이다. 이러한 권력의 표상은 공공기관의 로고이기도 하며 대기업의 브랜드이기도 하며 언론의 보도 태도이기도 하다. 내 작품의 기법적 특성은 작업과정에서 표상은 선명하게 만들고 표상이 아닌 것은 지워나가서 결국에는 분명한 것과 불분명한 것이 한 화면에 공존하게 되는 것이다.그렇게 함으로 해서 공적인 혹은 사적인 권력의 표상을 제외한 모든 영역을 불분명한 것으로 가득 채우게 되는 것이다. 이 분명한 표상은 분명 보통 사람들의 삶을 지켜주는 권력이지만 이면으로는 우리들의 삶 자체에 대한 잔혹한 권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무언가 대단히 잘못되었다. 나는 애국과 정의가 국가로서의 가치라고 믿는다. 하지만 국가가 국가의 역할과 책임에 충실하지 못하고 권력을 애국과 동일시하고 권력의 이익을 정의와 동일시하는 국가를 국가로 인정할 수 있을까? 만약 국가가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못할 경우 우리들은 어떠한 신념을 가지고 살아야만 할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 대한 공부로 그것이 해결된다면 참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건 그냥 열심히 공부하면 되는 거니까.
애국과 정의라는 단어의 의미마저 다원화 되어가는 작금의 사회에서 국가는 국가로서의 역할과 책임에 한 치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자신의 삶에 대한 무게감은 더 이상 개인의 굳건한 의지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나는 애국과 정의의 이름으로 지워져 가는 보통사람들의 고통스러운 목소리와 희생들을 복기했다. 즉, 그 중요한 가치들이 사라져가는 상황을 작업과정을 통해 기록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권력자들이 권력의 표상만을 남기기 위한 목적으로 행하는 폭력적이고 잔인한 정치적 사회적 행위들을 나 자신이 미술적으로 간접체험 하는 행위가 된다. 무한한 인내심을 발휘하며 하나씩 하나씩 세부를 지워나가면서 나는 손택이 말한 것처럼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민이 아니라 그것이 나의 삶과도 연결된 고통이라는 것을 공감하려 하였다.
나는 잔혹한 스펙터클 이미지의 사회를 냉정하게 분석해보고 싶었다. 내 작품에서 불분명해진 흔적들처럼 보통사람들의 고통과 희생의 가치가 더 이상 애국과 정의라는 이름 아래 지워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진욱 작가노트 중 -
작품소개
jeenuk_subway_76x114cm_mixed media_c-print_2014
jeenuk_postoffice_76x114cm_mixed media_c-print_2014
jeenuk_police substation_76x114cm_mixed media_c-print_2014
jeenuk_nh_76x114cm_mixed media_c-print_2014
jeenuk_s-oil_76x114cm_mixed media_c-print_2014
jeenuk_mentioned_76x114cm_mixed media_c-print_2014
jeenuk_said_76x114cm_mixed media_c-print_2014
jeenuk_supreme court_21.0x29.7cm_ink on paper_2014
끝.
첫댓글 형님 저 크롬 쓰는데 작품이 전부 액박이어여
수정했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넵 감사합니다~
스치듯 볼 수 없는 작품입니다.
많은 생각을 하면서 다시 보기를 몇번했네요.감사합니다.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술관 좋아하는데...직접 가볼까봐요. ㅎㅎ
인사동이 주말 나들이하기에 참 좋죠~
감사합니다
독특한 느낌이네요..
감사합니다
다음주 화요일 까지군요. 오랜만에 인사동 가서 혼자서 차한잔 하고 와야겠네요 ^^*
simpson님 평소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제 작업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구요.
주말에 오시면 맛있는 차 한잔 대접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과 의미를 되새겨보게 하는 그림 감사히 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