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영상은 호퍼(Edward Hopper)의 그림을 배경으로 하여 황인호 작시, 윤용하 작곡의 가곡「고독」을 조수미의 음성으로 엮어 보았는데...'고독'이란 단어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꽤나 친근한(?) 의미로까지 다가오는 건 그만큼 고독이 우리들의 삶 깊숙이까지 알게 모르게 들어온 탓이 아닐까 하지만...naver 블로그엔 내가 만든 영상이 잘도 올려지더만 여기 daum은 업로드할 때마다 저작권 어쩌구 하면서 먹통이구만 그랴. 에공! 할 수 없이 개별 그림만 감상하고 넘어갈 수밖에...
흠! 리스만(David Riesman) 등이 공저한『고독한 군중(The lonely crowd)』이 출간된지도 어언 75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오늘날의 사회야말로 그들이 분류한 세 번째 사회, 즉 외부지향형(other directed type) 사회의 도래를 예언한 것일 터...자신의 정체성은 잃어버린 채 불특정 다수 군중의 의도나 추세에 휩쓸릴 수밖에 없고 그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의 삶이 곧 고독한 군중의 모습이려니...
미국 출신의 현대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의 그림들에 대한 평론을 스티븐 파딩이 편집한『501 위대한 화가』(박미훈 역, 마로니에북스, 2009.)에서 빌어와 보자면...
호퍼는 양차대전 사이에 미국 도시민들의 삶을 특징지었던 고독감과 절망감을 환기시킨다. 그의 작품 속 장소들은 커다랗고 텅 빈 공간과 자연광과 인공물과의 대조로 인해 황량하고 삭막해 보인다. 호퍼의 대중적 인기는 평범한 일상을 시간을 초월한 듯한 장면으로 표현할 줄 알았던 그의 능력에 기인한다. 그는 일상적인 모습을 인간 조건에 관한 의미심장한 진술로 바꾸어놓았다. 호퍼는 유화 작품으로 가장 잘 알려졌지만, 그에 못지않게 수채화와 에칭에도 뛰어났다.
뉴욕에서 상업 미술과 회화를 공부할 당시, 호퍼는 윌리엄 메리트 체이스와 로버트 헨리로부터 미술을 배웠다. 체이스는 존 싱어 사전트의 회화 양식을 따르는 화가였고, 헨리는 학생들에게 도시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리도록 격려했다. 호퍼는 1906년에서 1910년 사이에 모두 세 번에 걸쳐 파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곳에서 목격했던 입체주의와 같은 아방가르드적인 미술에는 별다른 공감을 갖지 못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상업 화가로 일했지만, 시간의 여유가 생길 때면 자신의 작품을 하곤 했다. 그는 1913년 뉴욕의 아모리 쇼에서 자신의 첫 작품을 팔았다. 그러나 그는 계속 무명 화가의 신세로 1923년까지 단 한 작품도 팔지 못했다.
호퍼는 같이 미술을 공부했던 동급생인 조세핀 니비슨(josephine V. Nivison)과 결혼했다. 종종 심각할 정도로 부부싸움을 하기도 했지만, 둘의 오래고 복잡한 관계는 호퍼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바꿔 말하자면 아내의 존재는 호퍼의 작품에 있어서 필수적이었다는데, 왜냐하면 호퍼의 그림에 등장하는 여인의 모델을 서주었던 아내 조세핀은 호퍼가 요구하는 다양한 역할들을 매우 능숙하게 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 후 호퍼는 직업적 운이 바뀌기 시작했다. 1924년 뉴욕에서 열린 두 번째 개인전에서 그의 전시 작품들은 모두 판매되었다. 그는 이를 계기로 전업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호퍼는 미국적인 장면을 그리는, 새로운 사실주의의 주요 화가로서 빠르게 명성을 얻었다. 그는 미국의 도시와 농촌 풍경을 작품의 주제로 삼았던 첫 미술가였다. 1933년 뉴욕 근대 미술관에서 개최된 회고전으로 호퍼는 명성을 확고히 했다.
뭐 아래의 그림에 대한 설명이랄까 감상은 회화에 대한 식견이 전혀 없는 나만의 넋두리이자 생각이므로, 혹여 읽는 이 있어 마음에 두지 마시길 앙망하면서...
자동판매식 식당(Automat)
에공! 호퍼와 회화학교 동창이었던 조세핀은 어쩌다 호퍼와 결혼하여 자신의 재능은 묻어둔 채 허구헌 날 남편의 그림에 모델로 봉사했는지 안타깝구만 글쎄. 하지만 그녀가 있어서 호퍼는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로서 명망을 떨쳤겠지만 말이지...
케이프코드의 아침(Cape cod morning)
호퍼 부부는 메사추세츠 주의 케이프코드 반도에 집을 짓고 자주 그곳을 찾아가서 지내면서 작품을 제작했다고 하더만. 근디 조세핀의 옆 모습은 꽤나 섹시해 보이는데...
촙 수이 식당(Chop suey)
우리 음식으로 치면 온갖 야채와 당면을 버무린 잡채와 비슷한 중국식 요리 촙 수이 전문식당에 마주앉은 여인 둘을 그린 그림이다. 혹자는 말하길, 정면으로 보이는 여인과 등을 보이는 여인은 비슷한 의복에 비슷한 동작으로 앉아 있는 데서 한 인간의 내면에 두 개의 인격이 자리한 도플갱어(doppelgaenger)를 표현한 것이라고 하기도 하더만...
객실 C(Compartment C)
호퍼의 그림 중에는 기차나 자동차를 그린 그림이 많은데, 사실 교통수단은 그가 즐겨 표현하는 도시의 일상적 모습에 많이 등장하니까 그러려니 하겠지만...이 그림에서도 무아지경의 독서를 즐기고 있는 여인의 모습과 그와는 별개로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바깥 풍경은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고 하겠다.
4차선 도로(Four lane road)
고단한 트럭 운전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 햇살을 마주하며 사념에 잠긴 남자는 아내가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있는 듯한데, 인간이기에 귀가한 후의 안온함과 평온함을 비집고 들어오는 그 어쩔 수 없는 외로움이란...
뉴욕의 영화관(New York movie)
관객들이 숨죽여 몰입해서 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극장에서 따로 떨어져 사념에 잠긴 여인 역시 필시 도시 속의 고독한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이려니...
밤을 새는 사람들(Nighthawks)
깊은 밤 같은 식당에 자리하고 있는 세 명의 손님들은 하루의 일상에 찌들린 지친 모습으로 앉아 있고 무심한 웨이터는 주문 받은 식단 차리는 데 열중하고 있는 게 도시의 밤 풍경이리니...
밤의 사무실(Office at night)
무릇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무심한 듯 일에 열중하는 듯한 남자와 야릇한 표정으로 돌아보는 여자, 그리고 남녀 사이에 떨어져 있는 서류 한 장...
작은 도시의 사무실(Office in a small city)
호퍼 특유의 간결한 구도와 빛으로 도시의 고립과 현대인의 고독을 적절하게 표현한 작품이라 하겠는데, 온통 시멘트 건물로 가득찬 도시에 그나마 오른편의 홍예(虹蜺) 창문 두 개가 매마른 도시에 실낱같은 희망을 주는 것이리니...
뉴욕의 방(Room in New York)
대도시에서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집에 모인 가족이 저녁 식사 후 단란하게 휴식을 취하는 모습은 상상 속의 일인 듯, 성원 각자는 제 할일 하기에 여념 없고 불 밝은 훤한 창문은 그들의 무심한 생활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내어 주고 있으니...
햇빛 쏟아지는 카페(Sunlight in a cafeteria)
두 명의 희극배우(Two comedians)
결혼 후 조세핀은 자신의 창작활동은 중단한 채 무명 화가인 남편에게 힘을 북돋워 주면서 작품 관리를 하고 모델을 서 주면서 내조를 했지만, 호퍼는 그녀에 대한 고마움을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겨우 깨달았다니...그래도 그림 속의 두 사람은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과거를 훌훌 털어버리고 행복을 찾아 머나먼 행로를 떠나려 하는 모습인 듯하구만.
케이프코드의 저녁(Cape cod evening)
평자들이 말하길, 그림 속의 남자가 호퍼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여자는 분명 호퍼의 부인 조세핀을 그린 것이라고 단언하던데 왜 그럴까? 그들 부부의 삶이 그리 녹록치 않았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는데, 자신의 예술적 능력은 접어둔 채 성질 드러운 남편 건사하고 작품 관리하며 걸핏하면 남편의 작품에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을 터...
정오(High noon)
그림을 보면서 생뚱맞게도 이 그림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게리 쿠퍼(Gary Cooper) 주연의 서부영화『하이 눈(High noon)』이 불쑥 생각났는데...뭐 굳이 양자를 갖다 붙이자면 막 결혼식을 치르고 나온 보안관이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외롭게 혼자서 정오의 광장에서 자기를 죽이려고 온 악당들과 목숨을 건 총싸움을 벌이는 게 눈이 부시게 밝은 그림 속의 여인이 홀로 서 있는 게 비슷한 모습이라고나 할까, 비약이 지나쳤을까나?
두 개의 불빛이 있는 등대(The lighthouse at two lights)
어랏! 이게 뭐여? 그림을 복사하다 잘못해서 등대의 윗부분이 몽땅 사라져 버렸구만 그랴. 하지만 남은 그림에서도 단순한 구도와 대비적인 빛의 배열로 호퍼의 작품임은 능히 알 수 있을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