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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곡시장풍경과 에피소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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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조사사업에 착수하면서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능곡 시장이었습니다. 능곡시장이 뉴타운 개발로 사라질 위기이지만 그안에는 아직도 능곡시장을 통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능곡시장 풍경을 다시한번 눈에 담아두고 조사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두달전까지만 해도 주마다 한번은 능곡시장엘 갔었는데(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원봉사하는 공부방이 능곡시장길에 있어서 갔던것) 최근 두달동안은 갈일이 없었습니다.(자원봉사를 못하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다시 찾은 능곡시장... 딱히 오랫만이랄것도 없는데 조사를 하기위해 들렀다는 생각으로 카메라에 담기시작하니 느낌이 달랐습니다. 폐기처분만을 바라고 있는 건물들과 저 높은 곳에서 늙고 피폐해진 동네를 바라보는 거인 같은 아파트가 한눈에 들어 옵니다. 오래된 시장길이 여전한 가게들과 아무도 입주하지 않는 빈 상가 끄트머리도 눈에 띄네요.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있자니 떡집 아주머니가 조용히 부르십니다.
" 아줌마는 사진을 왜 자꾸 찍어?"
음..아줌마가 아직은 아닌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아줌마 같아보인다는 얘기므로 금새 수긍하는 소심함을 보이며 대답했습니다.
" 아~ 능곡시장이 뉴타운 때문에 사라진다고 해서요..기록으로 좀 남겨두려구요. 제가 여기 오래 살았거든요. 학교도 여기서 다니고.."
"어머나! 능곡시장이 없어진다고? 뉴타운 말만 하더니 진짜 하는가벼?"
오히려 제가 어리둥절 했습니다.
조합이 난립하고 기득권 획득을 하느라 난리들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능곡 뉴타운인데 역시 상가세입자분들에게는 먼 얘기 일 수 있는 건가? 라는 생각과 어떻게 지금까지 이 소식을 모를 수 있나? 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안그래도 제가 경기도 연구원에서 잠깐 일하는 사람이라서요 아주머니께 뭣좀 물어보러 몇일 있다가 다시올께요."
"응~그러셔그러셔~담에 올땐 떡도 좀 사가~날 더워져서 오래두고 못팔어~"
역시 장삿꾼. 오랜 시장상인 생활에 친근한 인심속에도 팔아달란 뉘앙스의 멘트는 잊지 않으셨습니다. ^^
능곡시장의 랜드마크(ㅡ,.ㅡ;;) 능곡종합상가. 20년 전만해도 상가안에 층마다 없는것이 없는 말그대로 종합상가였습니다.
능곡종합상가 1층 내부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야채가게, 생선가게들의 좌판으로 사람두명이 간신히 다닐 통로만 있었는데 지금은 돼지부속에 막걸리 파는 선술집과 바깥족 라인의 야채가게 재고물품들이 쌓여있습니다.
능곡종합상가 왼쪽 길 오른쪽이 능곡종합상가건물이고 오른쪽이 일반상가건물들. 몇십년 전에 시장길에 이런 건물들이 있었다는 건 제법 큰 규모의 시장이었기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유동인구와 소비수요가 많았던 거죠.
어릴때 기억으로는 능곡시장에 이런 생선좌판이 수십개는 됐었는데 이제 하나 남았습니다.
능곡종합상가건물이 끝나는지점부터 있는 가건물 소매상들의 파라솔은 그대로네요. 가운데쯤 보이는 남자옷가게는 한때 패션의 첨단을 달렸었죠. 지금은 누가살까 싶은 촌스럽고 빛바랜 옷들이 더 많습니다.
어릴때는 웅장하다고 생각됐던 능곡역. 조그마한 일산역, 금촌역과는 달리 제법 규모가 있어서 경의선을 타고 일산에서 내려오다보면 능곡역부터 서울이다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다음에 있는 강매역은 간이역이라서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가좌역, 수색역은 진짜 멀고먼 서울로 느껴졌었죠. 나중에 커서는 문산역이 엄청크다는 사실에 놀라긴 했지만 또 지금보니 큰것 같지도 않긴해요. 그래도 정감있고 예쁜 역들이 경의선로에 조르륵 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에세이에 잠깐 언급했던 봉숭아꽃핀 철로와 플렛폼은 경의선 복선화 공사로 사라진지 꽤 되었죠.
능곡역 맞은편 풍경 뒤에는 우람한 최신식 고급아파트 아래는 늙어 생명이 꺼져가는..건물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능곡역 맞은편 왼쪽으로 능곡교회 올라가는 길 멋진 한복점, 양장점, 금은보석시계방들이 즐비했던 길은 이제 싸구려양주로 지친 노동판 아저씨들을 달래는 분홍색 살롱들과 국밥집, 장사를 하는지도 안하는지도 모를 잡화점, 색바랜 화장품들이 아직도 쇼케이스를 장식한 화장품가게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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