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 강가에서
유기섭
로키의 설산에서 발원한 빙하수가 물살을 일으키며 맹렬한 파도로 변한다. 캐나다의 앨버타주에 위치하여 원주민들이 갈대를 이용하여 활을 만들었던데 서 유래된 이름의 보우 강. 캐나다 로키산맥에 위치한 보우빙하에서 발원하여 레이크루이스 마을을 향해 흐르고 마지막엔 허드슨 만으로 흘러간다.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의 촬영배후지가 되었다는 사실에 관심을 더하여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빠져드는 호사를 누려본다.
강의 특성상 식수나 관개 등의 수자원뿐만 아니고 야생동물의 서식지 낚시등 휴양지로 유명세가 높다. 수많은 세월동안 변함없이 흐르며 주변의 산세와 어울려 태고적 원시의 야성미를 더한다. 짙푸른 물살이 거침없이 하류로 흐르며 빽빽한 침엽수삼림과 더불어 생명을 더해준다. 강폭이 그리 넓지는 않지만 물살은 속도를 더하며 먼 여정을 쉼 없이 내달린다.
설산의 빙하가 녹아서 내린 물이라서 그런지 맑고 청청하다. 때 묻지 않은 순수의 얼굴로 굽이굽이 자신의 길을 묵묵히 흘러가는 강가에서 조석으로 변해가는 세상인심과 잠시 거리를 두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어서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빠르다 못해서 날아가는 세상을 쫓아가느라 자신의 혼을 놓고 살아가는 오늘의 삶속에서 나는 어디로 가고 무엇을 좇고 있는지 되물어본다.
영화의 이야기 속에서 원주민 인디언과의 처절한 싸움과 온갖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정신은 개척사의 큰 줄기를 이루어 오늘에까지 그대로 전해져 내려온다.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그들을 받아준 여인 셋이서 헤쳐 나가는 고난과 투쟁을 통한 이해와 포용 관용을 관객들에게 보여준 고전영화의 줄거리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 하는바가 크다. 세기의 명배우 마랄 린 먼로와 로버트 미첨 그의 아들이 엮어나가는 연기 속에서 인생의 한 단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한 감동과 진한 사랑을 느끼게 한다. 인간의 삶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리한 욕망이 아닌 작지만 진실한 일상임을 깨우치게 한다.
영화에서의 배역은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마랄 린 먼로라면 섹시한 배우라는 말이 그녀를 나타내는 대명사처럼 붙어 다니지만 그녀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평범하고 인간적인 고뇌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높이 사는 배우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골드러시가 한창인시대임에도 로버트 미첨과 어린 아들은 농사를 지으며 착실히 살아가려하지만 인디언들의 습격을 받게 된 세 사람은 이를 피해서 뗏목을 타고 강을 내려간다. 도중에 맹수의 공격과 격류가 심한 곳을 통과하며 거친 물살과 인디언의 공격으로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며 느끼는 진한 인간애. 격랑과 거친 물살에 흔들리는 뗏목을 결사적으로 저어가는 처절한 모습과 사랑. 그들사이의 믿음. 땅에 뿌리내려 인생을 개척해나가려는 순수함. 그 모든 아름다움을 감싸는 인간미가 돌아오지 않는 강의 물결 따라 유유히 울려 퍼진다.
각자 방임으로 흐르는 것 같으면서도 조용한 질서 속에서 정도의 길을 걸어가려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서 다양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모여 같이 살아가는 오늘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었다.
옛날에도 그러했겠지만 앞으로도 긴 세월동안 보우강의 물살은 거침없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며 흘러갈 것이다. 그가 누구이던지 이곳 강 언덕에서 찌든 영혼을 잠시나마 조용히 내려놓고 쉬었다가기를 재촉하는 것 같다.
-영덕문학 제 54집(2024년) 게재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