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영 현장 / 이야기가 있는 외식공간◆
"카레맛을 더하면 훨씬 깔끔한 순대맛을 낼 수 있습니다 ."
"소시지에 레드 와인을 곁들이듯 순대에도 레드 와인을 곁들여 판매하면 어떨 까요?"
지난해 4월 문을 연 신생 외식업체 (주)이야기가 있는 외식공간 본사는 매주 수요일 오후만 되면 직원들이 내놓는 이색적인 제안으로 웃음소리와 열띤 주장들로 가득찬다.
매주 수요일은 지식공유의 날이다. 본사가 운영하는 10곳의 음식점 직원을 포함해 320명 전원이 모여 새로운 메뉴 제안부터 손님 응대법까지 마구 토해낸다 .
이야기가 있는 외식공간이 운영하는 음식점은 모두 3종류다. 신세대 입맛에 맞 춘 퓨전 순대를 파는 '순愛보' , 고급 토속음식점을 지향하는 보리밥집 '사월 에 보리밥' , 오리전문점 '오리와 참게' 다.
각 음식점에서 나오는 제안들 가운데 좋은 것은 다른 곳에서 즉각 차용한다.
◆ 지식 경영을 모토로 내걸고 출발=이야기가 있는 외식공간은 출범 때부터 아예 '지식경영' 을 경영철학으로 내걸고 시작했다. 외식업계 내 대표적 지식 기업인 (주)놀부의 지식경영위원회 출신들이 회사를 세웠기 때문이다.
직원들을 뽑을 때도 각자가 지닌 노하우를 아낌없이 주고 받을 수 있는 '열린 사고와 자세'를 으뜸 기준으로 삼고 뽑는다. 뽑힌 직원들은 "지식경영의, 지식 경영에 의한, 지식경영을 위한 기업" 이라는 회사 소개를 가장 먼저 듣게 된다 .
아무리 지식경영 전문가들이 세운 회사라지만 이쯤 되면 지나치다는 소리도 나 올 법하다. 그러나 직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한식 메뉴 발굴이 회사 비전이자 목표다. 작은 아이디어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메뉴가 나올 수 있다 ."
"입맛이 사람마다 다른데 많은 수요자들에게 골고루 받아들여질 입맛을 찾는 것은 숨어 있는 노하우를 모을 때만 가능하다 ."
모든 직원들에게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자신있는 말들이다. 이미 지식경영은 전 직원에게 확고한 신념이 돼 있다.
◆ 수많은 지식 나눔 모임이 원천=공식적인 지식공유회는 일주일에 한 번이다 . 그러나 점포별ㆍ부서별로 일주일에 대여섯 번이 넘는 소모임이 있다. 여기서 쏟아진 이야기 가운데 확산이 필요한 것은 점장이나 모임의 장이 모아 온라인 지식경영시스템에 저장한다.
파일로 정리된 지식 중 교육자료화할 수 있을 정도로 획기적인 것은 동영상 자 료로도 만든다. 모이면 각자가 생각해 둔 노하우를 이야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보니 담배를 피 우거나 커피 한 잔 마시는 동안 나온 이야기가 지식저장고에 들어가기도 한다.
◆ 지식경영이 성공적인 '감성 마케팅' 낳아=이야기가 있는 공간이 운영하는 점포들은 모두 식사시간 때면 줄을 서야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손님을 끌고 있다. 구석구석 입맛을 자극하는 음식뿐 아니라 감성적인 인테리어 덕이다. 식당에서 만난 회사원 박세진 씨(34)는 "토속적인 한국음식이 이렇게 고급스럽 게 바뀔줄 몰랐다" 며 "외국 손님 접대에도 자주 이용하다보니 자꾸 오게 된다 " 고 말했다. '카레 순대' 에 '레드 와인' 도 '순愛보' 에서 만날 수 있다. 모두가 직원들의 노하우가 빚은 산물이다.
불과 1년 남짓 사이에 직영점만 10개로 늘어난 것도 모두 지식을 나누고 쌓은 결과라는 것이 오진권 대표의 판단이다.
현재 이야기가 있는 외식공간은 갈고 닦은 지식경영의 경험을 외식업체로 확대 하기 위해 '한국외식포럼' 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