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 토사와 함께 건너온 불청객
민속식물연구소 송홍선 박사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직원들이 지난 25일 외래귀화식물과 자생종 '가는털백미'를 확인하고 있다. | |
희귀토종식물 '가는털백미' 최대 군락지 발견도
현재 신도시 개발이 한창인 송도 지역의 귀화식물은 총 75종류가 확인됐다.
민속식물연구소와 인천녹색연합, 인천일보가 7~8월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주요 외래귀화식물은 일반적인 분포를 보이는 개망초, 망초, 소리쟁이, 큰김의털, 털빕새귀리, 왕포아풀, 구주개밀, 오리새, 다닥냉이, 겹달맞이꽃 등을 비롯해 전동싸리, 잔개자리, 좀명아주, 좀소리쟁이, 애기땅빈대, 큰땅빈대, 털별꽃아재비, 가시박 등이 발견됐다.
특이한 분포를 보이는 귀화식물은 미국나팔꽃, 둥근잎나팔꽃, 둥근잎미국나팔꽃, 애기나팔꽃 등 나팔꽃 종류가 넓게 분포했으며, 향료식물의 향유, 원예식물의 유홍초, 특용식물의 삼(대마) 등도 분포하고 있다. 나물로 먹고 있는 개비름과 함께 가는털비름, 털비름도 쉽게 관찰되고 있다.
특히 아직 분포지역을 넓히지는 않았지만 원예식물로 화분에 심고 있는 서양눈주름잎이 드물게 인가 주변에 일출해 자라고 있어 앞으로 귀화식물로 정착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인천시 서구 수도권매립지 주변의 귀화식물은 90여 종류가 확인되는 등 다양한 외래귀화식물이 관찰됐다.
이 곳은 가시상치, 자주개자리, 붉은토끼풀, 비짜루국화, 미국쑥부쟁이, 붉은서나물, 까마중, 큰김의털, 털빕새귀리 등이 쉽게 관찰되고 있다. 특히 긴까락보리풀, 들묵새, 큰묵새, 나도바랭이, 갯드렁새 등 벼과식물이 분포지역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도 송도 매립지와 비슷하게 미국나팔꽃, 둥근잎나팔꽃, 둥근잎미국나팔꽃 등 나팔꽃 종류가 넓게 분포하고 있다.
이 밖에도 특용작물로 도입했던 어저귀를 비롯해 꽃뭉치가 아름다운 털여뀌, 사료식물로 들어왔던 돼지감자(뚱딴지), 사방 공사용의 족제비싸리 등도 눈에 띄었다.
인천 수도권매립지와 송도국제신도시 자리는 갯벌을 매립한 곳이다. 이 곳에서 외래귀화식물이 많이 발견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해안가에 위치한 이유도 있겠지만, 갯벌을 매립하면서 토사를 여기저기서 마구잡이로 들여온 탓이다.
수도권매립지는 현재 청라매립지와 같은 시기에 매립된 곳이다. 1980년부터 1991년까지 동아건설이 인천시 서구 연희동, 백석동, 경서동 일대 공유수면 3천724만3천142㎡를 매립했다. 김포매립지로 불렸던 이 곳은 1984년 매립도 끝나기도 전에 환경부가 서구 백석동에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3개 시·도의 쓰레기 매립장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아건설의 공유 수면 매립 사업은 1988년 인천 서구에 세계 최대 쓰레기 매립장이 들어서는 계기가 됐다. 그 이후 각종 쓰레기 매립 사업이 진행되면서 외래귀화식물은 끊임없이 퍼져 나갔다.
수도권매립지와 청라매립지 일대에서 국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외래귀화식물 50%가 넘는 100여 종이 발견되는 이유다. 하지만 조사도중 쓰레기 매립 예정지에서 자생종인 가는털백미의 국내 최대 군락지가 발견돼 위안을 주고 있다. 외래귀화식물과 힘들게 경쟁하며, 그 순수한 자태를 간직하고 있는 가는털백미를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