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산행일지
약속시간이 04:30인데 40분이 되어도 ‘작은세개’가 나타나질 않는다.
전화를 하니 그제야 잠깬 목소리로 집이란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푹~ 자라하고 가버리겠지만 성질 많이 죽었지
운전석을 비워놓고 ‘만복대’와 ‘아멜리아’와 셋이서 눈을 붙인다.
나와 ‘만복대’는 어제 먹은 술이 아직 안 깼다
비몽사몽간에 보니 ‘작은세개’가 운전을 하며 어느새 차는 달리고 있다
더 자고 싶은데 ‘만복대’가 자꾸 깨운다. 울산 분들이 모두 기다리신다고.....
몸을 일으켜 창밖을 보니 벌써 추성산장에 도착해 있다
졸리고 술이 덜 깼어도 인사는 해야지... 계주님은 얼마 전에 심원에서 뵈었고 진수님과 윤회장님은 1년도 넘었나보다
그리고 또 한분 ‘김용식’님은 초면이고....
07:20 달라붙어 안 떨어지는 발을 억지로 떼며 산행을 시작한다
07:54 첫 계곡 물에 당도하자 울산 분들이 배낭을 풀며 아침식사로 라면을 끓여먹고 가자신다.
쩝 우리는 도저히 적응이 안 되는 상황이지만 어쩌랴.... 어른들인데...
난 차라리 땀을 쭉~~ 빼서 술이나 쫌 깼으면 좋겠는데
라면을 끓이는 동안 바위에 누워 잠을 청해 보지만 등이 너무 차갑게 썬득거려 포기했다
안 먹을 듯 하던 전주 팀들도 시에라를 꺼내들고 들러 붙는다
난 ‘작은세개’가 얼려온 막걸리만 몇 모금 시원하게 들이켰다
아침식사
08:30 아침식사를 끝내고 다시출발
처음부터 계곡산행을 하려다가 하류는 수량이 너무 많아 좀 진행하다가 붙기로 했다
한 여름에 어인 단풍
선두는 ‘만복대’가 서고 난 맨 후미에 따라간다
가시덩굴이 있어 왼손으로 제치고 진행하려는데 왼팔이 가시에 찔렸는지 따끔하다
바로 이어 또 두 번 더 따끔거린다
팔을 돌려보니 옷 위로 말벌인지 호박벌인지 한 마리가 미처 잡기도 전에 날라 간다
옷을 걷어보니 쏘인 자국이 세 곳인데 한 마리가 그렇게 빨리 세 번을 쏘았는지 아니면
다른 놈들은 쏘고 날라 가서 내가 못 봤는지 모르겠다.
평소에 벌을 별로 안 타는 터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쩝.....
09:18 자그마한 합수부에서 길은 왼쪽으로 감아 돌아가고 우리는 계곡으로 내려선다.
계곡에서 또 한바탕 이것저것 먹을 것이 쏟아져 나온다
저번에 다녀갔다더니 ‘뫼가람’이 狂速團 표지기를 달아 놓은 게 보인다
수량이 많으니 발길은 느려지지만 계곡이 풍요롭게 보이고, 갖가지 모양의 아담한 폭포들이 상류로의 복선을 깐다
개스가 멀리까지 감상을 못하게 방해는 하지만 그 나름대로 운치를 더 해준다.
<국골의 정경들.....>
10:14 고도 1,050m 부근의 합수부, 또 한보따리 먹을 것이 배급된다 쯧쯧...
여기서 우리는 좌측골로 방향을 잡는다.
상류로 올라가는데도 수량은 더 불어 나는 것 같다.
합수부
합수부에서 우리가 갈 좌측으로 먼저 올라가서 내려다 본 사진
폭포를 우회하는 모습들
‘아이고!!’
디딤발로 힘을 주던 내 오른 발이 바위틈에 빠지면서 정강이가 찍히고, 찍힌 채로 무릎까지 째고 올라간다
설상가상으로 오른발이 순간적으로 빠지는 바람에 왼발과 종아리와 허벅지가 갈지자로 납작해지며 안 좋은 무릎이 접질려진다
하체에 힘이 쭈욱 빠지며 손 힘 만으로 빠져 나오려하니 역부족이다
5-6m 앞에 가는 ‘아멜리아’와 7-8m 앞에 가는 ‘작은세개’가 있지만 소리쳐 불러도 계곡물 소리 때문에 들리지를 않는지 무정하게 모퉁이를 돌아가 버리고 만다
나는 뒤쳐져 안보여도 어줍잖은 사진이나 또 찍느라 늦겠지 하고 기다려주지도 않고 가버릴텐데...걱정이다
찍힌 데야 상관없지만 무릎 접질려진 데가 어쩔지 모르겠다
스틱을 손목에서 빼고 배낭을 벗고서 엉덩이로 뒷걸음질치듯 하며 겨우 빠져나왔다
몇 걸음 걸어보니 묵직은하기도 하고 허덩허덩 하기도하고 암튼 정상은 아닌 데
다행인 것은 멍멍하지만 걷기는 할 것 같다
벌에 쏘이질 않나 오늘 일진이 사나울 것 같은데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폭포 때문에 우회하는 일행을 따라 잡아 ‘작은세개’에게서 무릎보호대를 빌려(내 것은 남 빌려주고)
옷 위로 조이니 기분상 좀 나은 것 같다.
주저앉아 못 걸을 것도 아닌데 다쳤다고 설명해 봤자 괜히 나만 병신 될 것 같아 아예 말을 안 해 버렸다
실루엣으로 보이는 ‘작은세개’
올라갈수록 폭포들이 점입가경이다
수량이 적을 때는 어쩔지 모르겠지만 가칭 ‘분수폭포’가 그 시원스러움에서는 압권이다
사진 찍히기를 무지하게 좋아하는 ‘작은세개’
“저쪽으로 돌아 와요”
위쪽으로 폭포가 계속 이어져있지만 개스와 빛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분수 폭포>
1/125
1/15
1/4
11:03 고도 약 1,180m정도에 제법 위용을 갖춘 폭포 앞에서 ‘만복대’가 디카를 새로 장만해 처녀 촬영을 하고 있다
(갈 때가 되면 안 하던 짓 한다던데 꼭 그 짝이다)
처녀촬영하는 ‘만복대’
11:39 계곡은 아직 우측 폭포로 이어지는데 ‘수량이 많다’ ‘여자가 있다’ 등 핑계로
포기하고 좌측 사태지역으로 진로를 잡는다
계곡을 버리고 우회하는데 소리를 들어보니 윗부분에 다른 폭포들이 몇 개 있는 것 같다.
다음번에 자일이라도 챙겨와 꼭 다시 가기로 모두 다짐 한다
포기한 부분의 물줄기
사태지역은 내려오라면 아마 맨몸으로는 못 내려 옷 정도로 급경사이다
선두에서 낙석을 주의하라는 외침이 들린다
사태지역을 지나서도 경사도는 아주 심하다
사태지역
역시 맨 뒤에서 열심히 기어 올라가는데 묵직한 것이 오른쪽 어깨를 강타한다
순간 몸이 뒤로 휘청하며 중심을 약간 흔들리고, ‘퍽~!’ 소리에 놀라긴 했지만 아프거나 하는 느낌은 없다
손바닥만한 낙석이 정확히 평평한 면으로 오른쪽어깨 배낭끈 위를 때린 것이다
바로 앞의 ‘아멜리아’가 굴려서 몇 미터 안 내려왔기 때문에 가속이 없어 다행이기도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 잘생긴 얼굴이라도 때렸다면 으~~~~~
12:24 고도 1,500m,
조금만 더 가면 동부능이 나올 것 같은데 지가(만복대) 담배 피우고 싶으니 쉬잔다
‘작은세개’는 그래도 연기 안 피우며 한 쪽에 가서라도 피우지...
12:42 동부능이다
아마 하봉과 국골사거리 중간지점이나 되겠지
나는 ‘아멜리아’를 불러세운다
‘빨리 가면 점심 준비해야 되니까 일부러 쳐진 척 늦게 가서 다 차려 놓으면 먹게’
제일 쫄따구니 내가 그렇게 말해도 “아니예요 빨리가서 제가 해야죠” 해야 할텐데
좋다고 “그래요~!” 한다
12:55 국골사거리
13:22 조계골삼거리
계곡 쪽으로 내려가 보니 이미 널찍하게 점심상을 펴놓고들 있다
‘만복대’가 등심을 준비했고 ‘지계주’님이 삶은 문어를 가져오셨다
산중 안주로는 최상급이다
우선 안주삼아 한잔하는데 이놈의 소주가 한도 끝도 없이 나온다
우선 나부터도 2홉짜리 화이트 2병에 200㎖ 팩2개를 넣어갔는데 모든 사람이 남이 안 가져올 줄 알고 각자 챙긴 것이다
우리 팀만 오게 되면 서로 미리 분배해서 따블이 안 되게 하는데 울산팀과 싸인이 안 맞았을 뿐더러
우리끼리도 오늘은 술이 중복이 된 것이다
이건 점심이 아니라 거의 박 준비해 놓고 본격적으로 술판이 벌어지는 상황 같다
모두들 서서히 시동이 걸리기 시작하고 종내에는 술들이 모조리 바닥이 나버린다
라면을 마지막으로 점심을 끝내니 먹는 시간만 무려 2시간을 소비했다
배낭을 들쳐 메는 몇몇 분들은 다리가 풀려 걱정된다
당초 조계골 반대편으로 바로 쏟아져 내려 허공다리골로 내치자는 계획을 변경하여 길 따라 가기로 하니
산행 의미는 약간 퇴색되지만 안전상 한결 마음은 놓인다
점심
15:10 출발
개스낀 동부능, 언제봐도 정겹게 느껴진다
동부능(허골다리골 삼거리부근)
15:16 허공다리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떨어진다
다리가 풀렸어도 길이 워낙 좋으니 모두들 신나게 내려간다
15:38 부도터를 지나다
16:08 쑥밭재쪽으로 붙는 능선삼거리를 만나다
삼거리에는 파란 ‘망가‘님의 표지기가 반갑게 펄럭이고 있다
16:12 계곡물을 만난다
계곡 직전에서 ‘지계주’님이 앞으로 옹골지게 미끄러져 넘어지며 풍덩 물에 빠지신다
엉덩방아만 찧어도 맥주 10병내기로 했는데 이건 10박스짜리다(결국 추성산장에서 쏘셨음)
계곡물가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한다
(술이 아직도 안 깨 조는 ‘지계주’님의 사진을 담았는데 음... 용서해 드려야지...)
마지막 휴식
16:39 얼음터
얼음터부터 ‘윤회장’님이 쳐지기 시작하신다 이제야 술이 올라 오시나???
17:05 광점동
광점동에 도착하니 모두들 아스팔트길을 앞에 두고 심란하게 바라보고 있다
택시를 부르자느니... 민박집에서 한잔하고 그 집 차로 데려다 달래면 어쩌냐느니...
‘지계주’님이 나에게 결정을 하란다.
“잠깐이면 되는데 빨리 갑시다”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려 그럼~!” 하면서 모두 터덜터덜 아스팔트길을 내려간다
‘작은세개’와 ‘아멜리아’ 나 셋이는 광점동 계곡 다리를 건너지 않고 산 기슭으로 타고 돌아가 보기로 했다
‘작은세개’가 다람쥐같이 길을 찾아낸다. 입구는 바위너덜로 막힌 듯 했으나 곳이어 한봉통이 나타나고 길이 나있다
시간상으로는 크게 차이는 안 나지만 지긋지긋한 아스팔트 안 밟는 게 어디야
추성 주차장을 내려다보며 밭길을 돌아내려가니 동네 한 가운데가 나온다.
17:43 추성산장
막바지 휴가객들로 추성산장은 붐빈다.
교대로 샤워를 하며 맥주를 십수병 비운다
그래도 헤어지기가 아쉬어 인월 ‘두꺼비어탕’집에서 어탕에 소주 몇 병을 또 비운다
계주님, 진수님, 윤회장님 반가웠습니다. 용식님도 자주 뵙기를.....
언제봐도 정이 넘치는 울산분들이다...
우리는 전주에 가서 다시 입가심 하산주를 해야지....
‘아멜리아’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편안히 등받이를 뒤로 밀어본다
우리 얼라들이 자명종을 50분이나 빠르게...것도 모르고, 따르릉!!! 벌떡 일났는데 거실시계가 03:30분^^^에~라^*^도로잠. 무튼-- 계주님,진수님,윤회장님,용식님 반가웠슴뎌! 다들 고생들 많으셨고,계곡을 좋아하는 전 이번 산행 너무 환상적 이었습니다.-물-돌-폭포-이끼-술-안주- 작은세개골을 바꾸고 싶을 정도로.
첫댓글 분수폭포! 수량많은 국골 , 등심 그리고 문어......... 아이~~고!!!!!!!!!!!!!!!!!! 산행기 보는동안 게속 귓전엔 계곡물 소리만... 다녀온 길인데 왜이리 배가 실실... 아~~고.. 헴! 그려도 마지막 벌독오른 사진으로 위안??? 아무래도 참이슬 한병 아스바리 걸고 자야헐것 같습니다
출장나와서 잠시 들어왔는데 국골 산행기가 올라와 있네요... 앞번에 갔을땐 우골이었나 보네요... 조개골 삼거리엔 저도 소주 한빙 찡박아 놓았는데...
국골 우골, 좌골 전부 가봐야겠네요.. 프로켄타님 일전에 벌에 쏘인.. 제 발보다 더 심하네요.. 병원에 가보세요..... 훨씬 빠르데요
아무리 봐도.. 옻 같은디요..
이제 이미 나았고...옻은 아니래든데요
우리 얼라들이 자명종을 50분이나 빠르게...것도 모르고, 따르릉!!! 벌떡 일났는데 거실시계가 03:30분^^^에~라^*^도로잠. 무튼-- 계주님,진수님,윤회장님,용식님 반가웠슴뎌! 다들 고생들 많으셨고,계곡을 좋아하는 전 이번 산행 너무 환상적 이었습니다.-물-돌-폭포-이끼-술-안주- 작은세개골을 바꾸고 싶을 정도로.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