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른바 ‘사학의 자주성’이라는 미명하에 끊임없이 비리사학재단의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행태를 용인해온 교육부·사분위를 비롯한 정부의 몰상식함을 생생하게 목도해왔다. 그간 우리는 교육의 공적 기능과 학교의 민주적 운영이라는 상식적인 가치를 지키고자했던 학교구성원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비리사학재단의 뒷배에 정부가 있음을 똑똑히 경험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부산대 고 고현철 교수의 투신으로 인해 정부의 몰상식하고 부도덕한 교육정책이 사학을 뛰어넘어 국립대학마저 그 고유한 존재가치를 파괴하고 있음을 똑똑히 알게 되었다. 고 고현철 교수의 죽음을 통한 저항은 단순히 현 부산대 총장의 총장직선제 폐지 선언 때문만이 아니다. 그의 유서를 보라. 그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 더욱 강화된 정부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대학통제와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해 목숨을 걸고 저항한 것이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알량한 재정지원을 미끼로 일방적인 대학구조조정 정책을 밀어붙이며 총장간선제를 통해 국립대학을 자신의 시녀로 만들려는 교육부, 교육부의 요구대로 간선제로 선출된 여러 국립대의 총장후보자들마저 특별한 이유 없이 승인하지 않는 청와대, 더 나아가 국정원 사건 이후 끊임없이 심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반민주적 퇴행 현상이다.
정부의 행태는 비리사학재단의 그것과 흡사하다. 학교 구성원들을 종복처럼 부리려는 사학재단과 마찬가지로 교육부는 국립대학 구성원들의 자주성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학원의 자율과 민주주의가 사라진 대학은 더 이상 진리탐구와 비판적 사고를 추구하는 학문·교육공동체가 아니다. 기업의 입맛에 맞게 대학을 바꾸려는 교육부의 정책은 인문학과 기초과학이 사라진 직업학교 만들기 정책에 불과하다.
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는 국가 부재의 시대에 살고 있다. 특정 정파와 특정 사회세력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국가는 더 이상 상식적인 국가가 아니다. 이런 국가 아닌 국가가 국민을 위한 공적 제도로서의 대학과 고등교육을 망치고 있다. 이러한 몰상식과 부정의가 고 고현철 교수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이제라도 교육부는 사학비리 척결과 총장직선제 등 대학민주화를 위한 조치를 즉각 시행하여야 한다. 우리는 고 고현철 교수의 유지를 받들어 대학민주화가 실현되도록 더욱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