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일기(15) - 역답사(옥천역)
1. 정지용의 ‘향수’로 유명한 충북 옥천은 이름에서부터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곳이다. 과거 몇 번, 옥천의 자연을 탐사했었다. 과거에는 산이었으나 수몰되면서 특이한 모습으로 변모된 ‘부소담악’과 ‘대청호 둘레길’, 한반도 지형으로 알려진 안터마을에서 옥천의 아름다움을 발견했었다. 오늘은 옥천의 가장 활기찬 지역을 탐사한다. 역은 항상 그 중심일 것이다.
2. 옥천의 중심 지역인 옥천읍은 어느 다른 곳 못지않게 다양한 시설과 제법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넘쳐난다. 하지만 옥천역에는 한동안 무궁화호 이외 새마을호가 서지 않았다. 새마을호가 정차하지 않는 곳은 간이역 수준의 작은 역들 뿐이어서 옥천역에 새마을호가 없다는 사실이 조금은 의아스러웠다. 이곳은 그렇게 규모가 작거나 사람이 적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국 작년(2022년) 11월부터 새마을호가 정차하기 시작하였는데, 이 또한 작은 정상화 과정이다.
3. 옥천 시내를 걸었다. 시장을 보고, 군청과 학교를 찾았다. 군청 옆에 아름다운 성당에도 들렸다. 시간의 여유가 있어 정지용을 기념하는 <향수공원>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셨다. 옥천읍을 걸으면서 이곳도 한 번 걸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조금 조급하게 눈으로 흝어보다 돌아갔지만 말이다. 귀가하는 열차를 여유롭게 설정해 놓으니 시간적 안정감이 들어 여기저기 끼웃거리게 만든다. 하루 동안 여러 역을 답사하는 것도 좋지만, 오늘처럼 한 곳을 천천히 살펴보는 것도 좋다. 이제는 뭔가 숫적으로 많은 것을 쫓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실행하고 실천하는 것의 의미와 나만의 가치를 찾는 일을 것이다.
4. 최근 지방도시를 방문하면서 느끼는 것은 그 지역의 가장 아름다운 장소 중 하나가 새로 만들어진 도서관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옥천에도 노란색 외관을 한 작은 도서관이 눈에 들어왔다. 도서관 내부에는 많지는 않지만 약 10명 정도의 열람객이 책을 보고 있었다. 1층은 일반자료실로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곳인데, 여유로운 공간과 세련된 도서와 자리 배치가 인상깊었다. 하지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보기는 좋을지 모르지만 실제로 책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넓은 책상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서관의 핵심은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2층은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다. 이곳은 내가 원하는 형태의 책상과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15시 이후에는 청소년 전용 공간으로 바뀐다고 한다. 텅 빈 공간에서 약 30분 정도 앉아 책을 읽었다. 도시 속에 도서관은 휴식터이자 사색의 장소이다. 사람들에게 무료로 머물 수 있는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공 시설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5. 중심 거리에서 베트남 요리로 저녁을 먹은 후, 옥천역으로 돌아왔다. 시간의 여유가 있어 사람이 없는 대합실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 시간, 이 또한 편안한 시간이다. 정해진 루틴이 있고, 할 것을 마무리 한 상태에서 맞는 무념무상의 순간인 것이다. 기차를 타는 일은 이렇듯 시간의 기다림과 공간의 여유로움을 경험하는 과정이다. 거기에 더해 역과 역 사이를 이동할 때, 역 앞에서 멋진 장소를 발견하게 되면 즐거움은 더욱 커진다. 역과 열차는 분명 시간에 의해 구속되지만, 결코 억압적이지 않은 규칙성이다.
첫댓글 -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곡조와 가사가 풍경을 그려주는 곳, 옥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