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파트, 안녕하십니까?
이현숙 저 <콘크리트 아파트에서 건강하게 사는 49가지 방법>
100점 아파트의 조건을 체크해 본 적 있나요? 새 아파트에 입주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이 이것저것 많다.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집이 몇 점짜리 집인지 쉽게 알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 나왔다. 이현숙씨가 지은 <콘크리트 아파트에서 건강하게 사는 49가지 방법>이 그것.
저자는 지금 아파트에 살고 있다면, 조만간 새 아파트로 이사 갈 계획이 있다면, 아파트 환경을 좀 더 건강하게 바꿀 궁리부터 하라고 충고 한다. 특히 하루 종일 집안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해로운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려면 이런 궁리는 필수적이라 말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환경의 물리적인 구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생활 패턴을 건강하게 바꿔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첫 번째는 “새 아파트, 입주 시기를 최대한 늦춰라”는 것. 이유는 새집증후군 때문. 가장 좋은 방법으로 새 아파트를 피하는 것과 차선책으로 지은 지 3년이 지난 아파트를 골라서 이사 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러나 새로 분양받아 입주하는 아파트의 경우 3년 동안 집을 비워둘 수는 없지만 준공 후 6개월, 안 되면 최소한 2~3개월 이후 입주 시기를 늦추는 것이 좋다. 이는 건축 자재의 유해 물질뿐 아니라 콘크리트가 건조되는 과정에서의 열과 가스 배출을 고려한 최소한의 기간이다.
바퀴벌레 구제는 지나치게 따뜻하거나 습하지 않게 청소
입주 시기를 늦추는 데 따른 또 하나의 이점은, 대개 입주 초기에 단지 전체에서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는 확장 공사나 이사 등으로 인한 각종 피해를 피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너무 일찍 입주하면, 이웃에서 베란다 확장 공사와 인테리어 개조 공사를 할 때 날리는 분진과 소음, 이삿짐을 운반하고 푸는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와 먼지 등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여러 가구가 동시에 이사를 하는 입주 초기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조차 매우 불편하다.
그런데 아파트 입주 기간은 단지 규모에 따라 대개 30∼45일 정도로 지정되어 있어, 이 기간 내에 입주하지 않고 지정 기간이 지나면 잔금에 대한 연체 이자를 내야 하는 애로가 따른다. 그래서 잔금을 1백만 원 정도 남겨 이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입주 시기를 늦추는 편법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아파트에 입주하는 계절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하다면 여름철에 이사할 것을 권한다. 여름에는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지낼 수 있으므로 베이크 아웃과 자연 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름철 입주자들이 새집증후군 증상을 덜 느낀다고 한다. 물론 입주하자마자 덥다고 창문 꼭꼭 닫아걸고 에어컨을 켜면 계절에 상관없이 유해 물질들의 직격탄을 맞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겨울철에 입주하게 될 경우에는 베이크 아웃과 자연 환기에 더욱 신경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로 바닥, 벽, 천장의 합판이나 파티클 보드 등에서 발생하는 포름알데히드는 온도가 높아지면 배출량이 많아지므로 실내 온도를 높이는 겨울철에 농도가 높아지기 쉽다. 흔히 이사철로 불리는 봄이나 가을은 겨울에 비해서는 유리하지만, 춥거나 덥지 않으므로 아예 환기 자체에 무관심해지기 쉽다. 실내 공기 오염도 면에서는 의외로 조심해야 할 시기이다.
입주 시기를 조절할 수 없을 때는, 건축 자재의 유해 물질을 신속하게 배출시키고, 공기 오염을 최대한 줄일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실시해야 한다. 한 가지 방법보다는 여러 가지방법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어떤 방법이든 지속적으로 꾸준히 실시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집 안을 초록으로 꾸며 음이온을 공급
다음으로 베이크 아웃(bake out)을 실시하라고 말한다. 베이크 아웃은 ‘태워 버린다’는 뜻으로 빈 집에 난방 시스템을 한껏 가동시켜 가구나 벽지, 바닥재 등에 숨어 있는 유해 물질들을 신속하게 배출시키는 것이다.
베이크 아웃을 하는 동안에는 창문을 활작 열어놓는 것이 필수인데, 비가 오는 날에는 비가 들이치지 않을 정도로 조금만 열어서라도 지속적으로 환기를 시켜야 한다. 베이크 아웃을 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먼저 외부와 통하는 모든 창문과 문을 닫는다.
2. 거실장 등 실내의 붙박이 수납 가구의 문과 서랍장을 모두 연다.
3. 보양지 등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는 모두 제거한다.
4. 난방 시스템을 가동시켜 35∼40°C를 유지한다. 단, 이때 난방 시스템 과열에 주의한다.
5. 4의 상태를 하루 10시간 유지한 다음 외부로 통하는 모든 문과 창문을 열어 1∼2시간가량 환기시킨다. 이 방법을 5회 반복한다.
6. 5의 방법이 여의치 않으면 4의 상태를 연속 72시간(3일) 정도 유지했다가 외부로 통하는 모든 문과 창문을 열어 5시간 정도 환기시킨다. 이 방법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
7. 1∼5의 절차에 따라 베이크 아웃이 완료된 다음에도 입주 전까지는 외부로 통하는 모든 창문과 문을 활짝 열어 지속적으로 환기시킨다.
8. 베이크 아웃 기간 중에는 실내에 임신부나 노약자가 출입하는 것을 금한다.
창을 열고 아파트의 ‘산소’바람을 공급
단, 베이크 아웃을 실시할 때 주의할 것은, 난방온도를 지나치게 급격히 올리면 마루가 변형되거나 벽지가 터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겨울에는 벽지가 터질 우려가 상대적으로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난방 온도를 최초의 실내 온도에서 5°C 이내로 단계적으로 서서히 올린다. 또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최소 5시간마다 한 번씩 온도와 가구·도배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좋다.
베이크 아웃은 여러 번 할수록 효과적이나, 계속 집을 비워둔 채 높은 난방비를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적어도 한 번 이상 실시한다. 주의할 것은 베이크 아웃 실시 후에도 지속적으로 자연 환기를 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기껏 베이크 아웃을 한 다음 창문을 닫고 생활하면 실내 유해 물질만 잔뜩 배출시켜놓은 꼴이 된다.
현재 신축 아파트에 살고 있는 중이라 베이크 아웃이 여의치 않으면 24시간 환기에 신경 써야 한다. 주말마다 1박 2일의 여행을 계획하고 그동안 베이크 아웃을 시행하는 것도 일거양득의 방법이이라고 저자는 조언했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자기가 살고 있는 주거 환경에 관심을 기울여 문제점을 직시하고, 돈을 적게 들이고도 더 나은 생활공간을 이루어내는 ‘리빙테크’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좋은 집’은 교통이 편리한 곳이나 좋은 학군에 위치한,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는 집이 아니라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