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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에 물을 주다
가뭄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밭 작물이 타 들어 간다. 깨와 고추 그리고 도라지를 심었는데 그 중 고추가 가장 가뭄을 탄다. 입이 하나 둘 말라 가는 것이 군데군데 보인다.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걱정을 덜어 드릴 겸 일삼아 물을 길러다 주었다.
두 바퀴가 달린 수레 안에 빨간 물통을 싣고 물을 가득 담아 밭까지 옮기고 거기서 농약통을 메고 물을 준다. 농약분무기의 끝 부분을 쇠톱으로 비스듬이 잘라 갈아 끼우고 농약통을 어깨에 메고 고추에게서 5~10센치을 띄어서 날카로운 분무기 끝을 오른손으로 땅에 꽂고 왼손의 상하 운동으로 물을 준다. 마음 속으로 6번씩 세고 다른 고추로 옮긴다. 400주 고추에 물 8통을 주고서야 일을 마쳤다.
물을 주는 중간 중간에 노린재(벌레)가 보이면 멈추고 노린재를 손으로 잡아 으깨어 죽인다. 아침 일찍 고추밭에 갔더니 고추가 가뭄에 타들어 가고 있는 것은 물론이며 노린재가 고추에 많이 매달려 있다. 방패 모양의 노린재는 손으로 잡으려 하면 마치 죽은 체하며 밑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죽은 듯 동작을 멈춘다. 그런 노린재는 흙에 떨어지면 흙과 같은 보호색으로 인하여 구분이 어렵다. 어머니는 매번 떨어진 노린재를 찾지 못하신다.
노린재 몇 마리를 잡아 가까운 농약상으로 갔다. 농약상 아저씨는 깨에게는 열매나 줄기에 상처를 내서 피해를 주지만 고추에는 별다른 피해가 없다고 그냥 두라고 하지만 어머니는 노린재의 배가 불룩한게 고추에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준다고 믿으시고 꼭 잡아 내려 하신다. 노린재는 가만히 손이 다가오면 바로 아래로 곤두박질치며 떨어지고 떨어진 그대로의 모습으로 동작을 멈추고 죽은 듯 가만히 있는다 조금 지켜보니 약 4초 정도 후에 가느다란 다리를 꼼지락 거리며 자리를 떠난다. 하잖은 미물도 이렇듯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신을 지켜나가는 모습에 놀라움이 컸다. 그리고 손가락 아래에 으깨어진 노린재에서는 싸구려 본드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시큼한 악취가 나온다. 아마 이 악취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노린재 잡기를 포기할 것이다.
들꽃탐사 보다는 먹고사는 일이 우선인지 틈만 나면 밭가로, 논가로 달려 갑니다. 하지만 6월 9일 오전은 비워 둘 생각입니다. 장성 입암산성 일대의 들꽃을 탐사할 생각에 그날이 기다려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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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노린재나무와 노린재 벌레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고요,
나주 들꽃탐사의 노하우를 빌리기 위해 선진지 답사 차원에서
내일 화순들꽃탐사 살짝 끼어가도 되는지요?
밥값은 지참하고 가겠습니다!
나무와 벌레는 별개인 것 같습니다. 노랗게 천연염색하는데 도움된다고 해서 붙여진 나무이름이라는데
노린재 벌레는 아무래도 고약한 냄새와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화순답사팀은 다소 자유분방하여 선진이라는 단어가 적절할지 모르겠네요
다만 양순님이 오신다면 김진수선생님이 더 열띤 설명이 기대되어 우리도 이익이죠 하하 !
저건 애벌레 보다 이쁘구만 비닐 봉지에 넣었다, 땅속에 묻으면 거름도 되고 좋지 않을까, 너무 잔인 한가?
엄지손톱의 1/4만한 크기야. 어머니 생각하고 지긋이 으깨는 일을 했지만 썩 내키는 않는 제거 작업이었다. 생각해 보니 조금 잔인했을까?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빨리 찾는 것이......^^
희옥형님!! 앞 뒤 송구함으로만 추카추카드립니다. 몇 개월 산이며 바다를 길로 지나고 돌아돌아서 오랜만에 카페에 들렀습니다. 화산관사에서 꽃밭 텃밭도 일구고 조석으로 물도 주면서..요. 요즘은 노린재도 잡는답니다.
추카에 고마움을 표하네. 늘 건강하게 힘있게 사는 조르바에게 고마움과 격려를 보내네. 그럼 또 연락하세
노린재가 좋아하는 먹이는 식물의 잎이나 열매, 작은 곤충등이라네요..뽕나무.아카시아나무.오동나무를 밭가까이에서
제거해주는것도 노린재의 서식 밀도를 줄여주는것이고 농약에 약해 살포하면 제거가 빠르지만 이웃하는 밭들과 공동 살포
해주는것이 효과적이고 오후 6~8시가 노린재 제거에 적당한 시간이랍니다...
조르바님 오랜만에 나오셨네요..잘지내시죠?...노린재 이야기에 슬쩍 ~~엉덩이 뒤미는 폼새가 여간 반갑지 않아요~^^
그렇군요. 퇴근 후에 노린재 소탕에 들어가야 겠습니다. 실은 고추나 오이잎이 무언가 벌레에게 먹혀 잎들이 상하는 것을 보면서도 약하는 것이 익숙치않고 귀찮아 손으로 잡으려는 것 뿐이랍니다. 약을 하는 것이 필요하기도 할텐데..요. ㅋ 해빈님께서도 잘 계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