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일본어]
濟む : 끝나다
일본어로 '미안합니다'를 '스미마셍(すみません)'이라고 한다. 일본어를 공부한 적이 없는 분들도 알고 있는 유명한 단어. 그런데 일본어를 꽤 공부하신 분들도 '스미마셍(すみません)'은 '스무(すむ, 濟む)'에서 나온 말이고, 원형도 무척 중요한 단어라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스무(すむ, 濟む)'는 '끝나다, 완료되다'라는 뜻이 본 뜻이다. '콘레이가 메데타쿠 스무(こんれいが めでたく すむ. 婚が めでたく 濟む. 결혼식이 순조롭게 끝나다)', '시켕가 스무(しけんが すむ. 試驗が 濟む. 시험이 끝나다)'처럼 사용한다.
어떤 일이 끝난다는 것은 '해결되다, 잘 되다'라는 의미도 있다. '스무(すむ, 濟む)'도 이런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욱 많다. '케가가 나쿠테 스무(けがが なくて すむ. 怪我が なくて 濟む. 일이 잘 되어 부상을 면하다)', '카네데와 스마나이 몬다이(かねでは すまない もんだい. 金では 濟まない 問題. 돈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 '햐쿠엔데 스무(ひゃくえんで すむ. 百円で 濟む. 100엔으로 충분하다)'처럼 사용한다.
'스미마셍(すみまえん)'은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미안합니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일까. '당신에게 미안한 것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관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언젠가 보답을 하겠습니다'라는 것에서 '미안합니다'라는 뜻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미마셍(すみません)'은 '고맙습니다(언젠가 보답하겠습니다)'라는 감사의 뜻으로도 사용되는 것이다.
일본의 불량배들이 많이 사용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길거리에서 어깨를 부딪쳤을 때 일반 사람들이 '스미마셍(すみません)'이라고 하면 불량배들은 "스미마셍데 스무나라 케이사츠와 이라나이요(すみませんで すむなら けいさつは いらないよ. すみませんで 濟むなら 警察は 要らないよ. 미안합니다라는 말로 일이 끝난다면 경찰은 필요 없지)"라고 한다. 부딪친 것에 대해서 치료비나 위자료를 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뜻이다.
覆面 : 복면
일본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은 '아쿠타가와쇼오(あくたかわしょう. 芥川賞. 아쿠타카와상)'다. 몇 년 전 재일동포 작가인 유미리씨가 '카조쿠 시네마(かぞく シネマ. 家族 シネマ. 가족 시네마)'로 같은 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올해의 '아쿠타가와쇼오(あくたかわしょう. 芥川賞)' 수상자 리스트에는 '복면 작가'가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무죠오타로오(むじょうたろう. 無城王太郞)'라는 필명의 작가인데, '복면 작가'라고 해서 복면을 쓰고 다닌다는 뜻은 아니다. '복면'은 '후쿠멘(ふくめん, 覆面)'인데, 타이거 마스크 같은 '후쿠멘 레스라-(ふくめん レスラ-. 覆面 レスラ-. 복면 레슬러)'들은 정말로 복면을 쓰고 다니지만 그 외의 경우는 조금 다른 뜻으로 쓰인다.
'후쿠멘 삭카(ふくめん さっか. 覆面 作家. 복면 작가)'는 매스컴과 인터뷰도 하지 않고 심지어 자신의 책에도 얼굴 사진을 싣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철저하게 베일 뒤에 숨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작가인 것이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후쿠멘(ふくめん, 覆面, 복면)'은 대개 이런 식으로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인다. '후쿠멘 쵸오사(ふくめん ちょうさ. 覆面 調査. 복면 조사)'는 조사의 내용을 숨긴 채 몰래하는 조사를 말하고, 잡지 같은 곳의 '후쿠멘 자당(ふくめん ざだん. 覆面 座談. 복면 좌담)'은 참석자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좌담 기사를 말한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후쿠멘(ふくめん, 覆面, 복면)'은 '후쿠멘 파토카-(ふくめん パトカ-. 覆面 パトカ-)'다. '파토카-(パトカ-)'는 '파토로-르 카-(パトロ-ル カ-. 패트롤 카)'와 같이 경찰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를 말한다. 대개의 나라들이 그렇듯이 경찰차는 독특한 모양을 지니고 있어서 쉽게 식별할 수 있다. '후쿠멘 파토카-(ふくめん パトカ-. 覆面 パトカ-. 복면 패트롤 카)'는 경찰차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일반 승용차를 사용하는 것이다. 때때로 신호 위반 단속 같은 일도 하기 때문에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존재다.
一筋 : 외곬
연애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내겐 너 하나 밖에 없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직역하면 '오레니와 키미시카 이나이(おれには きみしか いない. 俺には 君しか いない)'가 된다. 하지만 정말 일상에서 이런 말을 사용하면 조금 낯 뜨겁다. 그래서 '오레와 키미 히토스지다(おれは きみ ひとすじだ. 俺は君 一筋だ)'라는 말을 대용으로 사용한다.
'히토스지(ひとすじ, 一筋)'는 '한 줄기, 한 가닥'이라는 뜻이다. '히토스지노 카와(ひとすじのかわ. 一筋の川. 한 줄기 강)', '히토스지노 키보오(ひとすじの きぼう. 一筋の 希望. 한 가닥 희망)'처럼 사용한다. 그런데 '히토스지(ひとすじ, 一筋)'는 '외곬'이라는 뜻도 있다. 특히 남녀 관계에서 '오레와 키미 히토스지다(おれは きみ ひとすじだ. 俺は君 一筋だ)'라고 하면 '나는 너에게 외곬이다', 즉 '너 밖에 안중에 없다'라는 뜻이 된다.
'스지(すじ, 筋)'는 뜻이 많은 말이다. '쇼오세츠노 스지(しょうせつの すじ, 小說の 筋, 이야기의 줄기)'처럼 '줄기'라는 뜻으로도 쓰이고, '카타노 스지(かたの すじ, 肩の 筋, 어깨의 힘줄)'처럼 '힘줄, 근육'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재미있는 표현도 있는데, '스지(すじ, 筋)'가 '관계자'라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다.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말 중에 '소노스지노 히토(そのすじの ひと. その筋の 人)'라는 것이 있다. 직역하면 '그 계통의 사람'이라는 뜻인데, 보통은 일본의 조직폭력배인 '야쿠자(やくざ)'를 완곡하게 지칭하는 말로 쓴다. '야쿠자(やくざ)'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야쿠자(やくざ)'라는 말이므로 혹시 누가 들을까봐 돌려서 말하는 것이다.
'스지가네이리(すじがねいり, 筋金入り)'란 말도 재미있다. '스지가네(すじがね, 筋金, 철근)'가 들어있다는 것, 즉 철근콘크리트란 말인데 일상생활에서는 어떤 것에 확고한 신념을 지닌 사람이란 뜻으로 쓰인다. 즉 '스지가네이리노 호슈하(すじがねいりの ほしゅは. 筋金入りの 保守派. 확고한 보수파)'처럼 사용한다.
見舞い : 문안
일본에서 생활하다보면 엽서를 많이 받는다. 연초에 주고받는 연하장은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엽서를 많이 받는데 한 여름도 엽서를 많이 받는 시기 중의 하나다. 여름에는 '쇼츄우 오미마이(しょちゅう おみまい. 暑中 お見舞い)'라는 엽서를 주고받기 때문이다.
'쇼츄우(しょちゅう, 暑中)'는 '여름 중'이라는 뜻이고, '오미마이(おみまい, お見舞い)'는 '병문안' 같은 '문안'을 뜻한다. 일본의 여름은 무척 무덥기 때문에 자칫하면 건강을 해치기 쉽다. 그래서 건강하시냐는 문안의 뜻으로 '쇼츄우 오미마이(しょちゅう おみまい. 暑中 お見舞い)'라는 엽서를 주고받는 것이다.
그런데 게으른 사람들은 이런 엽서를 미리미리 보내지 못하고 받기만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잔쇼 오미마이(ざんしょ おみまい. 殘暑 お見舞い)'라는 엽서가 있다. '쇼츄우 오미마이(しょちゅう おみまい. 暑中 お見舞い)'가 한 여름에 보내는 문안 엽서라면 '잔쇼 오미마이(ざんしょ おみまい. 殘暑 お見舞い)'는 여름이 얼마 남지 않는 시기에 보내는 엽서인 것이다.
엽서의 문구는 판에 박혀 있다. 대개 처음에는 '쇼츄우 오미마이 모오시아게마스(しょちゅう おみまい もうしあげます. 暑中 お見舞い 申し上げます. 한 여름 문안 인사 올립니다)'나 '잔쇼 오미마이 모오시아게마스(ざんしょ おみまい もうしあげます. 殘暑 お見舞い 申し上げます. 남은 여름 문안 인사 올립니다)'로 시작한다.
그 뒤로는 '모오쇼가 츠츠이테 오리마스가, 이카가 오스고시데쇼오카(もうしょが つづいて おりますが, いかが おすごしでしょうか. 猛暑が 續いて おりますが, いかが お過ごしでしょうか. 맹렬한 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만,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처럼 상대의 건강이나 근황을 묻는 말을 쓴다.
문안 인사이므로 무척 어려운 존경의 말을 사용하는 것이 예의다. 정말로 보낼 필요가 있는 분은 일본의 검색 사이트에서 '쇼츄우 오미마이(しょちゅう おみまい. 暑中 お見舞い)'를 검색해서 원하는 문구를 찾으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