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11월 네 번째 목요일)은 미국의 추수감사절(秋收感謝節·Thanksgiving Day)이다. 우리나라의 추석처럼 멀리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모여 칠면조 통구이 파티를 연다.
이날 하루에만 미국 전역에서 4600만 마리의 칠면조가 요리된다.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에 도착한 청교도들이 첫 수확 뒤 신에게 감사를 드린 것이 이날의 유래다. 청교도들은 경작법을 가르쳐 준 인디언들을 초대해 칠면조 고기를 대접했다. 추수감사절을 ‘칠면조의 날(Turkey day)’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래서다.
추수감사절에 미국 대통령은 매년 칠면조 한 마리를 ‘사면’한다. 이 칠면조에겐 평생 편하게 살 수 있는 특권이 부여된다. 칠면조는 흰 머리 독수리 대신 미국의 국조(國鳥)가 될 뻔했다. 성품은 온화하지만 생김새가 ‘비호감’이어서 나라 새 경쟁에서 밀렸다고 한다. 칠면조 애호가였던 벤저민 프랭클린은 칠면조가 탈락하자 심하게 반발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칠면조도 닭처럼 고기와 알 모두를 사람에게 내어준다. 알에서 부화되는 기간은 28일이다. 닭에 비해 가슴살이 두껍고 체중이 암컷은 10㎏, 수컷은 15㎏에 달한다. 제철은 겨울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근육에 지방이 많아져 맛이 좋아진다. 육색이 신선한 핑크색인 것이 양질이며 생후 7∼8개월 된 수컷이 가장 부드럽고 맛 있다.
미국의 영양 전문가 스티븐 프렛 박사가 선정한 14가지 ‘수퍼 푸드’는 대부분 곡류·견과류·채소·생선·유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육류 중에 유일하게 칠면조 고기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칠면조 고기는 닭고기처럼 백색육(白色肉)이다. 프렛 박사가 가장 높게 평가한 부위는 껍질 벗긴 칠면조 가슴살이다. 기름기가 가장 적은 단백질 식품인 데다 혈관 건강에 해로운 포화지방의 비율이 극히 낮다는 이유에서다. 셀레늄·아연·비타민 B6·비타민 B12 등 각종 영양소도 풍부하다. 이 영양소들은 심장건강에 이롭고 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영양적으론 저열량·고단백 식품이다. 100g당 열량이 109㎉로 다른 육류에 비해 훨씬 낮다. 100g당 단백질은 21.8g, 지방은 2.9g 들어 있다. 단백질 중에선 피부 건강을 돕고 혈관·면역력을 강화시키는 콜라겐이 풍부하다.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의 비율이 높은 데다 혈압 조절을 돕는 칼륨이 100g당 296㎎ 함유돼 고지혈증·동맥경화증 예방을 돕는다는 것도 돋보이는 점이다.
칠면조 고기의 다양한 효능 중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은 우울감을 덜어주고 숙면을 도울 것으로 기대되는 트립토판(필수아미노산의 하나)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트립토판은 ‘행복 물질’인 세로토닌의 제조 원료다. 칠면조 고기·우유 등 식품을 통해 트립토판을 섭취하면 세로토닌의 분비가 촉진된다. 미국인들은 칠면조 고기를 ‘잠 오게 하는 고기’ ‘멍청해지게 하는 가금육’으로 여긴다.
칠면조의 영문명은 터키(Turkey)다. 터키인들은 자신들의 국가명이 조류인 칠면조와 동일한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터키’가 영어 속어로 ‘바보’ ‘겁쟁이’ ‘실패작’을 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