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 집합, 밤 10시쯤 하나부동산에서는 짱구님이 정성들여 삶은 달걀과
참석하지 못하지만 마음만은 우리들을 따라가고픈 오포소녀님이 찬조한 소시지를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한명 두명 모여 10명이 넘자 믿음부동산도 문을 열었다.
버스가 도착하기 전까지 사랑방이 되어 공룡을 만나기 전 마지막 이야기꽃을 피웠다.
공룡능선을 타기 위해 분당산사랑 회원들은 몇 주 전부터 광교산, 청계산, 수락산,
북한산, 남한산, 영장산까지 예비산행을 하며 10시간이 넘는 산행을 철저히 준비해왔다.
A코스로 갈 인원이 10명 남짓할 줄만 알았는데 웬걸~
거의 대부분이 A코스로 간다고 신청을 한 상태다.
(몇 주 동안 여성회원들의 길잡이가 되어준 산타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말로만 듣던 공룡의 등에 처음 오르는 사람들은 긴장, 불안, 초조함이 가득하다.
그뿐이랴? 기대와 설렘까지 더해진 수많은 감정이 마음 속에서 용트림을 하고 있다.
드디어 설악산으로 향할 38명의 전사가 다 모였다. 차안에서는 음주가 금지됐지만
가는 동안 마음을 진정시켜 편하게 잠들라고 풍천대장님이 약주를 조금씩 마셔보라며 술잔을 돌렸다.
(오미자주였나 매실주였나? 술을 마시지 않는지라 까먹었네.)
1시40분 설악휴게소에 내려 쉬어간다.
바깥에 나오니 5월 하순이라는 것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찬기운이 옷깃을 파고든다.
완전 겨울같은 날씨였다.
설마하고 얇은 겉옷만 챙겨왔는데 배낭에 박혀있는 장갑과 넥워머 털모자까지 모두 꺼내썼다.
설악산은 더 추우면 어떡하지? ㅠㅠ
풍천 대장님은 오늘 날씨가 끝내줄것 같으니 추억에 남는 사진 많이 찍으라며 걱정을 누그려뜨려 주셨다.
오늘은 새벽 3시부터 12시간 이상을 걷는 강행군을 해야한다. 절대 선두대장을 추월하지 말을 또한번 강조하셨다.
2시 30분쯤 설악산 소공원에 도착했서 내렸는데 다행히 춥다는 느낌은 없었다.
까만 하늘에 보석같은 별들이 반짝거리며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부처님 오신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신흥사에서 달아놓은 연등이 매달려있다.
우리가 입장한 시각은 정확히 2시 42분! (사진을 찍으면 시간정보가 다 나와있다)
10만원이 넘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다. 어쩔 수없이 내야하지만 늘 불만인 문화재 관람료다.
우린 플래시 켜도 앞사람 발밖에 못 보고 올라가건만 새벽 3~4시 입장료는 50%할인해야한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반달가슴곰상 앞에 모여 작은 소리로 구령을 붙이며 체조를 했다.
등배운동하다가 바라본 밤하늘은 그야말로 활짝 연 보석상자였다.
드디어 선두 출발, 플래시를 켜고 앞으로 나아갔다.
한참을 올라가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칠흑같은 어둠 속에 작은 불빛들만 일렬로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탄광에서 헤드라이트만 켜고 일하는 광부들 같았다.
우리 팀도 아우성님과 단풍리님이 쌍라이트를 비추어준다.
시멘트 바닥에 부딪치는 스틱소리가 여기서는 신호음이 되어주고 있다.
물웅덩이가 나올 때마다 좌우로 밀착을 하며 조심조심 올라갔다.
세상이 까매서 폭포의 비경을 보지만 못 하지만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신나는 산행임에 틀림없다.
드에 땀이 배기 시작하자 멈춰서서 한 꺼풀 벗고 간다.
"전하 벗었사옵니다. 이제 어찌 하옵니까? "
"알아서 벗었느냐? 벗으라고 할 때 벗거라! 왜 아무때나 아무데서나 벗느냐?"
재미난 농담 따먹기를 하며 웃음 한 보따리 풀고 다시 비선대를 향해 간다.
비선대에서 B팀이 쪽문쪽으로 올라간다. B팀의 대장은 춘추공님께서 맡아주셨다.
1시간지날 때마다 13시간을 걸을테니 1/13지났구나 생각하면서 올라갔다.

산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조박사님께서 살짝 지쳐하셨지만 든든한 후미대장님께서
마음을 편하게하는 말씀을 해주시며 어슴푸레 빛나는 능선까지 잘 올라왔다.
동쪽하늘은 해가 뜨려고 준비 중이다. 금방이라도 저 붉은 기운이 사그러질세라 카메라를 눌러댔다.
오르면 오를수록 감탄사를 연발하게 할 비경이 기다리고 있음을 늘 잊는다.
시뻘건 태양이 우리가 서있는 쪽으로 레이저를 쏘듯 박혀왔다.
순간 내 눈을 의심하게 할만큼 바닥이 붉게 물들었다.
속초 앞바다에 금빛 물결 일렁이는 모습도 보이고, 설악에 숨어사는 공룡의 등줄기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이르렀다.
계속 웃음만 나는 건 왜일까? 나도 드디어 공룡을 만나는구나.
사진이나 동영상으로도 지금의 느낌을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등령 삼거리를 향해 다시 발을 옮겼다. 낙엽이 높이 쌓인 푹신한 길도 나오고 바위조각이 너덜너덜해진 너덜지대도 지난다.
함박꽃이 핀 모습이 참 곱다. 시기적절하게 피어나는 분홍색 철쭉도 눈을 즐겁게 해준다.
꽃이 진 자리에 노루 귀처럼 생긴 잎을 내민 노루귀도 보이고, 모녀의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족도리풀도 종종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 아주 작게만 보이던 철계단에 이르렀다.
아우성님은 팀을 잃은 채 홀로 산행을 하는 젊은 아가씨 사진을 찍어주며 우리 팀과 같이 가자고 작업(?)을 한다. 근데 중간에 사진찍다보니 어디론가 새버렸네~ ㅋㅋ
네 시간 넘게 걸어왔는데도 갈 길이 멀다. 7시 10분, 후미조 10명은 마등령삼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아침식사를 한다. 꽃이 진 얼레지가 지천이었다.
웬만해서는 보기 힘들다는 큰앵초와 금강애기나리를 실제로 보는 행운을 얻었다.
또 한 번의 식사가 남아있어서 절반 정도 음식을 먹어야 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평지에서 맛있고 평온한 식사를 했다.
또 두세 번의 인원점검놀이를 하며 38명을 맞춘다.
바다쪽에서 바람이 쌩쌩 불어 모자가 날아갈 정도일 때도 있고, 고요한 비탈길을 만나기도 한다.
왜 이 구간을 공룡능선이라고 이름붙였는지 조금은 알겠다.
일반적인 능선은 비슷한 높이의 평탄한 길이 이어지지만 공룡능선은 올라갔다 내려왔다하는 구가구간 계속 반복돼서 그런 것 같다.
바위가 참 많기도 많다. 바위산에 오면 늘 하는 이름짓기놀이를 해본다.
우럭바위가 다른 산에도 있겠지만 여기서도 한 마리 만났다.
비선대쪽에서 기도하는 사람의 모양을 한 바위를 봤는더 또 한 명이 기도를 하고 있다.
커다란 고래의 머리모양도 보이고 아무튼 셀 수 없이 많은 기암괴석이 사진 포인트가 되어주었다.



에델바이스는 스위스 알프스에서나 있는 줄 알았는데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은회색 꽃잎을 하늘거린다.
난쟁이붓꼿도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야생화에 관심이 많아서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는 보지 못한 꽃들이 많았는데 공룡 등에 숨어 살고 있었던가보다.
안전로프가 설치된 급경사길에서 짱구님은 아우성 조교님의 특훈을 받았다.
아마 다음에 복습할 때는 능숙하게 내려갈 것 같다.
아침 9시, 희운각대피소 방면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잠시 쉬어간다.
땀을 닦고 물을 마시는 이 시간에도 사방이 아름다운 경치로 꽉 들어차있다.
아래쪽에서 모자가 날아갈 정도로 세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야호~ 하면서 외쳐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당연히 단체사진 한 방 찍고 갈 타임이다. 모두들 7시간 동안 산길을 걸어온 사람들의 얼굴이 아니었다.
놀이동산에서 긴 줄을 기다렸다가 이제 막 스릴만점의 놀이기구를 타는 신나는 얼굴들이다.
우리들의 모습은 14~15시간동안 에버랜드에서 개장할 때 들어갔다가 야간 퍼레이드가 끝날 때까지 지치지 않고 노는 청소년인 셈이다.
산은 이렇게 우리에게 젊음을 선물해준다. 공룡 등에 올라타서 놀고 있는 우리들은 시간이 지나도 나이를 먹지않는 피터팬일 뿐이다.
10시쯤 선두와 후미가 한 자리에 모였다.
간식도 먹고 다리도 좀 풀면서 사진을 찍으며 쉬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니 그 또한 장관이었다.
깎아지른 바위들이 선인장 가시처럼 솟아있는 모습이 봐도봐도 신비롭기만 하다.
분명 바위는 한 덩어리일텐데 어떻게 저런 경관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곳곳에 낙석주의 표지판이 보인다.
11시 30분, 신선봉으로 가는 길,,,, 쉽지 않다. 조금씩 다리가 뭉쳐오는 시각이다.
푸른안개 고문님이 스프레이 파스를 뿌리니 아따성 총무님이 새하얀 장딴지가 드러나게 옷을 걷어올린다.
"전하~ 저에게도 좀 뿌려주시옵소서."
연약해 보이는 저 장딴지가 아주아주 자랑스럽기만하다.
길이 하나밖에 없으니 선두는 산으로 회장님께 맡기고 중간에서 후미를 살피며 가겠다는
풍천 대장님이 멋진 포토존을 찾아내 한 명씩 사진을 찍어주신다.
1시쯤 돼서 희운각 대피소와 양폭대피소 삼거리(무너미고개)에 도착하니 풍천대장님이
후미조와 희운각대피소까지 갔던 산타페님과 젬마님을 기다리고 계셨다.
내리막길이라고는 하지만 점심도 먹어야하고 B팀과 헤어졌던 비선대까지는 아직도
5km나 남아있고 또 비선대부터 소공원까지도 3km 남은 상황이다.
공룡의 등에서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는 걸 느꼈다.
1시 40분쯤 어쩔 수 없이 선두와 후미는 따로 점심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지쳐가는 가운데 다람쥐 녀석이 우리들을 즐겁게 해준다.
설악산에 있는 다람쥐들은 사람을 봐도 잘 안 도망간다. 그리고 빤히 쳐다본다.
뭐 먹을 것을 달라는 듯이!! 그래서 소시지를 조금 줬더니 아주 맛있게 먹는다.
그 표정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른다.
2시 40분쯤, 양폭대피소 도착. 여기서부터는 그리 어려운 길은 없다.
그런데 계단과 고무로 된 미끄럼방지판, 바닥의 구멍 많아서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계단 아래로 흘러내리는 물줄기 소리가 경쾌하다. 알탕이 가능하다면 난 과감히 폭포에 뛰어들고 싶었다.
푸른안개 고문님, 경아님, 조박사님이 걷기 불편하여 차량이 갈 수 있는 곳까지
와줄 수 있냐고 설악산 관리사무소와 119에 연락을 해봤는데 더 큰 사고가 발생하여
전원출동한 상태라고 한다.
어쩔 수없이 무겁고 불편한 다리로 소공원까지 내려오는 수밖에 없다.
대부분 5시 이전에 하산했지만 아직도 우리 팀은 5명이 미도착이다.
늘푸른대장님은 아쉬운대로 휠체어를 끌고 푸른안개 고문님을 태우고 오셨다.
38명의 전사 중에서도 후미에서 힘겨워하는 3명을 챙기며 내려오시느라 애쓰신
풍천대장님과 매송대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14시간의 길고 긴 장정을 끝마치고 저녁식사 하는 속초중앙시장으로 갔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꽉 들어차있다.
예약된 지하 수산물회센터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6시 30분)
기사님은 차 세울 곳도 없어 따로 식사를 하셔야 했다.
싱싱한 생선과 문어회를 맛봤다. 오늘따라 평소보다 더 많은 빈 술병이 쌓였다.
술이 많이 고팠을 것이다. 산사랑은 이렇게 또 하나의 역사를 쓰고 돌아왔다.
첫댓글 함께 공룡을 탔습니다. 오르고 내리고 반복된 산행에서 고됨과 즐거움 모처럼만에 내가 산악인이 되어 가고 있구나.ㅋ 아직 멀었지만 산을 느끼고 사랑 하게 되었나봅니다. 서로서로 위해 주는 가족 같은 산사랑 사랑 합니다. 모두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꾸벅꾸벅. 산행기 쓰느라 고생한 울 싹수 누나가 사이다 쏜다.기둘려♡♡♡♡♡
남매(男妹) 사이다!! 주시는겁니까? ㅎㅎ
@싹수 당연하지요. 돌쇠 동생 항상 건강하고.즐겁게
산행하자궁~~
악명높은 코스
14시간이 넘는 장거리임에도 많은 인원이 참여하여
일사불란하게 완주한 산사랑 산우님들~정말 대단합니다!
이미 우리 산우회는 전원 베테랑의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이런 자세로 아주 길게 산행을 즐깁시다. ^&^
조금 길게 걸었다고 곡차값 부담을 더 드려서 총무님께 쬐끔 미안하기도 해요.
그 책임은 동해의 너무 맛있는 안주에게 돌려야 하겠지요? ㅎㅎㅎ
정말 대단한 분당산사랑입니다.
저력이 넘치는 산우회임을 다시 한번 깨닫고 왔습니다. ^^
큰사고 없이 하산해서 산우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싹수의 산행기는 그야말로 청량제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고 ...
정말 저이 넘치는 분당산사랑이었어요.
공룡 위에서 보고 느꼈던 모든 것이 오래도록 남을것 같아요.
몇년 전의 설악산 산행(오색~대청~희운각~양폭~비선대~매표소)도 좋았지만 이번 산행은 정말 좋았습니다. 수고하신 임원진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산행기, 비디오 처럼 생생하네요.짝짝짝.
감사합니다. 글로도 영상으로도 표현 못할 산행이었어요. 최고!!
싹수님의 산행기를 보니 한편의 단편소설을 읽는 착각과 공룡능선을 다시한번 되새겨봅니다.
산사랑산우회님들의 가족같은 분위기에 애정이 물씬 넘쳐흐릅니다^^
산행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고 왔습니다. 앞으로도 즐거운 산행 이끌어 주셔요.
재밌게 읽으셨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
공룡이 분당산사랑을 엄청 반겨주었나 봅니다..날씨도 좋고 여러분들 표정도 좋고..
싹수님 산행기 사진 공룡대신하여 잘보고 갑니다
차 탑승해서 체리콕 없어서 좀 서운했어요.
다음에 또 공룡한테 갈 때는 같이 가자구요!
자매님 3분(이현주,김은자,이경희)이 마중나오셨는데...
잊지 않겠습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챙겨주신 대장님들 덕분에 무사히 A팀 성공 감사합니다 덕분에 너무도 행복한 산행하고왔어요 그길을 3번째 걷고왔지만 또 가고싶답니다 정말 한권에 소설을 읽고있었어요 싹수님 감사합니다
산행기로도 사진으로도 동영상으로도 표현하지 못한게 많은 공룡능선이었습니다. ^^
공룡,,,,가도 가도 또 가고 싶은곳,,,,,,산행기를 읽다보니 옜날이 그리워 집니다....^^
반갑습니다

옛날 생각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