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헤스라는 이름만 들어봤지 어떤 인물인지 어떤 소설인지를 모르고 살았다.
어딘가에서 이 책을 보게 돼서 이 책과 작가를 찾아보니
20세기 구조주의 작가들이 보르헤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기도 하고, 아르헨티나 태생의 작가이기도 해서 라틴문학의 거장이라고 하면서 라틴문학은 그를 중심으로 보르헤스전과 보르헤스 이후의 문학으로 나누어진다고 하는등 여러곳에서 보르헤스와 그 작품을 훌륭하다고 소개를 하고 있다.
이번에 구입한 민음사판 '픽션들'은 에셔의 손을 그리는 손을 책표지로 사용했는데 이 소설의 내용을 너무도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표지의 느낌처럼 책의 내용들은 대부분 환상특급을 탄 느낌처럼 계속 이어진다.
하지만 책은 너무 읽기 쉽지 않았다.
중간 중간 작가가 쇼펜하우어, 드퀀시,마우트너, 체스터턴 레옹블로아등 수많은 철학자 작가 등의 이름을 대면서 어려운 이야기들을 끌어가다 보니 중간 중간 졸기도 하고 졸다보니 맥락을 놓치기도 하고, 그와중에 환상속의 이야기들이 나오다 보니 어렵기도 하고 정신없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바벨의 도서관이나 원형의 폐허들등을 읽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영화를 만든 감독들이 보르헤스의 영향을 받았슴이 분명하다고 생각할만큼 그 느낌이 비슷하다.
이 책은 여러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중 몇몇이 나에게 확 와닿았다. 바벨의 도서관과 원형의 폐허들이 그 작품들이다.
'바벨의 도서관'을 보면 끝없이 이어지는 육각형 도서관이 있고, 그 안의 무한한 책들 속에 무한의 확율로 의미없는 조합의 글자들이 어디에선가 의미있는 책들이 존재하고, 이 책들의 암호해독서가 있을것이며 그 책을 살펴본 사람을 찾아 순례하는 이들이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원형의 폐허'를 보면 꿈속에 존재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자기 역시 누군가의 꿈속의 환영임을 깨닫는 이야기로 끝은 맺는다.
예전 내가 좋아하던 영화들 알고 봤더니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단지 13층안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는 '13층' 이라던가
꿈 속의 꿈속의 꿈으로 들어가는 인셉션, 그리고 그 영화에 표현되는 입체의 계단과 건물들은 에셔의 그림에서 봤던 이미지 인데 그 모든 것들이 호르헤스의 작품과도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놀란 감독에게 물어보면 백프로 이 책과 에셔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오마주로서의 표현이었다.
그 외에도 열거하자면 많겠지만 기억의 문제도 있고해서 더 이상은 소개를 하기 힘든 감이 있다.
우리 식구들에게 추천을 하자면. 다 읽지는 말고 내가 소개한 단편 두개 정도로 끝내면 보르헤스 작품을 맛보기에도 충분하고 어렵지 않아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