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큰소리 나게 싸웠는 데 뭣 때문에 싸운건지 몇일 지나니까 도저히 생각이 안난다. 이제사 기억이 나는데 스카치 테이프 때문 이었다. 내가 한문으로 남편이 좋아 하는 문구 "일체유심 지족자부" 작품을 했었는데, 한장은 족자 해서 걸어두고 내 버리려 했었던 연습지 의 글씨가 아깝다고 남편이 아들방 문짝에 붙여 놓았다. 수십번 글씨 잘썼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아서 기분 나쁘진않았다. 화선지를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 놓았으니 몇달이 지나니까 군데 군데 너덜 거린다. 몇달 조용히 싸움 없이 살고 있는데 그 날 아침에 다정히 불러 스카치 테이프를 가져 오란다. 원래 부터 우리는 둘이 합동으로 일하면 꼭 싸움이 나는데 깜박 하고 다시 그따위 짓 을 했다. 남편이 테이프를 일정길이로 끊어서 나를 주면 내가 너덜 거리는 곳에 붙인다. 두개 째 떼어 주면서 남편이 "길게 붙여!" 이런말을 한다. 세개째의 테이프를 주었을때 나는 가로로 붙이던 것을 세로로 얇게 붙였다. 그 순간 부터 남편의 욕설과 악담은 그치질 않는다. 그렇게 멍청하냐, 답답 하다, 그러니 잘 될게 있냐, 어떻게 대가리가 그따위냐. 스카치 테이프를 어떻게 그딴식으로 붙일수가 있냐, 등등 그치질 않는다. "난 이렇게 붙일때두 있어! 당신이 길게 붙이라는 말을 왜해?" 나의 이말은 휘발유를 불에다 끼엊는 꼴이 되어 목소리는 더욱 커진다. 낼모래 기브스 풀러 병원 가기 위해 머리 감기고 씻겨 주어야 하는 상황 인데 큰일이다. 일단 씻기는 것을 저녁으로 미루고 나왔다. 사과 문자를 몇차례 보내고 남편의 마음을 다독여 놓았다. 내 죄는 없지마는 죄없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다 내 죄로 사과 했다. 저녁에 집에 가보니 남편이 아직도 화가 안풀려서 소리 지른다. 은둔 증 환자 여서 아무 때고 한번 울화를 풀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나한테 봉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 그렇게 성질은 부리면 어쩌냐?"고 했드니 "니년이 날 씻기고 무슨 공치사를 하려고 그래? 나혼자 할거야" 소리 치고 한 손으로 머리를 감으려고 욕실로 들어 간다. "내가 다 해줄께" 이러구 달랬다. 혼자 물받고 한손으로 하기가 난감 했는지 나 에게 맡기고 마루에 누워 머리를 욕실로 댄다. 머리 감기고 변기위에 않히고 씻기니 조용해 지면서 언제 싸웠는지 잊어버리고 밥먹는다. 장 애인 활동보조 할때에 목욕 시키던 경험으로 변기위에 앉히고 잘 씻겼다. 스카치 테이프 가로로 붙일것을 세로로 붙였다고 그리 도 화가 날까? 옛날에 신신 파스 두장 길게 붙이라고 했을때도 한바탕 날리 난적이 있긴 했었다. 이제 길게 붙이라는 말을 잘 해석 해야 될 일만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