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
오늘 이 밤,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셨습니다.
오늘 제 1 독서의 이사야 예언자가 예고한 것처럼 어둠 속을 걷던 백성에게 빛을 비추어 주시고자, 암흑에 사는 이들에게 빛을 비추어 주시고자 하느님이 친히 인간이 되셨습니다. 빛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신 그 분은 우리들이 짊어진 멍에와 어깨에 멘 장대를 모두 치워 주시고, 오늘 제 2 독서의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당신의 은총을 우리에게 주시고자 우리 곁에 당신을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하느님이 우리를 만나기 위해, 우리에게 당신의 사랑을 주시기 위해 인간이 되어 우리 곁에 오신 것입니다. 그 하느님이 아기가 되어 우리 곁에 오셨습니다. 아주 작은 아기, 엄마의 품에서 한없이 작고 약한 모습으로 안겨있는 한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오셨습니다. 이 아기의 탄생으로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 한 아기의 탄생으로 이루어진 이 만남으로 오늘 이 밤은 거룩한 밤이 됩니다.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이 이루어진 거룩한 밤. 이 밤을 하늘의 모든 천사와 군대들이 그리고 땅의 모든 이들이 축하하며 그 기쁨을 함께 나눕니다.
그런데 이 거룩한 밤에 이루어진 만남이 이루어지기까지 또 다른 많은 만남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를 만나고 또 목자들이 천사들을 만납니다. 그리고 목자들은 마리아와 요셉과 아기를 만나며 나이 많은 시메온과 한나는 성전에서 그 아기를 만나게 됩니다. 이 만남을 통해 그 모든 사람들이 변화됩니다. 거룩한 아기,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을 만난 모든 이들은 그 만남을 통해 그들의 마음이 그리스도의 평화로 가득 차게 되고 그를 통해 변화되기에 이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루카 2,10-12)
두려움에 떨고 있던 목자들에게 전한 천사의 이 말씀처럼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는 우리를 만나기 위해 인간이 되신 하느님 그 분이시며 그 분은 우리에게 큰 기쁨을 가져다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 기쁨이란 다름 아닌 두려움에 싸여 있는 우리에게 위로와 위안을, 멍에를 지고 힘겨워 하는 우리의 어깨에 당신의 편한 멍에를 그리고 죽음의 두려움에 떠는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심으로서 비롯되는 기쁨과 평화입니다.
구유에 아기의 모습으로 오신 하느님 그 분을 바라보십시오. 그리고 아기의 모습으로 오신 그 분은 만나십시오. 거룩한 아기 예수님을 만난 모든 이들이 그 분과의 만남으로 모두 변화되었듯이 여러분 역시 그 분과의 만남을 통해 변화를 체험하십시오. 그리스도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 안에 자리하게 될 것입니다. 그 평화를 느끼고 체험하십시오. 그 평화가 여러분에게 기쁨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바로 이 기쁨과 평화가 인간이 되어 오신 하느님, 아기가 되어 우리 곁으로 오신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고자 하신 선물입니다. 하느님이 인간이 되신 이 밤,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이 이루어진 거룩한 이 밤, 조용한 침묵 가운데 우리를 만나기 위해 오신 그 분을 바라보며 그 분과의 만남의 시간을 갖도록 합시다.
“구유의 아기 안에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자비로우시고 좋으신 하느님은 우리를 축복하소서.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이 우리와 함께 우리 안에서 잘 이루어질 것을 우리에게 약속하신, 이 아기의 탄생에 대한 기쁨으로 우리의 마음을 가득 채우소서. 하느님은 우리에게 이 아기의 고운 사랑을 선사하시어,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사랑 깊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하시고 또한 우리의 가족과 친구들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소서. [...] 우리를 보호하시는 하느님 아버지와 우리의 길에서 우리와 함께 해 주시는 성자와 우리를 사랑으로 가득 채우시는 성령께서는 우리를 축복하소서. 아멘.”(‘안셀름 신부의 성탄 선물’ 중에서, pp111-112.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