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을 보고 있으면 나무의 형태는 보이지만 이 나무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에 대해선 알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이 존 버거가 깊이 생각하던 점이 아닌가 싶다. 사진의 진짜 내용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특히 이 사진의 경우 눈으로만 보지 않고 이 나무를 바라보며 교감하면서 이 사진의 의미를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기슬기 작가의 이 사진이 존 버거의 특성과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는 ‘사진의 진짜 내용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이 사진은 한 눈에 봤을 때 도저히 이 사진의 의미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이 사진의 설명을 읽어보면, 전시장에서 액자 유리에 반사되는 관람객과 전시장 조명과 그림자 등의 관계를 탐색한다고 적혀있다. 이 부분에서 존 버거의 사상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이 사진을 보면 그냥 말라가고 있는 식물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존 버거처럼 생각해보자면 이 식물이 살아온 일생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 이 식물이 씨앗이던 시절부터 성장하며 이렇게 마른 식물이 되기까지 어떠한 과정이 있었는지 생각해본다면 이 사진에 대해 더욱 자세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바위처럼 보이는 저 거대한 형체가 저렇게 공중에 띄워져 있기에 이 사진은 우리의 눈으로는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하지만, 이 사진의 의미를 알기 위해선 저 바위의 위치에 집중하기 보단 어쩌다 저런 상황이 생기게 됐는지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이 사진에 대해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