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와 가나안 여자 (1500) - 후안 데 플란데스

[세잎 클로버]

그리스도와 가나안 여자 (1500)

후안 데 플란데스

Juan de Flandes, Christ and the Cananite, c.1500

후안 데 플란데스(Juan de Flandes, a.1465-1519)는 플랑드르 출신으로

15세기 후반부터 16세기 초반까지 스페인에서 활동한 화가이다.

그는 1496년 현재의 스페인 중부에 있던 카스티야 연합왕국으로 이동해

카스티야의 여왕인 이사벨라 1세를 섬기는 궁정화가로 활약하였다.

그는 스페인에서 활동하며 종교적 주제의 작품을 제작하였고,

특히 15~16세기부터 스페인에 전해지기 시작한 르네상스 미술을 기반으로

작품을 제작하였는데, 원근법의 사용이 두드러지고

서정적인 풍경 표현과 완벽한 구도가 돋보이며,

인물과 풍경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Juan de Flandes, Polyptych of Isabel the Catholic, c.1500

그가 1500년경에 그린 <그리스도와 가나안 여자>는

마태오복음 15장 21-28절과 마르코복음 7장 24-30절이 그 배경인데,

이것은 이사벨라 1세를 위해 만들어진 제단화

<그리스도의 생애>와 <성모의 생애> 47개의 작은 패널 중 하나이고,

이 작품은 현재 마드리드 왕궁에 소장 되어 있는 15개의 패널 중 한 개이다.

이 작품의 배경에는 멀리 맑고 푸른 하늘 아래 산과 바다가 보이고

중경에 박공지붕을 한 티로와 시돈 지방의 건물이 보인다.

감청색 옷을 입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거느리고

바위 절벽을 지나 마을로 들어서는데,

그 고장에서 어떤 가나안 부인이 나와, 제자들에게 다가가 애원하고 있다.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습니다.”(마태 15,22)

그녀는 제자들을 붙들고 자기 딸에게서 마귀를 쫓아내 주십사고 청하고 있다.

그러자 베드로로 보이는 붉은 옷에 파란색 튜닉을 두른 제자가

제자들 무리에서 이탈해 예수님께 다가와 말하였다.

“주님, 저 여자를 돌려보내십시오.

우리 뒤에서 소리 지르고 있습니다.”(마태 15,23)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손짓으로 거부의 의사를 표시하시며 대답하셨다.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마태 15,24)

그러나 또 다른 모습으로 어떤 부인이 예수님께 무릎을 꿇고 간절한 눈빛으로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마태 15,25) 하고 간청하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그녀에게 차가운 시선으로 말씀하셨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마태 15,26)

그러자 그 여자가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마태 15,27)

하고 팔을 벌려 말하였다.

그녀는 예수님의 뜻을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오른손을 들어 축복하시며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마태 15,28)

바로 그 시간에 그 여자의 딸이 나았다.

작가는 세련된 색감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그리스도와 가나안 여자의 옷에서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가나안 여인은 활동적인 색인 황갈색 원피스를 입고,

믿음을 상징하는 흰색 모자를 쓰고 흰색 옷의 소매를 하고 있으며,

희망을 상징하는 녹색 튜닉을 걸치고 있는데,

이는 예수님에 대한 그녀의 강한 믿음과

딸을 마귀에게서 구하려는 강한 희망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특히 가나안 여자의 옷 주름이 그녀의 굴곡진 인생처럼 세심하게 표현되었다.

왼쪽의 암석과 사도 뒤의 가파른 바위산은

15세기 플랑드르 거장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사실적으로 세밀하게 그렸다.

바다와 작은 배가 있는 배경의 바닷가 풍경과 박공지붕이 있는 건축물도

작가의 고향인 플랑드르에서 유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