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하구에 위치한 을숙도. 날씨가 풀리면서 낙동강 하구로 나들이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시원한 강바람을 가르며 낙동로를 달리는 기분은 한주간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드라이브 끝에 먹는 맛있는 음식은 또다른 재미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이라 그런지 이곳 주변에는 주로 회나 조개 전문점들이 많다. 부산 사하구와 강서구 일대에서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맛깔스러운 음식점을 알아봤다.
◇ 사하구 하단 '하동포구' - 섬진강 재첩으로 우려낸 진국
"재첩국 사~이소."
어릴적 골목에서 울리던 아줌마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 낙동강하구에서 많이 잡히던 재첩의 생산량이 줄기 시작하면서 정겹던 이 목소리는 이제 추억이 되었다.
하동포구라는 상호를 단 이 집 역시 낙동강 재첩을 재료로 사용하지 않는다. 하동 섬진강의 재첩이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 집은 목재 인테리어가 독특하다. 입구부터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더니 내부로 들어가니 전부 갈색이다. 2층까지 이어진 목재 인테리어 한켠에는 갈탄을 태우는 난로가 눈에 띈다.
"당뇨로 고생하다가 의사의 권유로 재첩을 먹은 후부터 몸이 한결 좋아져서 내친 김에 음식점까지 열게 됐다"고 말하는 하종철(45) 사장은 재첩진국과 재첩회를 자신있게 내놓는다. 갈색 그릇에 담긴 5~6가지 반찬과 어우러져 보기에도 맛깔스럽다. 뽀얀 재첩진국을 한술 뜨니 국물맛이 시원하고 진하다. 진국이라더니 정말 이름값을 하는 듯하다. 비결을 물었다.
"섬진강에서 잡은 재첩은 해감을 위해 하룻밤 물에 담근 뒤 몇 번 씻어내야 한다. 모든 과정을 수돗물이 아니라 산의 약수로 처리한다. 마지막으로 세척한 약수로 재첩을 삶는다." 물이 중요하다는 대답이다.
술먹은 다음날 속풀이용으로 알맞겠다는 말에 하 사장은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을 강조한다. 언제 찾아와도 문이 열려 있다는 믿음을 고객에게 심어주기 위해 명절에도 문을 연단다.
양념에 무친 재첩회는 매콤달콤해 입속에서 사르르 녹는 기분이 든다. 야채와 양념맛 속에 재첩이 진한 뒷맛을 남긴다.
재첩을 이용한 다양한 음식이 메뉴판을 장식하고 있다. 술꾼들을 위해 재첩빈대떡 재첩해물파전 재첩찜이 안주로, 간단한 요기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재첩해장라면도 눈에 띈다. 또 젊은이들의 입맛을 위해 점심 특별메뉴로 갈비찜정식과 영양돌솥밥이 있다. 재접국 정식 5000원, 재첩진국 정식 1만원, 재첩회 1만5000원(소) 2만원(대), 갈비찜정식 5000원. 206-4570
◇ 강서구 명지 '명물횟집' - 쫀득쫀득한 맛…지금이 제철
낙동강하구둑을 건너 명지쪽으로 길을 접어들면 녹산산단 가는 길에 모텔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모텔 사이를 끼고 들어서는 순간 만나는 간판은 '선창회센터'.
조개수육과 조개탕으로 유명한 음식점들이 모여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회센터가, 오른쪽에는 아담한 건물에 8개의 조개탕집의 간판이 보인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조개는 모두 낙동강하구에서 채취한 것들이다.
음식점 중 명물횟집에 들어서면 통유리를 통해 바다 건너 을숙도의 갈대가 한눈에 보인다. 탁트인 전망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입구 오른쪽의 큰 수족관에 조개가 들어 있다. 뒤편에는 강변으로 바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있다.
이곳 회센터는 설립된지 2년이 조금 넘는다. 그래서인지 명물횟집의 실내는 아담하고 깨끗해 가족이나 연인들이 식사나 술 한잔하기에 적당할 듯하다.
조개탕과 수육을 주문하니 곁들여 나오는 반찬이 푸짐하다. 갈매기조개와 백합을 섞어 끓인 조개탕 국물은 보기에도 시원한 느낌을 준다. 양념이 따로 없다. 조개와 함께 땡초 파 소금이 전부다. 하지만 한입 떠넣으면 땡초와 조개맛이 어우러져 맵싸하면서도 시원하다. 어느 광고문구처럼 국물맛이 끝내준다.
박달님(51) 사장은 "조개탕 맛은 조개 자체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마늘이나 다른 양념이 들어가면 텁텁해진다"고 말한다. 박 사장은 지금이 조개철이란다. 여름이 되면 질겨서 맛이 떨어진다고.
갈매기조개를 삶은 수육. 노르스름하면서 붉은 조개의 속살이 예쁘기도 하지만 접시 아랫부분에 받친 램프가 이색적이다. 조개가 식으면 맛이 떨어진다는 생각에 박 사장이 고안한 램프다.
초장이나 고추냉이 양념에 찍어 먹으면 조갯살의 쫄깃함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탕의 조개맛과 비슷하면서도 쫀득거리는 느낌이 다르다. 박 사장에 따르면 조개 요리의 핵심은 역시 해감에 달렸단다. 이 집에서는 수족관에서 3일간 조개를 물에 담가 해감시킨다. 조개탕 2만원(소) 3만원(대), 조개수육 2만원(소) 3만원(대), 백합탕 2만원(소) 3만원(대). 271-3339
◇ 사하구 장림동 '전주집' - 입안 가득 퍼지는 담백함
사하경찰서를 지나 장림우체국을 끼고 골목길로 들어서면 쭉 늘어선 음식점들 속에 전주집 간판이 보인다.
들어서는 순간 넓은 홀과 좌우의 방들이 보기에도 편하다. 주부들이나 회사의 모임으로 적당할 것 같다.
반갑게 맞는 김평애(55) 사장은 16년째 붕어요리를 취급하는 베테랑. 붕어를 먹고 자신의 병을 치료하고 나서 붕어관련 요리를 연구해 음식점을 열었단다. 벽에 붙은 수많은 사진과 대회 참가증이 그의 경력을 증명하는 듯하다.
이 집은 붕어탕 붕어찜 붕어매운탕 붕어액 등 4종류의 요리를 취급한다. 붕어가 몸에는 좋겠지만 비린내가 날 것 같다는 생각을 내비치니 김 사장은 일단 시식을 하고 난 후에 평가를 해달란다.
그는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는 붕어찜을 내왔다.
냄비 아래에 무가 깔려 있고 그 위로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산초 후추 양파 등을 섞은 양념이 듬뿍 발린 붕어가 있다. "양념맛으로도 먹는다"고 말하며 김 사장은 살점을 양념에 푹 묻힐 것을 주문했다. 살 한점을 떼어 양념을 발라 입에 넣으니 붕어 특유의 향이 나지만 역하지는 않다. 느끼한 맛이 날 것 같다는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생선의 담백함이 입속에 남는다.
비결을 묻자 김 사장은 "붕어의 신선도와 흙냄새를 없애는 양념이 가장 중요하다. 붕어는 강원도와 충청도 댐의 1급수에서 가져온다"고 말했다.
붕어는 대표적인 보양음식. 맛으로 먹기도 하지만 머리로 먹는 음식이다. 그래서 이 집은 간절기에 손님들이 많다. 부산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몰려든다.
붕어는 제철이 없지만 한겨울이나 한여름에는 잡히지 않는다. 이 때를 대비해 메뉴판에는 아귀찜 메기찜 메기매운탕 등이 있다. 붕어탕 5000원, 붕어찜 1만원(대) 8000원(중), 붕어액 18만원(한달분). 261-14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