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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 우수도서, 그리고 강병철
남편이 ‘우수문학도서 선정 과정’에 참여했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주는 사건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창작활동을 하면서 원고청탁이나 정치 강연처럼 심사관련 의뢰가 일상적으로 있어왔기에 그런가 보다 하며 넘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한두 달 전부터 ‘신은미 우수문학도서 선정’ 관련 소문이 떠돌고, 그녀의 콘섯트 때 폭탄 테러사건까지 터졌지만 나는 수시로 일어나는 엽기적 놀음으로 치부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자세였다.
그런데 남편이 ‘우수문학도서 선정작업’에 참여한 책이 회수되고 있다니 나도 한 마디 해야겠다. 나는 1980년대 중반 루이젠 린저가 쓴 ‘북한 방문기’를 그 당시에 읽었고 황석영이 쓴 방북관련 기행문 ‘사람이 살고 있었네’ 역시 발표된 직후에 읽었다. 이후 금강산이나 개성을 여행하기도 했었지만 그 이후에 나오는 북한 관련 책이나 글을 읽어도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새로운 소재의 참신함이랄까, 북한에 대한 호기심이 깊이 발동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신은미의 글은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몇 번 보았지만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기에 전 편을 찾아 읽지도 않았고, 출간된 책에 대해서도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도서관에 가면 우수문학도서라는 도장이 찍힌 책들이 수도 없이 있지만 그다지 눈여겨보지 않았다.
- 중략 -
-아내 박명순의 쓰다 만 글 ‘신은미의 책 ‘우수문학도서’ 선정에 대하여‘에서-
‘쓰다 만 글’을 발견한 신새벽부터 얘기를 시작해야겠다.
언제쯤이었던가. 재작년 봄이었던 것 같다. 그랬다. 대략 20개월 전쯤에 나는 문화관광부 산하 ‘문학나눔’에서 주관한 우수도서 수필분과 심사위원이었다. 심사위원은 시, 소설, 수필, 평론, 아동문학 등이었는데 ……내가 수필분과 심사위원이 된 이유는 6-7년 전에 발간한 내 산문집 「쓰뭉선생의 좌충우돌기(삶이 보이는 창)」가 그해의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면서 그 여파로 심사위원을 위촉받은 것이다.
내게 배당된 70권 정도의 책을 읽고 10권을 올리는 거였는데.
10여 명의 심사위원 중 많이 거수된 걸 추려내는 방식이었다. 노장의 문학평론가 황광수 선생님, 엄청난 평론 활자를 쏟아내는 유종호 교수 그리고 시인 김해자씨와 몇몇 작가들 그리고 학교 사서교사와 시립도서관장 등이 수필분과에 포함되었던 것 같다. 70여권의 심사대상 책을 읽는 시간이 70일 가량이었으니 퇴근만 하면 책속에 파묻혀 글자 수를 맞췄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아, 정말 좋은 글아 많구나, 느꼈던 소감과 ‘책들의 디자인이 참으로 디지털 시대를 보는 느낌이다.’ 라는 감회가 혼재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서울의 모처 사무실에 시, 소설, 수필, 평론, 청소년문학 등 심사위원이 10여 명씩 원탁에 둘러앉았던 것 같다. 얼핏 저만치 소설분과 쪽에 소설가 송기원 선배, 김종광 작가, 은희경 작가 등 아는 얼굴들도 보였고 끽연 타임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10여 명이 이마를 맞대고 일렬번호대로 제목을 짚으며 우수도서로 희망하는 책을 체크했는데, 사이사이 책의 내용에 대한 토론이 짧게 오가기도 했는데, 시간이 촉박하게 돌아갔던 느낌도 있다.
70여 권의 책 중에서 심사위원 각자가 10권씩 골라 가장 많이 거수된 책 중 순위별로 다시 10여 권을 추려 우수도서로 선정시키면서 손바닥을 털었고 그리고 세월이 흐른 것 같다. 그날 밤 동화작가 안학수 선배, 소설가 김종광, 지하철 타고 합세한 출판쟁이 강봉구 등과 술떡이 되었던 것 같다. 나중에 선정된 책들의 일부가 주최 측의 원칙 여부(예를 들어 문학도서로 분류되지 않는 것) 판단에 따라 번복되기도 했지만 금세 잊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였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여행’이라는 감성적 부제보다 조금 밋밋했던 그미의 책 「재미교포 아줌마 북한 가다」가 문제 서적처럼 보도되는 상황을 보며 어리둥절해야 했다. 그 와중에 신은미 씨는.
“내 책은 우수도서로 선정된 만큼 문제가 전혀 없다.”
라고 응수했다. 그랬다. 그때 나는 2013년 봄바람 불 즈음부터 70권 이상의 산문집을 읽느라 날을 새웠고 그 책더미 속에 신은미 씨의 책도 섞여 있었음이 새롭게 떠올려야 했다. 나의 선정 여부는 기억이 없으나 그 책이 우수도서가 될 거라는 예감은 들었던 것 같다. 자본주의화 된 시각에서 바라본 북한 기행이라는 소재가 그렇고 소개한 내용은 소박한 정도였던 것 같다. 대동강 청춘남녀가 풍경처럼 스쳐갔고, 북한 군인들의 키가 작아서 교복 입은 중학생인 줄 알았다는 대목에선 가슴이 아팠지만 기실 여기저기서 들었던 얘기여서 새롭지는 않았다. 동행한 남편이 불쑥 북한 체제를 비판하면 안내원이 그들의 입장에서 옹호하던 내용도 이제 어렴풋하다. 이미 많은 벗들이 금강산이나 개성공단, 혹은 작가들의 평양방문 소식 등 활자를 통해서 여러 차례 접해서인지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것 같다.
그 산문집이 콘서트 순회를 결정할 즈음 2014년 12월 17일 사건 하나.
평소에 전혀 눈길을 둔 적이 없던 D일보의 S논설위원(아직은 익명으로 함)의 글을 본 게 시초다. ‘평양에 다녀온 그녀들의 이야기-신은미 & 황선 전국 토크 문화콘서트’라는 공식 명칭이 종편 TV에서 종북 논란으로 몰아가면서 일파만파로 커질 즈음, 웬 홍두깨 한 방을 보태는 글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S논설위원은 「한국작가회의」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등을 좌파로 규정하면서 그런 심사위원들이 편향되게 선정한 것처럼 보도하는 것이다. 솔직히 그때만 해도 ‘그 사람들은 원래 그래’ 하면서 넘어가고 싶었는데.
어렵쇼, 심사위원 중에는 00출판사의 강병철 사장도 들어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몇 년 전 그 출판사의 흠집을 생뚱맞게 거론하면서 그의 입장에서 지우고 싶던 과거를 파내어 난도질하는 것이다. 그 동명이인을 두들겨 팰 때마다 문단의 대선배 한 분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게 되어있으니, 논설위원의 오류를 수면에 부상시킬수록 두 사람의 흠집이 커지게 되어있는 구조가 된다, 그래서 논설의 일부를 오려내며 망설이기도 했던 게 아래의 글이다.
-전략-
이 재단 홈페이지에는 재단과 연대한 시민단체로 문화연대, 한국작가회의(옛 민족문학작가회의),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주로 좌파 성향의 단체들이 소개돼 있다. 우수문학도서는 5개 분야로 나뉘어 선정되는데 신 씨의 책은 수필분야에서 뽑혔다. 수필 분야 선정위원장은 문학평론가 황광수(1944~)씨였다. 그는 한국작가회의의 문화정책위원장, 민족문학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나머지 9명의 선정위원 중에는 OO출판사의 강병철 전 대표 정도가 알려진 인사다. 공교롭게도 강 전대표는 지난해 OOO 책의 사재기 논란으로 물러났고 그 뒷일을 OO 편집위원인 황 씨가 맡아 처리했다.
신 씨의 책이 우수문학도서가 된 것은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이 지난해 선정작업을 주도하지 않았다면 상상하기 어렵다. 올해부터는 우수문학도서 선정작업이 우수 학술·교양도서 선정을 주관하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합쳐졌다. 그러나 우수문학 학술도서와 우수교양도서의 각각 11개 분야에 이미 문학이 한 분야로 들어가 있는데 우수문학도서로 또 따로 선정한다는 건 우습다. 우수가 너무 많으면 우수의 격이 떨어진다. 문화부가 우수를 남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S논설위원의 글 중에서 -
그가 거론한 심사위원의 실명은 출판사 사장이 아니라 바로 나, 즉 ‘소설가 강병철’임을 이다. 안타깝지만 내 지명도가 약한 탓도 있었으니 나를 정확히 밝혀야겠다. 나는 1985년 『민중교육』이란 무크지에 소설 「비늘눈」을 썼다가 첫 사랑 같은(아, 지금도 가슴이 설레는) 여고생을 가르치던 총각선생의 자리를 쫓겨났으며 그 후 30여 년 간 글을 써서 열두 권의 책을 내었고 따로 몇 권의 책을 편집한 모태 글쟁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의 강단과 강당에서 반평생 문학을 가르쳤고 각종 문장 심사의 과정을 거쳤으니, 그게 내 삶의 도정이요 숙명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신문사는 1986년 내가 비정규직으로 1년 간 몸 담았던 언론사여서 더욱 만감이 교차되었던 터라, 언론인의 선배로서 몇 가지 진지하게 부탁하고 싶었다. 보수와 진보 성향의 구별은 차치하고라도 무릇 보도는 분명한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 하고 ……그렇게 끝내고 싶었다. 혹자는 이번 기회에 언론들의 보도 행태를 확실히 각성시키자는 공세적 의견도 권했으나 또 다른 피해자가 생산되기 때문에 주저했다.
걱정되는 부분은, 내 아버지(91세)도 그 신문을 보시는데.
1985년 민중교육지 사건이 떠오르면서 부친의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 보고 놀라실까 봐’ 오히려 피해자(첫째 피해자는 동명이인의 사장님이고)인 내가 조마조마해지는 것이다. 부친 역시 한때 지식인으로 일생을 살아 가셨었으나 워낙 연로하신 상태인지라 상황 설명을 드려도 이해시키기도 어렵거니와 그보다는 아주 사소한 울림에도 충격을 받으실까 봐 더욱 조심스러운데, 그건 「민중교육」지 사건 이후의 트라우마다.
그러니까 5공화국 정권인 1985년에 「민중교육」지 사건이란 게 있었으니.
교사들과 대학교수들의 합작으로 기획한 무크지인데 5공화국 정권에서 하필 교사들만 따로 골라내어 유상덕, 김진경, 윤재철 선배를 국가보안법으로 구속하는 동시에 심성보, 이철국, 홍선웅, 심임섭, 고광헌, 그리고 충청도의 송대헌, 조재도, 강병철, 유도혁, 황재학, 전인순, 전무용 등 17명의 교사의 목을 자른 희대의 필화사건이다.
나는 그 잡지에 「비늘눈」이란 단편소설을 발표했는데.
ㅈ신문에 발표된 죄명은 ‘지방대학 졸업생이 사립학교에 취업하려다가 금품수수에 회의를 품고 취업을 포기함’이다. 그게 허위사실 유포이며, 그 허위사실 유포가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여, 적을 이롭게 하는 이적행위‘라는 주장이었다. 언론은 책 읽는 젊은 교사들을 하이에나처럼 물어뜯었고 곧바로 나는 청춘을 불태우던 그 학교를 쫓겨나면서 펑펑 울었고 색안경으로 쳐다보는 이웃들에게 진실을 호소하느라 목이 쇠었다.
담장 가까이 붙어
귀 기울이고 들어보았어 스며드는 소리
댕댕이 넝쿨은 바싹 붙어 바둥거리고
하늘 그 너머로
사층 교실에선 지시봉 잡은 선생님
가을나무 흔들리는 사이사이로
아이들 깔깔 소리 조금씩 후벼파는데
눈 뜨고 웃으새요 소리 한 번 들릴 법한데
내가 아니었구나 칠판 앞에 서 있는 건
내가 아니더구나 이제 와 보니
<중략> - 졸시 「해직일기 1985.9.25.」-
‘민중교육 당신의 자녀를 노리고 있다.’
단발머리 소녀들이 때까치처럼 재갈대며 등교하던 고요한 소도시가 삽시간에 발칵 뒤집혔다. 매스컴에선 연일 빨간 페인트를 쏟아 부었고 거리에서 만난 벗들은 그들의 녹음테이프를 고스란히 재생시키며 나를 질타했다. 모 관료는 ‘왜 빨간 잠바를 입고 다니느냐’며 의혹에 확신을 다지며 모든 행보를 체크했다. (17년 후 나는 월드컵 응원단의 붉은 악마 T셔츠나 30년 후 집권당 선거운동원들의 그 색깔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끼곤 했다.) 그리고 내 제자들의 보석처럼 반짝이던 눈동자에서 쏟아지던 이슬의 폭포를 새롭게 만나게 했던 그 사태였고.
정정보도를 요구하기 위해 그 신문사에 전화를 하니(2014. 12.18) 논설위원이 결근이란다(?). 어쩔 수없이 후배 기자에게 전달을 부탁했다. 그 내용은.
우리들은 정당한 절차에 의해 심사를 했으며 편향적 심사가 전혀 아니었음을 밝힌다. 신문사에서 좌파란 용어를 사용했는데 그 용어의 분석은 차치하고 의도가 불손하다. 그리고 심사위원으로 나온 강병철이란 사람은 출판사 사장이 아니라 소설가 강병철인 바로 나다. 앞뒤 정황으로 봐도 출판사 사장이 우수도서 심사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으니 근거조차 살펴보지 않고 글을 쓰면 안 된다, 며 아주 조용히 다독였다.
이튿날 만난 정정보도 전문은.
‘지난 12월 17일 우수도서 심사위원인 OO출판사 사장인 강병철은 동명이인이었음을 밝힙니다.’
이게 끝이다. 사실 나는 이런 싸움에 캐리어가 있는 몸이지만 이차구차한 사정을 고려해 얼떨결에 시간을 넘겨버렸다. 폭설 그리고 하얗게 덮인 세상에 얼룩으로 끈적거렸던 세모였고.
그런데 2015년 1월 4일 ‘문학나눔’을 주관하던 정우영 시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같은 내용의 보도가 또 터졌는데 이번에는 TV 뉴스란다. 그가 말하는 ㅈ종편 TV방송을 클릭해보니 똑 같은 내용이 보도 방식의 형태만 바꾼 채 복사판처럼 재생되는 것이다. 재탕 오보 영상이 던지는 리얼함은 활자보다 훨씬 짧고 아프게 심장을 후볐다.
TV 자막에 걸린 첫 제목은 ‘우수도서 선정절차 재검토 필요’였고.
여자 아나운서는 가끔 TV에서 보는 얼굴처럼 총기 넘친 표정이었다. 곧바로 신은미 씨의 “내 글은 우수도서에 선정되었으니 문제 도서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 나와 동명이인의 출판사 사장의 과거 상황을 또 다시 앵무새처럼 재생하는 것이다. 엉뚱하게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을 겨냥하면서 불똥을 던지는 과정도 어리둥절했고.
지친 몸으로 종편방송 기자에게 전화를 했으니.
그들은 유선상으로는 재빠르고 정중하게 사과를 했으며 활자로는 근거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그들만의 경제성’을 살리려 했다. 나 역시 그쯤에서 끝내려 했으나 일단 D일보와 ㅈ종편방송의 오보를 컴퓨터에 저장해놓은 상태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황당 보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졌고.
또 다른 종편 방송 기자의 목소리를 옮겨보면.
이 책은 지난 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우수문학도서로 선정한 재미교포 신은미 씨의 북한 여행기입니다. 이 책은 북한을 아름답고 안전한 나라로 표현하며 인권문제에 눈 감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체부는 선정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습니다.
“사업 자체가 일방적으로 어떤 책을 밀 수 있는 그런 부분이 아니고 굉장히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십 명의 선정위워들하고……”
이에 정홍원 총리가 칼을 빼들었습니다. 정총리는 “이번 우수도서 선정과정을 면밀히 검토하고 문제가 된 책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게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선정 이후에라도 잘못이 발견되면 시정할 수 있는 관리 체계를 갖출 것을 당부했습니다.
역시 또 다른 종편에서는 목소리 큰 보수논객들이 나와 마이크를 질겅질겅 씹는다. 속 빈 파이프에 소리 지르듯 굉음처럼 들리는 그들의 문장을 아래와 같이 간추린다.
L교수 : 탈북자처럼 수십 년 살다 온 사람들도 글을 쓰지 않는데 북한 며칠 여행 갔다 와서 글을 쓰는 게 말이 되느냐?
S교수 : 민속촌 한번 둘러보고 민속촌 이야기를 쓰는 거와 똑 같다.
H소장 : 신은미 씨는 북한이 포섭한 특별관리 대상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만약 우수문학도서를 취소하려면 애초의 선정위원들과 상의해야 이치가 맞는다는 얘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소통 통로라도 있어야 논리적 설득이 가능하므로 이쯤에서 멈추고 싶은데 아, 다시 85년 그 필화사건이 떠오르는 것은 무슨 영문일까. 그랬다. 해직교사 이야기로 언론이 도배될 즈음 신문기자 한 사람이 모 관료에게 물었던 대화 내용이다.
“책은 읽어보셨는가?”
“읽을 필요조차 없다.”
그러니까 오보를 근거로 사람들을 확인하지 않고 무작위로 돌멩이만 던지겠다는 얘기다. 아프다. 떠올리기만 해도 아프다.
참고로, 야당의 조정식 의원이 문화관광부에서 받은 ‘2013년도 우수문학도서 보급사업 결과보고서’의 심사위원들의 평가보고서엔 ‘본인 스스로가 자신은 우리나라의 보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대구 출신의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반공이념과 신념으로 똘똘 뭉쳐져 있던 사람이며 최근에도 미국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적극 지지했던 사람‘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울러 ’북한에 대해 비슷한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비슷한 도전과 감동을 준다‘고 덧붙였다. 그 평가 역시 마음에 드는 건 아니나 보수언론과는 극과 극의 평가다.
오늘(2015. 1.14)은 계룡면에서 소 키우는 귀농인 착한 남자 고진두 兄네서.
그가 구워주는 석굴을 쩝쩝 발라먹다가 노을 지는 계룡산 능선에 눈길을 두던 하필 그 찰나에 ‘신은미 씨의 책이 우수도서에서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더니 더욱 난감하다. 이미 전국의 도서관에 보급된 그 책을 한참의 시간이 지금에야 회수한다는데, 어지럽다, 계룡산 능선 너머 문풍지 뚫으며 쏟아지는 눈발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