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을 지나오면서 자연빛깔은 그 어느 절기보다 마음에만 담아두기 너무 아쉬웠던 나날들이었습니다. 하늘과 땅, 멀리 보이는 산과 숲과 호수, 버스나 기차에서 바라보는 창밖풍경, 천천히 걸어가며 느끼는 산책로의 발아래와 텃밭의 흙조차, 하루하루 변하지 않고 머물러있는 색은 얼마나 될까?
결국 입동은 내년을 위한 생명의 씨앗만을 남긴채 모든 것은 변하고 떨어지고 흩어지고 바스락거리며 건조해지는 모습이 곳곳에서 느껴졌습니다.
봄이 시작되는 자연관찰은 참 열심히 해 왔는데 사라져가는 계절의 색들은 소홀히 보았던 것 같아, 겨울절기 접어들자 더욱 더 절기살이 공책을 끼고 관찰하리라 마음을 먹었었습니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찰과 색으로 채우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절기공책에 남긴 빛깔의 흔적들이 있어서 그날의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으니 이파리들은 흩어져 땅으로, 미화원 아저씨의 빗자루에 쓸려 사라졌으나, 내 절기공책에는 살짝 그 존재의 한 부분과 생의 한 장면을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입동 초후 절기 공책>
화창한 날 산책로의 강아지풀
비오는 산책로 이파리를 떨구며 서있는 나무들과 하늘, 나무주변, 잎의 색깔들의 변화
발 아래 툭 떨어진 자작나무 잎.
그리고 어느 날은 일주일에 두 번은 가게 되는 담양 한재골 호수를 낀 산자락이 주황빛 가을의 빛깔 속에 소담하게 담겨있기도 했지요.
<입동 중후 절기공책>
(위) 담양한재골 호수위의 숲덤불
(아래) 천안 천흥리 호수 계단 아래 바람과 함께 날리는 느티나무이파리들.
상강절기 어느 날 오랫동안 그리고 싶었던 하늘못(천안 천흥산 호수)도 마침내 마음에서 떠 올라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입동 말후 절기공책>
빛담학교 꽃밭의 분홍소국들의 노래
멀리서 본 불태산 풍경
그리고 얼마 전 입동 말후 불태산 아래 한재골호수의 풍경은 날이 맑아서인지 그 갈색과 주황빛깔이 황홀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아직은 그려보지 못한 소설 초후, 산책로의 맑은 날과 입동의 비오던 밤의 풍경...이파리들이 길이란 길에 모두 쌓여 일년의 그 길을 지난 이들의 사연들과 시간을 덮고 그 위로는 오후의 긴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그 길을 걸으며 귀에서 울리는 낮고 묵직한 울림의 바흐의 무반주 첼로, 가브리엘 포레의 파반느 같은 곡들이 그 어느 때보다 잘 어울리는 계절...
이렇게 절기공책은 그림도구들을 모두 펼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잠깐잠깐 풍경들을 스케치하기에 더 없이 좋은 것 같아요. 종이가 얇지 않고 적당히 두꺼워서 가능하지 싶습니다.
저는 절기공책에는 주로 아쿠아 색연필이나 아래의 작은 휴대용 고체수채물감을 가지고 다니면서 잠깐 그립니다. 금방 펼치기 좋고 또 놓치고 싶지 않은 풍경이 주는 순간의 느낌들을 즉시 담아내기 좋아서요.
이건 오랜시간 써 왔던 <코트만 윈저뉴튼>인데 작아서 휴대하기 참 편합니다.
그리고 국산 < 문교 고체물감>도 발색이 참 좋습니다. 조금 더 돈을 들이면 <미젤로>라는 국내브랜드도 색이 좋아 수출을 많이 한다고 해요.
더 추워지기 전에 절기공책을 들고 바깥으로 나가보는 것 어떠세요...좋은 음악들과 함께 느리고 천천히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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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놓치기쉬운 절기풍경 담아주시니 새롭네요. 사진도 너무 아름답수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