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부실시공 조장하는 정부
법보신문 김형규 기자 2014.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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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규 부장 |
감사원이 문화재 보수와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내놓았다. 결과는 복마전이었다. 보수가 시급한 문화재는 방치하면서 주변정비에 거액의 예산을 배정했다. 사업비를 과다하게 지급한 경우는 비일비재했다. 자격미달 업체에 시공을 맡기고 자격이 없는 공무원이 감리하기도 했다. 문화재청과 9개 광역시·도를 대상으로 한 감사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소중한 혈세가 밑 빠진 독처럼 새어나가고 보수 이후 원형을 잃어버리거나 부실시공에 몸살을 앓는 문화재도 부지기수였다.
부실시공의 근본 원인 공개입찰
손실분 보전위해 부실시공 유혹
문화재 수리는 국가직영 바람직
최고 기술자로 제대로 보수해야
이번 감사는 국보 1호 숭례문 부실시공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5월 화재로 불탄 숭례문이 화려한 자태를 드러냈다. 5년여에 걸쳐 국민적인 여망과 국가의 역량을 총 동원한 결과였다. 문화재청이 전통기법에 따라 완벽하게 복원했다고 밝혔을 때 국민들은 환호했다. 그랬던 숭례문은 곧 기둥이 갈라지고 단청이 떨어져 내렸다. 나라의 자부심이었던 숭례문은 세계인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했다. 국민의 여론이 들끓었다.
숭례문 복원에 많은 국민들이 성금을 보탰던 터라 분노는 더욱 컸다. 결국 검찰의 조사가 시작됐다. 조사결과 숭례문 복원은 문화재 보수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온갖 비리와 불법이 총동원됐음이 밝혀졌다. 완공을 앞당기기 위한 무리한 공사단축과 공사담당자의 부정부패, 정부기관의 관리소홀, 공무원과 업자 간에 뇌물수수 등 각종 비리가 드러났다. 숭례문 복원에서 나타난 온갖 추악한 사례들이 감사원 조사결과 전국의 시도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문화재청은 모니터링 강화, 부실시공업체 ‘삼진아웃’제도 도입, 현장공개 등을 방안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이 정도로 문화재 보수 등을 둘러싼 비리가 척결되리라 믿는 사람은 없다.
전문가들은 문화재 부실시공과 이를 둘러싼 비리의 원인으로 공개입찰을 지목하고 있다. 공개입찰은 말 그대로 공사비용을 가장 적게 써 낸 업체에 공사가 낙찰되는 제도다. 이것이 문화재에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다. 사업을 따내기 위해 무리하게 단가를 낮춘 업체는 싸구려 자재와 공사기간 단축으로 손실분을 보전하게 된다. 문화재 관련 영역이 협소하다보니 관료와 학계, 수리업자가 이런저런 인연으로 얽혀 입찰과정에서 담합이나 뇌물수수 같은 비리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문화재는 적게는 수백 년, 많게는 수천 년 세월의 풍상을 용케도 견뎌낸 살아있는 화석이다. 우리의 발자취이며 옛 조상들의 숨결이다. 귀하고 소중하지만 그만큼 약하고 훼손되기 쉽다. 따라서 당대 최고의 기술자가 최고의 재료와 기술로 복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문화재 수리를 영리 추구를 앞세운 업자들에게 맡기고 있다. 사실상 문화재가 돈벌이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러니 정부가 나서서 불법과 편법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화재를 둘러싼 관료사회도 ‘관피아’라는 부패의 사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문화재에 대한 수리 및 보수는 국가에서 직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화재 보수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공사형태 회사를 만드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곳에 최고의 문화재 기술자를 모아 문화재를 제대로 보수하게 해야 한다. 효율성과 예산을 따지기보다정성과 최선의 결과만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사익을 추구하는 민간에게 넘긴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