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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안철수씨의 저서 ' 안철수의 생각-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를 읽다가...
컴퓨터 의사가 본 아픈 세상.... '중산층이 쓰러진 승자 독식 사회의 풍경'이란 제목의 글을 전할까 합니다.
관심 분야가 다 다를테지만 적어도 이 부분만은 모든 회원님들의 공통된 관심사가 아닐까 싶어서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데 끝까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이 책은 제정임 교수와 안철수씨의 대담집이라 글 중 '제'는 제정임 교수를. '안'은 안철수씨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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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중산층이 쓰러진 승자 독식 사회의 풍경_ 900조 원을 넘은 가계부채'
제 : 최근 가계부채가 900조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과도한 가계 빚이 한국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이라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에 동의하시나요?
안 :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데 공감합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DL 1,200조원 가량 되는데 가계부채가 900조원을 넘으니 일단 절대규모로도 크죠. GC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약 80%로 OECD 평균 수준을 웃돈다고 합니다. 특히 지금 유럽재정위기 등으로 세계 경제가 불안한데, 그 여파로 경기가 더 나빠지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 주택담보대출이 대거 부실해지면 가계부채 문제가 경제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른 나라는 가계부채가 줄어드는 추세인데 우리는 오히려 크게 늘었다는 게 심상치 않고요. 은행에서 대출을 줄이니까 금리가 비싼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 등에서 대출이 크게 늘었다는 점도 불안한 요소입니다.
양적인 면 뿐 아니라, 질적인 부분에서도 걱정되는 점이 많은데요.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니 우리나라 가구의 가처분소득대비 부채 비율리 150%를 넘어, 서브프라임 위기 당시 미국보다 높고, 요즘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또 가계부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90% 이상이 변동금리 대출이라 경제상황에 따라 금리가 올라가면 빚을 갚아야 하는 사람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어요. 선진국의 경우는 고정금리 대출이 더 많아요. 또 우리는 원리금을 분할상환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이자만 내고 나중에 한꺼번에 갚아야 하는 거치식 일시상환 대출이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느 순간 가계부채 문제가 한꺼번에 터질 가능성이 높은 구조죠.
가계부채는 금융만의 문제가 아니고 좀저럼 개선되지 않는 일자리 사정과 높은 주거비용, 사교육비 부담, 낮은 복지 수준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는데도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 과도한 가계부채가 사실 어제 오늘 불거진 문제는 아닌데요. 가계부채 부담으로 우리 경제에 어떤 부작용이나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시나요?
안 : 가계부채는 우선 중산층의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중하층의 생계비 지출에서 이자 비용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과거에는 집을 사려고 대출을 받았지만, 지금은 이자를 갚고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중산층 소득에서 부채 상환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14% 정도에서 2011년에는 28%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각 가정에서 빚을 갚는데 써야 할 부담이 커지니 소비에 쓸 여력이 줄겠죠. 그러니 내수 시장이 위축되는 것이고요. 이런 소비둔화 현상은 이미 여러 경제지표를 통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요. 백화점에서 물건이 안 팔리니까 사상 최장기 세일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들리고요. 빚을 갚을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이 늘어나 신용불량자가 많이 생길테고, 이들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겠죠. 저소득층의 경우 얼마 안 되는 소득으로 빚을 갚아야 하니 생활이 더욱 쪼들리고, 생활고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나라 전체로 보면 경제상황이 복합적으로 나빠져 부도 내는 가계가 늘어나고, 금융기관이 부실해지고 전반적인 경제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제 : 그렇다면 가계부채 문제가 이렇게 심각해진 원인은 뭘까요?
안 : 주거비와 교육비 등 가계의 부담은 늘어나는데 비해 수익은 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가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시장만능주의가 활개치는 가운데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경제가 흘러가다 보니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이 심해지고 중소기업에서 좋은 일자리들이 새롭게 창출되거나 창업이 일어날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죠. 그러다 보니 소득불균형이 심해지면서 중산층과 서민층의 실질소득이 줄거나 정체되고 부족한 수입을 빚으로 메우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죠. 비정규직, 자영업자 등 형편이 어려운 계층이 긴급한 생활자금, 영업자금 등을 대출받아 쓰는 경우가 부쩍 늘어났습니다. 우리 사회의 복지 수준이 낮으니 서민들이 의료비, 등록금, 전세보증금 등 목돈이 급히 필요하면 빚을 낼 수 밖에 없는 형편이기도 하고요. 중산층은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을 기대하면서 돈을 빌려 부동산담보대출을 많이 받았던 게 '빚의 함정'에 빠진 원인이죠,. 이명박 정부는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통해 가격을 떠받치는 정책을 계속 추진했고요.
여기에 신용이 낮은 사람들에게도 신용카드를 너무 쉽게 발급해줘 대출수단으로 쓰게 한 카드회사 등 금융회사들의 공격적인 영업 행태도 문제였다고 봅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금융권에서 기업대출을 주력으로 했는데 지금은 손쉬운 가계대출 위주로 영업을 하지 않습니까? 정부는 주택가격 대비 대출 비율이 낮아서 거시 감독은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담보를 충분히 잡고 있는 은행권은 안전하고 오히려 연체이자까지 수익으로 챙길 수 있다는 거에요.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국민들은 살던 집이 날아가고 파산에 이르게 되는데도 말이죠. 경제의 활력보다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일이나 금융권의 수익을 우선시하는 행태가 이런 문제의 배경인데요.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가계가 떠안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전체 경제를 뒤흔들 위기적 징후를 보이고 있는 것이죠.
제 : 그렇다면 현재의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정부아 금융권의 책임이 크다는 말씀이군요.
안 : 그렇죠. 정부의 경우 잘못된 정책을 도입하고 유지한 것, 나쁜 결과가 생겼는데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간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서민금융기관으로 본업에 충실해야 할 저축은행들에 대해 규제완화라는 명분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Project Financin, 대규모 위험사업에 대한 자금조달 기법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업주의 신용이나 물적담보 대신 프로젝트 자체의 수익성을 토대로 대출이 이뤄짐) 등 거액 대출을 할 수 있게 길을 터주어서 결국 엄청난 파국을 빚은 것 등에 대해 철저한 문책이 있어야죠. 은행 등 금융권의 경우 국가에 중요한 금융 인프라로서의 역할이 있는데, 개별 회사의 수익에만 집착해서 국가 인프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합니다. 주요 금융사들이 주가 등 자본시장의 반응에 신경을 쓰면서 단기 수익성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데, 경영이 잘될 때는 이익을 사유화하고 문제가 생기면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를 그대로 두어선 안 됩니다.
제 :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요?
안 :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의 결과이기 때문에 금융 부문의 대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금융 부문에서의 단기적 대책과 함께 중장기적인 근본 대책을 함께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당장 부도 위기로 몰리고 있는 가계들이 소득 내에서 빚을 갚아나갈 수 있도록 부채를 구조조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당국에서도 '프리워크아웃" (장기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되기 전의 기업이나 개인을 대상으로 한 사전 신용구제제도. 1~3개월 미만 단기연체자의 채무를 신용회복위원회와 채권금융회사 간 협의를 거쳐 조정해줌) 제도를 활성화한다고 하던데요. 단기대출을 중장기로 전환해주거나 금리 부담을 낮춰주는 등 빚을 진 사람이 열심히 일해서 갚을 수 있는 조건으로 계약을 바꿔주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주택담보대출 같은 경우도 변동금리대출을 가급적 고정금리대출로 전환하고 거치식 일시상환을 장기 원리금 분할상환으로 바꿔서 부실화 가능성을 낮춰줄 필요가 있고요.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상품가 재원을 크게 늘려서 서민들이 생계비 때문에 대부업체나 사채업자의 고금리 대출에 손을 빌리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 것도 필요하고요. 금융회사들이 모집인을 동원해서 무리한 대출 확대에 나서거나 신용카드를 마구잡이로 발급하는 일도 규제해야 해요.
보다 근본적으로는 소득불균형을 해소하고 서민과 중산층의 실질소득을 개선하는 정책이 추진돼야 합니다. 예를 들면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바로잡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활성화 될 수 있게 하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 등이죠. 최저임금을 현실화해서 저임금 근로자들의 소득을 높여주는 것도 필요하고요. 주거, 의료, 보육 등의 기초 복지제도를 확충해서 서민과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 : 일부에서는 부동산 거래가 꽁꽁 얼어붙어 있는데, 거래가 활성화 돼야 집을 팔아서라도 빚을 갚을 것 아니냐, 그러니 총부채상환비율(DTI : Debt To Income,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연간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이 연소득의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 담보인정비율(LTV ; Loan To Value, 주택가격에 비해 주택담보대출을 어느 정도까지 받을 수 있는지 규정하는 비율) 같은 대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안 :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금융건전성 규제를 풀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DTI, LTV를 푼다면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고 가계부채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부동산 가격상승 기대 심리를 부추긴 그동안의 정책을 반성하고 억지로 가격을 떠받치려는 인위적 부양책들을 다시는 동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 그렇다면 빚을 얻어 집을 샀다가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생활고를 겪는데, 막상 집을 팔아 해결하려 해도 팔리지 않아 고통을 겪는 '하우스푸어' 가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 : 대출을 해준 은행 등 금융회사가 만기를 연장해주고 변동금리를 장기고정금리로 전환해주는 등 부채 구조조정에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소득 범위 내에서 갚아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죠.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주택대출도 선진국처럼 20-30년 만기의 장기대출 형태로 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제 :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들 중에는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 등에서 고금리 대출을 쓴 뒤 이를 갚지 못해 막다른 골목에서 사채까지 썼다가 살인적인 고금리와 폭력적인 빚 독촉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정부가 최근 대대적으로 사금융피해 구제에 나서기도 했습니다만, 근본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 같은데요.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안 : 우선은 불법적인 부분에 제대로 대처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범죄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요. 경찰이 민생이나 안전 등에 대해 필요한 인력을 제대로 투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위 집압 등 다르느 업무보다 불법 사금융 단속 등 민생관련 범죄를 뿌리 뽑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채 피해자들이 신고를 해도 경찰이 제대로 처리를 해주지 못해 그냥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까요. 또 서울시가 각 구청에 서민금융종합상담 창구를 설치하고 있는 것처럼, 전국의 각 지역마다 서민의 금융 애로를 해소하고 법률지원을 해줄 수 있는 전담 창구가 개설됐으면 좋겠습니다.
사금융업체들이 활개를 치는 것은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기관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이런 기관들이 소액서민대출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고 은행에서도 서민 대상 대출상품을 활성화해서 사금융 수요가 줄어들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제 : 정부는 그동안 중소기업 지원 등을 위한 정책금융을 유지해왔습니다만, 최근 이런 정책금융기관들에 대해 모두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소기업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금융기관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 : 중소기업과 서민을 위한 정책금융 기능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은행도 요즘은 중소기업 지원에 애쓰기보다는 수익 논리를 따라 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현실을 감안해서 집중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전담 금융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중 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들도 중소기업 지원을 늘려야 하고요. 서민금융도 시중 은행이나 제2금융권의 민간 회사들을 통해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부족한 형편인데, 복지차원에서 저소득층 금융지원을 전담할 정책금융기관이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