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장(大法藏)에 대해
신(臣) 이사철이 그윽이 듣건대, 대법장(大法藏)에는 경(經)·율(律)·논(論) 세 가지가 있는데, 그 여래(如來)의 교법(敎法)을 설명한 것은 경(經)이라 이르고, 보살(菩薩)에게 경계한 것은 율(律)이라 이르고, 후대(後代)의 현사(賢士)들이 그 뜻을 강명(講明)하여 경(經)과 율(律)을 보조 설명한 것은 논(論)이라 하는데, 요컨대 모두가 군생(群生)의 미혹(迷惑)을 깨우친 진전(眞詮, 참된 깨달음)이요 함령(含靈, 人類)을 제도(濟度)하는 영궤(令軌, 좋은 법)입니다.
혹시 1권을 얻어서 혹은 수지(受持, 머리 속에 간직하여 잊지 않음) 하여 독송(讀誦)하기도 하고, 혹은 등사(謄寫)하여 선양(宣揚)하기도 하면서, 다만 간절히 기원하여 마음만 기울인다면 그 승인(勝因, 특별히 뛰어난 善因)과 승과(勝果, 훌륭한 果報) 는 저절로 유명(幽明, 저승과 이승)을 널리 이롭게 함이 그렇게 되기를 기약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더구나 이른바 《법화경(法華經)》은 실상(實相)을 순전히 말한 것이니, 경(經)을 설명한 묘법(妙法)이고, 《범망경(梵網經)》은 비니(毗尼, 부처님이 제자들을 위하여 마련한 계율의 총칭)를 현수(現受)한 것이니 계율(戒律)을 굳게 지킴의 엄격함이고, 《기신론(起信論)》은 심수(心數,갖추어지는 心所有法)를 조사 연구하여 일진(一眞)의 이치를 미루어 밝혔으니, 실제는 또 여러 논(論)에 으뜸가는 것입니다.
그 밖의 《능엄경(楞嚴經)》·《미타경(彌陁經)》·《지장경(地藏經)》 등도 또한 모두 법문(法文, 불법의 교리를 담은 문장)의 진수(眞髓)이므로, 간략하면서도 구비하고 정묘(精妙)하면서도 요긴하여 삼경(三經, 三部經) 의 교리(敎理)가 모두 갖추어졌으니, 진실로 능히 이에 나아가서 신수(信受)하고 피양(披揚)한다면 천함(千函)의 패엽(貝葉, 불경)을 반드시 다 펴서 읽지 않더라도 공덕(功德)의 승과(勝果)가 이에 구비하게 될 것입니다.
<문종 즉위년(1450년) 4월 10일, 도승지 이사철, ‘대행왕(세종대왕)을 위하여 불경을 쓰고 도승지 이사철이 발문을 쓰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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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佛事)를 대자암(大慈庵)에서 행한 지가 무릇 7일 동안이나 되었다. 이보다 앞서 임금이 대행왕(大行王)을 위하여 부지돈녕(副知敦寧) 강희안(姜希顔)·정랑(正郞) 이영서(李永瑞)·주부(注簿) 성임(成任)·사용(司勇) 안혜(安惠)와 중[緇流] 7인에게 명하여 이금(泥金)을 사용하여 불경(佛經)을 베껴 쓰도록 하였다. 도승지(都承旨) 이사철(李思哲)이 발문(跋文)을 지었는데, 그 발문은 이러하였다.
“우리 세종 대왕(世宗大王)께서 세상을 떠나시니 주상(主上) 전하께서 애통하고 사모하기를 한이 없었으며, 염습(斂襲)·초빈(草殯)과 조석전(朝夕奠)을 올리는 데에 정성을 다하고 예절을 따라 하였는데, 그런 중에 생각하기를 명유(冥遊)에 추우(追祐)하는 데는 오직 대웅씨(大雄氏)239) 의 자비(慈悲)스러운 교리(敎理)에 빙의(憑依)할 만하다고 여기시어, 이에 해서(楷書) 잘 쓰는 사람을 명하여 《법화경(法華經)》 7권, 《범망경(梵網經)》 2권, 《능엄경(楞嚴經)》 10권, 《미타경(彌陀經)》 1권, 《관음경(觀音經)》 1권, 《지장경(地藏經)》 3권, 《참경(懺經)》 10권, 《십육관경(十六觀經)》 1권, 《기신론(起信論)》 1권을 금자(金字)로 쓰게 하고 모두 정전(赬牋)240) 을 사용하였으니, 그 갑함(甲函)241) 을 장정(裝幀)한 것도 또한 매우 정세(精細)하고 치밀하였습니다. 이 일을 마치고 나서는 명승(名僧)을 모아 법회(法會)를 열어 피람(披覽)하게 하고, 마침내 신(臣)에게 명하여 발문을 짓게 하셨습니다.
신이 그윽이 듣건대, 대법장(大法藏)에는 경(經)·율(律)·논(論) 세 가지가 있는데, 그 여래(如來)의 교법(敎法)을 설명한 것은 경(經)이라 이르고, 보살(菩薩)에게 경계한 것은 율(律)이라 이르고, 후대(後代)의 현사(賢士)들이 그 뜻을 강명(講明)하여 경(經)과 율(律)을 보조 설명한 것은 논(論)이라 하는데, 요컨대 모두가 군생(群生)의 미혹(迷惑)을 깨우친 진전(眞詮)242) 이요 함령(含靈)243) 을 제도(濟度)하는 영궤(令軌)244) 입니다. 혹시 1권을 얻어서 혹은 수지(受持)245) 하여 독송(讀誦)하기도 하고, 혹은 등사(謄寫)하여 선양(宣揚)하기도 하면서, 다만 간절히 기원하여 마음만 기울인다면 그 승인(勝因)246) 과 승과(勝果)247) 는 저절로 유명(幽明)248) 을 널리 이롭게 함이 그렇게 되기를 기약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더구나 이른바 《법화경(法華經)》은 실상(實相)을 순전히 말한 것이니, 경(經)을 설명한 묘법(妙法)이고, 《범망경(梵網經)》은 비니(毗尼)249) 를 현수(現受)한 것이니 계율(戒律)을 굳게 지킴의 엄격함이고, 《기신론(起信論)》은 심수(心數)250) 를 조사 연구하여 일진(一眞)의 이치를 미루어 밝혔으니, 실제는 또 여러 논(論)에 으뜸가는 것입니다. 그 밖의 《능엄경(楞嚴經)》·《미타경(彌陁經)》·《지장경(地藏經)》 등도 또한 모두 법문(法文)251) 의 진수(眞髓)이므로, 간략하면서도 구비하고 정묘(精妙)하면서도 요긴하여 삼경(三經)252) 의 교리(敎理)가 모두 갖추어졌으니, 진실로 능히 이에 나아가서 신수(信受)하고 피양(披揚)한다면 천함(千函)의 패엽(貝葉)253) 을 반드시 다 펴서 읽지 않더라도 공덕(功德)의 승과(勝果)가 이에 구비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 전하(殿下)께서 외로이 상중(喪中)에 계시니, 무릇 그 대사(大事)254) 를 받드는 일에는 진실로 그 극도까지 마음을 쓰지 않는 바가 없었는데 석교(釋敎)255) 에 이르러서도 또한 이를 위해 마음을 기울여 이 보전(寶典)을 빨리 완성시켜 명희(冥禧)256) 에 이바지 하였으니, 성효(誠孝)의 간절함은 아아, 지극하였습니다. 신은 진실로 원해(願海)257) 의 깊음과 선근(善根)258) 의 수립(樹立)과 수월(水月)과 같은 묘응(妙應)의 효과가 반드시 영향(影響)보다도 빠를 것인데, 승하(昇遐)한 선왕(先王)의 혼령이 각안(覺岸)259) 에 올라서 진공(眞空)260) 을 단번에 깨달아 극락(極樂)의 경지에서 한가히 세월을 보내게 될 것을 알며 의심하지 않습니다.”
이때 신미(信眉)의 설(說)로써 대궐 안에 공장(工匠)을 모아 두고서 불상(佛像)과 불경(佛經)을 이룩하게 되는데, 안평 대군(安平大君) 이용(李瑢)이 일찍이 대자암(大慈庵)으로써 원찰(願刹)261) 로 삼아서 여러모로 비호(庇護)를 베풀고, 임금에게 아뢰어 무량수전(無量壽殿)을 헐어 버리고는 이를 새롭게 하면서 그 예전의 제도에 보태어 단청(丹靑)을 중국에 가서 구해 사고, 등롱(燈籠)의 채옥(彩玉)을 구워 만들어 사치하고 화려함을 극도로 하여 절 이름을 극락전(極樂殿)이라 하고, 또 불경(佛經)을 간수할 장소도 건축하였다. 처음에 임금이 대행 대왕(大行大王)의 추복(追福)262) 을 위하여 의정부(議政府)에 의논하니 어떤 이는 미봉책(彌縫策)으로써 대답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이를 하기로 결심(決心)하였던 것이니, 이로부터는 비록 대간(臺諫)·집현전(集賢殿)·삼관(三館)과 여러 유생(儒生)들이 소(疏)를 올려 힘써 간(諫)하였는데도 곧 대신(大臣)들과 의논함으로써 결정하고 마침내 윤허하지 아니하고, 정분(鄭苯)과 민신(閔伸)에게 명하여 중수(重修)하여 새롭게 하도록 감독하게 하였다. 이미 완성되니 마침내 불사(佛事)를 크게 행하였으니, 이에 부고(府庫)가 텅 비게 되어 주현(州縣)의 공물(貢物)를 미리 받아들여도 오히려 모자라게 되었다.
【조선왕조실록태백산사고본】 【영인본】 6책 2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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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239]대웅씨(大雄氏) : 부처님의 덕호(德號). ☞
[註 240]정전(赬牋) : 붉은 종이. ☞
[註 241]갑함(甲函) : 큰 함. ☞
[註 242]진전(眞詮) : 참된 깨달음. ☞
[註 243]함령(含靈) : 인류(人類). ☞
[註 244]영궤(令軌) : 좋은 법. ☞
[註 245]수지(受持) : 머리 속에 간직하여 잊지 않음. ☞
[註 246]승인(勝因) : 특별히 뛰어난 선인(善因). ☞
[註 247]승과(勝果) : 훌륭한 과보(果報). ☞
[註 248]유명(幽明) : 저승과 이승. ☞
[註 249]비니(毗尼) : 부처님이 제자들을 위하여 마련한 계율의 총칭. ☞
[註 250]심수(心數) : 갖추어지는 심소유법(心所有法)을 말함. 의식 작용의 본체를 심왕(心王)이라 하고, 객관 대상을 인식할 때에 그 일반상(一般相:총상(總相))을 인식하는 심왕(心王)의 종속(從屬)으로 일어나는 정신 작용. ☞
[註 251]법문(法文) : 불법의 교리를 담은 문장. ☞
[註 252]삼경(三經) : 삼부경(三部經)을 이름. ☞
[註 253]패엽(貝葉) : 불경. ☞ [註 254]대사(大事) : 부왕(父王)의 상(喪). ☞
[註 255]석교(釋敎) : 불교. ☞
[註 256]명희(冥禧) : 명복(冥福). ☞
[註 257]원해(願海) : 모든 부처와 보살의 소원이 깊고 광대함을 바다에 비유. ☞
[註 258]선근(善根) : 좋은 과보(果報)를 가져오게 하는 행위. ☞
[註 259]각안(覺岸) : 진리(眞理)를 깨달은 이상향(理想鄕). ☞
[註 260]진공(眞空) : 사념(邪念)이 전연 없는 경지. ☞
[註 261]원찰(願刹) : 왕실(王室)의 명복을 비는 절. ☞
[註 262]추복(追福) :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