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심은 작물들(160508)

[이냐시오]

어버이날 새벽미사에 다녀와서 나혼자 민통선으로 후다닥 달려간다.

어제 수도원에서 얻은 수박, 참외, 돼지감자 모종을 심기 위해서다.

엄청난 세력의 쑥무더기와 잡초를 3발 쇠스랑으로 찍어서 덩어리째 캐내고

밭을 만들어 돼지감자를 먼저 심었다.

생명력이 강해서 잘 살지만 그래도 물을 주면서 정성껏 심은 이유는 집사람이

돼지감자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돼지감자는 뚱딴지라고도 하는데 다년생으로 키가 해바라기처럼 자라고

꽃색깔도 노랗다.

당뇨에 좋다고 하며 2-3년만 키우면 한나무에서 한상자씩 달릴 정도이다.

잡초와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 100평이 넘는 밭을 비닐과 플래카드로 완전히 덮어버렸다.

밭가운데 삼팔선처럼 보이는 검은 차광막이 있는데 윗 부분은 지인들에게 분양(?)했다.

맨 왼편 첫째 고랑의 더덕순이 잘 자라고 있다.

지주대를 잘 세워주어야 줄기가 왕성하게 올라간다.

잎을 건드릴 때마다 더덕향이 찐하게 다가온다.

참외가 아직 땅내를 다 맡지 못했다.

수박은 그래도 원기를 차리는 중...

모종으로 심은 옥수수도 홀로서기를 하는 듯 하다.

주키니호박도 달릴 채비를 하고 있다.

마디호박은 아직 젖을 떼지 못한 강아지 느낌이다.

청양고추 2개, 약간 매운 고추 5개...

일찌감치 지주대를 3개마다 한개씩 세워주었다.

가지는 거름이 많아야 하고 물관리도 잘 되어야 한다.

일반 토마토는 익기만 하면 까치들이 먹어버려서 방울토마토만 심었다.

오며가며 하나씩 따먹으면 갈증 해소에도 좋고 막걸리 안주로도 훌륭하다. 

호박고구마는 생존율도 밤고구마보다 낮고 캐기도 힘들어서 거의 문화재 발굴 수준이다.

그래도 구워먹는 맛은 속노란 호박고구마가 제격이다.

벌써 고라니가 다녀갔는지 몇개 뽑히고 죽었지만 살아난 줄기를 잘라서 심으면 된다.

감자도 먹을 정도만 하기 때문에 강원도 씨감자가 아니라 먹다가 남아서 싹이 나버린

작은 감자를 통째로 심었는데 그래도 싹이 잘 나온 편이다.

상추씨를 뿌린지 보름이 넘은 것 같은데 이제 싹이 좀 보인다.

텃밭 농사 수준으로는 한봉지 사면 몇 년을 쓰게 되는데 발아율을 높이는 비결은

냉동보관을 하면 된다.

곧은터사람들 귀농 카페에서 얻은 호랑이콩이다.

콩순을 고라니가 좋아하는데 피해갈 수 있을 지 걱정이다.

4월초 수도원 봉사갔다가 얻은 상추인데 몇 포기만 살아남았넹.

지난주 부추를 첫 수확했는데 벌써 새순이 많이 나왔다.

아마도 비가 제대로 내려준 덕분인듯....

그 외에도 노각오이, 옥수수, 생강, 바질, 허브 등이 땅속에서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밭둑에 심은 자두는 올해도 꽃이 안피고 그냥 넘어간다.

같은 해에 심은 복숭아는 꽃이 엄청 많이 피었고 작은 열매가 맺히고 있다.

살구나무도 자두와 마찬가지로 꽃이 안피었다.

죽은 줄 알았던 호두나무가 밑에서 새순이 하나 올라왔다.

이넘은 무슨 약초인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밭 밖에 심은 단호박... 씨앗을 3개 넣었는데 1개만 싹이 나왔다.

맷돌호박도 마찬가지 타율...

수도원에서 얻은 대봉감 묘목인데 이제 싹이 날 준비를 하고 있다.

평상밑에 있던 자질구레한 것을 모두 정리하면서 신문지를 태웠다.

저 재를 부추에 뿌려주면 좋은데...

평상밑이 한결 정리가 되었다.

저 밑에는 각종 농기구와 비닐끈, 블루스타, 비료, 물조루, 스티로폼 방석 등등이

비를 피해서 보관되어 있다.

5월 민통선의 가장 큰 농사는 고추심기와 모내기이다.

논마다 물을 대고 갈아서 준비를 하는데 정회장님댁은 다음주 토요일 심는다 하니,

봉사자들과 함께 출동해야겠다.

작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보니 김회장님 사모님이 황토밭에서 비닐 벗겨진 것을

다시 보수하고 있어서 잠시 인사를 나누었다.

회장님은 작년에만 4번이나 쓰러져서 바깥 출입을 안하고 영어공부를 하신다고...

사모님은 안그래도 전화할려고 했다면서 황토밭 긴 고랑을 하나 줄테니 다음주에 고구마를

심으라 하신다.

오전에 모내기 농활하고, 오후에 고구마 심고...

바쁘기도 하겠지만 허리가 벌써  뻐근해 지는 거 같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