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도 세월 영흥도살이의 수난

[황순재]

이번주 한주내내 용인에 머물렀는데요, 있고 싶어도 영흥도에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참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영흥도집인데요, 지난 일요일 서서히 물이 끊기더니 아예 방울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겨우 아침밥은 준비해서 먹였지만 물이 나오질 않으니 정말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매일 아침 샤워와 양치질을 꼭 해야만 하는 태균이는 안달복달을 하더니 빨래담구어 놓은 물로 고양이세수라도 기어이 하고야 맙니다. 그 물로 양치질까지 하는 태균이를 보니 안되겠다싶어 아이들 태우고 바로 용인으로 날라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하수 모터가 낙후되었다고 해서 5-6개월 전에 눈물을 머금고 거액을 지불하며 모터교체를 했건만 이렇게 문제가 생기니 공사해준 업자 밖에 매달릴 데가 없는데... 당최 연락도 안되고, 겨우 연락이 닿아도 내일 내일하며 미루니 아마득합니다.

물이 나올지 어떨지 몰라 용인에 머물며 상황을 지켜보는 내내 속이 끓고 또 업자한테 속았나?하는 생각으로 갑자기 시골살이에 대한 회의가 물밀듯 밀려왔습니다.

전봇대 이상으로 380볼트가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집으로 들어와 집안 가전하며 전등이 모두 망가져 보름간 암흑에서 살았던 기억, 그거 고치고 회복하는데 들어갔던 시간과 비용 (다행히 한전에서 보상을 다 받기는 했지만)은 참으로 일생에 만나기 쉽지 않은 경험일 겁니다.

작년 여름에는 급기야 빗물이 집으로 침범해 윗층에 고였던 물이 아랫쪽 방으로 그대로 스며들어 제대로 수해를 당하고, 그것때문에 벽이며 천정, 바닥을 모두 뜯어낸 상태라 도저히 주거를 할 수 없어 여름내내 선재도에서 지냈던 사건도 얼마 전의 일입니다.

공사업자가 벽이며 천정, 바닥을 뜯어놓고는 추석이 다 되도록 공사를 안해주니 (돈만 받아가고) 집 밖의 불편한 생활로 인해 불만이 오를대로 오를 즈음, 공사업자가 보여준 무책임하고 막 나가는 태도에 온 몸의 분노를 불살라야 했던 경험, 그것도 얼마되지 않은 사건입니다.

이쯤되니 이번 주는 영흥도에 대한 분노로 여기살지 말라는 신호인가 마구 운명론적 해석도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아 내게는 집을 제대로 고칠 자금이 없구나... 라는 슬픈 자각도 그야말로 슬픈 현실이기도 했습니다.

임대한 건물임에도 학교운영하는 10여 년간,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만들어 보겠다고 몇 억씩 들여 대규모 감통시설을 몇 번씩 만들어가는 사이 우리의 노후자금은 그 때의 열정과 제대로 맞바꿔치기 한 듯 합니다.

이렇게 멋진 수영장을 두 번이나 만들었으니 생각만 해도 사실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수영장에, 백여 평의 트렘폴린장까지도 만들어 보았으니 생각을 제대로 실천해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긴 하지만 그런 열정은 지금의 무일푼의 결과이기도 하지요 ㅎ

이래저래 지쳐가는 영흥도살이이건만, 다시 물이 펑펑 나오는 집으로 돌아오니 여기가 제 휴식공간이겠거니 생각이 듭니다. 특히 태균이가 너무 좋아하니 그것만으로도 제게는 그 어떤 것도 상쇄시켜 줄만한 요소가 됩니다. 용인집에 일주일 내내 있다보니 새로운 녀석 학교에 내내 보낼 수 있어 그것도 좋은 일이었네요.

끝까지 긍정의 힘을 발휘해보렵니다. 이번 2월 말로 10여년간 끈덕지게 놓지않았던 발달학교 문을 닫으며... 2월말에 용인학교를 닫고 3월초에 시설 마무리하고나면,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할 지 오늘도 머리가 복잡합니다.

영흥도 이사와서 운좋게 얻게된 200여평의 땅에 개인용도로 쓰려고 지어놓은 70여평의 비닐하우스에다 아이들 감통과 짐놀이 시설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도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저 스스로를 생각하면 참으로 한심합니다. 이제 아이들도 주변에 거의 남아있지 않고 남아있을 환경도 아닌데, 아직도 아이들을 위한 감각해소 시설을 구상하며 그 상상만으로도 즐거워하니... 이제는 정신차려야 할 시점일까요?

이쯤되면 병적이라고 볼멘소리를 하는 태균아빠 심정도 이해할만 합니다. 그래도 태균이와 함께하는 세월동안 무언가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은 맞으니... 병은 아니겠지요. 그저 운명이겠지요. 태균이가 제게 왔다는 바로 그 운명!

[여에]

아고 돈 부서지는 소리가 마구 들립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