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수제자》 두 번째 시간이다. 시작종이 울리자마자 교실에 들어갔는데 담임 선생님이 자리를 비우셨다. 첫 만남도 아니고 벌써 네 번째 만남이니 그냥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복도 쪽 자리에 앉은 머리가 긴 여자 친구가 “선생님, 지난주보다 피부가 더 좋아지신 것 같아요.” 한다. 생각지도 못한 칭찬(?)에 살짝 당황했지만, 일단 기분은 좋다. 지난주 읽기 시작한 《불량 수제자》 이야기를 꺼내자, 몇몇 친구가 “딸기 우유와 바나나 우유” “이 구역 미친 개” 하고 기억을 꺼낸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아서 바로 읽기 시작했다.
오늘은 ‘북에서 온 알바생’ 꼭지 첫 부분부터 읽었다. 수정의 상황이랑 엄마와의 관계가 나오는 부분이라 분위기가 좀 무겁다. 책의 내용이 무거우니 듣는 아이들도 너무 진지하다. 중간에 삽화라도 좀 있으면 보여줄 텐데 10쪽이 넘어가도록 삽화 하나 없다. 수정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영어 때문에 고생하는 장면에서 이런저런 반응이 나오기 시작한다. “티슈는 수정이가 못 알아들을 수 있지.” “그냥 휴지 달라고 하면 될 텐데...” “굳이 티슈라고 해야 되나? 물티슈를 말할 때 빼고는 그냥 휴지라고 하지 않나?” “각티슈도 있는데, 그거 말할 때 크리넥스라고 영어 쓰잖아.” 아직 앞부분인데 조금씩 수정을 응원하며 수정이 편이 되어간다. 거봉이 등장해서 상황을 해결할 때는 어디선가 “와 거봉, 좀 멋진 듯!!” 하는 소리도 들렸다.
다음 꼭지는 소제목이 ‘거봉 꼼장어집 왕자’이다. 이 부분을 읽는데 이상하게 발음이 매끄럽지 않다. 천천히 한 단어씩 따로 읽으면 괜찮은데, 세 단어를 이어서 읽으면 ‘꼼장어집’ 발음이 뭉개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두세 번 읽으면서 발음이 잘 안된다고 말했다. 친구들도 모두 한 번씩 발음해 본다. 잘 된다는 친구도 있고 잘 안된다는 친구도 있다. 이 꼭지는 거봉과 거봉의 부모님, 그리고 꼼장어 구이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어서 조금은 가볍고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읽어나갈 수 있었다. 특히 처음 먹어보는 음식인 데다 비주얼도 좀 징그러운 꼼장어 구이를 의외로 잘 먹는 수정을 보면서 거봉이가 “아빠가 나중에 꼼장어 좋아하는 며느리 데려오랬는데..” 하고 말하는 부분에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거봉과 수정이가 잘될 것 같다는 예상도 있었고, 수정이 거봉네 가족이랑 잘 지낼 것 같아 다행이라거나, 거봉이 참 착하고 속깊은 아이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음 꼭지는 ‘내 스승은 욕하지 마시오, 동지!’다. 저번에 《불량 수제자》 북토크를 하면서 책 뒤쪽에 있는 세 주인공의 얼굴과 대화를 중심으로 했었다. 한 친구가 그걸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제목을 말하자, “어? 지난번에 그거 읽어주신 내용이랑 비슷한 말이다.” 한다. 기억력이 좋은 친구다. 시간이 5분 정도 남아서 새 꼭지를 읽기 시작했지만, 앞부분만 조금 읽고 마무리했다.
상반기 활동 때도 느꼈지만, 《불량 수제자》는 속도감 있게 읽는 것이 쉽지 않다. 앞부분에 수정의 상황과 배경, 탈북자와 태권도 소재까지, 듣는 친구들이 익숙해질 때까지 조금 시간이 필요한 작품이다. 오늘도 활동 전에 목표로 정했던 부분까지 읽지 못했다. 욕심내지 말고 천천히 느긋하게 아이들과의 소통에 중심을 두고 읽어가야겠다. |
첫댓글 (거봉 꼼장어집 왕자) 저도 다시 읽어보게 되네요 ㅎㅎ
욕심내지 말고 천천히 느긋하에 아이들과의 소통에 중심을 두고!! 저도 마음에 담아갑니다. 홧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