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활활 타오르던 법원 경매시장이 상반기 경기호전과 함께 약간 침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8.31부동산 대책이 나오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활황을 맞았다고는 보기 어려웠다.
법무법인 산하의 강은현 실장이 정리한 올해 부동산 경매시장 10대뉴스를 정리했다.
8·31 부동산종합대책
올 부동산 대책의 백미는 단연 8·31 안정대책이다.그동안 가격 급등의 쌍두마차 역할을 할 강남지역 재건축 시장을 틀어쥐고 토지시장에 외지인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여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게 요지다.
1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점화된 거칠 것 없는 고공 낙찰가 행진이 비로소 멈춘 것도 8·31 안정대책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나서다.
공인중개사 입찰대리
경매업계의 오랜 숙원 사업이 해결됐다. 지난 6월 30일 임시국회에서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이 전격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제 공인중개사도 변호사, 법무사처럼 합법적으로 입찰대리가 가능해져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불명예를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단, 명도는 현행처럼 변호사만 가능하다.
입찰대리를 중개사가 쟁취한 것이 아니라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 등으로 입이 나온 중개업자들을 무마하기 위한 당근용이어서 뒷맛은 조금 씁쓸하다.
그러나 과정이야 어떻든 중개사들도 합법적으로 입찰대리가 가능해 업무영역이 확장되고 수익선의 다변화가 예상된다. 물론 소비자는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경매 대중화의 제2보가 내디뎠다. 제1보는 민사집행법의 시행이다.
시행일자는 2006년 1월 30일부터다.
경매펀드 1호
경매시장도 본격적인 간접투자 시대로 접어들었다. 지난 1월 29일 현대증권이 첫 선을 보인 경매펀드 1호 상품은 1500억원이 순식간에 팔려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실제 현물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속성상 펀드는 대형 물건 매입을 통해 수익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경매 시장에 그만한 사이즈의 물건이 드물었기 때문이다.펀드 상품의 대부분은 지방에서 구색을 맞춰야 했다.
어쨌든 투자선의 다원화와 대형 물건 투자에 대한 리스크의 분산은 고무적 현상으로 경매시장에 대한 인식 제고와 외연 확대에 큰 기여를 하였다.
임차인 우선매수신고제 도입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임대주택이 경매시장에 통째로 나와 임차인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리는 사례가 속출하자 급기야 정부에서는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임차인에게 경매시 우선매수권을 인정하였다.
지난 7월 13일 임대주택법을 개정해 ‘부도임대주택의 경매에 관한 특례’ 조항을 신설해 임차인도 공유자처럼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단 대상아파트는 국민주택기금을 지원 받아 입주한 공공임대 아파트로 경매 당시에 주민등록이 등재된 임차인에 한한다.
연매출 사상 최대
경매정보제공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2월 16일까지 낙찰가액 기준으로 총 13조 4,000억원이 팔렸다. 이는 지난해 10조 8,000억원에 비하면 무려 24 % 증가했다.
남은 기간을 감안할 때 사상 최고액인 지난 2001년의 13조 6,52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경매에 참여한 응찰자는 52만 396명으로 역시 작년의 33만4337명보다 18만6059명이 늘어 55.6 %의 신장세를 기록했다.
모두 41만 9716건이 입찰에 부쳐져 낙찰률은 33.6%로 지난해 27.4 %보다 6.2 %포인트 높았고 낙찰가율은 67.1 %로 지난해 66.4 %보다 소폭 올랐다.
경매사상 최고가 아파트 등장
12월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 7계에서 진행된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그랑빌 아파트가 그 주인공이다. 131평형으로 복층형 구조인 이 아파트의 감정가는 자그만치 28억원.
그동안 최고 감정가 물건은 지난 2000년 9월 20일 서울 중앙지법 5계에서 진행한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대호프레조빌 아파트 171평형으로 26억원이었다.
주상복합 아파트 부분에서는 지난 2004년 11월 30일 서울 중앙지법 6계에서 입찰에 부쳐진 타워팰리스 A동의 73평이 25억원으로 역대 최고 가격이다.
일반 아파트부분에서는 2004년 12월 15일 서울 중앙지법 경매 8계에 나온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 아파트 80평형이 20억원으로 최고를 자랑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 합헌 결정 및 기업혁신도시, 복합도시 지정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행정중심복합도시가 11월 24일 헌법재판소 각하 결정을 끝으로 그동안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방 경매 시장 최고의 재료주가 속속 확정돼 후광효과가 기대되는 주변지역 토지시장은 투자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제2의 봄 - 경매교육과 도서의 홍수
2005년은 지난 98년 경매시장 제1의 봄에 이은 제2의 봄을 연 한해였다. 연초부터 경매법정은 재테크와 내 집 마련을 위한 투자자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국제통화기금 체제 이후 다시 찾아온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과거 소수 전문가의 전유물이었던 경매가 민사집행법 시행으로 일반인도 맘놓고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데다가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우량 물건이 속속 경매시장에 입성했던 것이다.
나 홀로 참여 인구가 늘면서 각종 교육기관이 지역 불문하고 우후죽순처럼 설립되었으며 덩달아 경매관련 도서 출판도 홍수를 이룬 한해였다.
전국적으로 50곳이 넘는 교육기관이 성업 중에 있으며 경매관련 출판물도 100종이 넘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교육기관 별로 희비가 엇갈려 충원에 애를 먹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경매 진기명기
2005년 4월 7일 고양지원 경매 입찰장에서는 난데없이 가위 바위 보를 해 최종 낙찰자를 결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경기 파주시 진동면 소재의 임야 930평에 2명의 입찰자가 참여했는데 공교롭게 최고가 금액을 똑같이 1,300만원으로 써냈기 때문. 최고가 금액이 똑같아 낙찰자를 결정하지 못하자 집행관은 2명을 대상으로 추가 입찰을 실시했다.
하지만 두번째 입찰에서도 입찰자들은 거짓말처럼 1,400만원으로 똑같은 가격을 적어냈다. 결국 집행관은 2명의 입찰자를 따로 불러 O X가 각각 적혀있는 쪽지를 보여준 뒤 가위 바위 보를 시켰다. 이긴 사람이 먼저 쪽지를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물건의 최종 낙찰자는 가위 바위 보에서 이겨 O가 적혀있는 쪽지를 먼저 고른 임모씨로 결정됐다. 2005년 6월 22일 김천지원에서는 입찰가액 란에 ‘0’을 하나 더 쓰는 바람에 무려 감정가의 47배에 달하는 경매사상 최고 낙찰가율에 낙찰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색경매 물건 속출
중계탑도 경매에 나왔다. 5월 24일 수원지방법원 경매2계에서는 관악산과 이어져 있는 삼성산 (해발 455m) 정상에 위치한 무선통신중계탑이 경매에 나왔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석수동에 있는 물건으로 대지는 없고 건평만 41평이다. 소유자가 S정보통신으로 감정가는 5,500만원.
5월 18일 의정부지원 경매6계에서 진행된 사격장은 감정가만 100억원이 넘는다. 임야 3만 2,000평에다 사격장 탄약고 방갈로 찜질방 등으로 구성됐으며 건물은 건평 2,000평이 넘는다.
그밖에 근현대 최고의 화백 중 하나인 운보 김기창 화백의 손때가 묻은 충북 청원군에 있는 운보의 집이 경매로 넘어갔고 광진구 능동에 있는 어린이회관도 경매시장에 나왔다.
자료원:중앙일보 2005.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