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징검다리] 젊은 가장 서정호씨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절망 속 한숨만…
서정호(가명·24)씨는 오늘도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섭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끝은 어디일지….
정호씨는 다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젊은 가장입니다.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할아버지, 정신분열증으로 입원중인 아버지, 지적2급 장애인인 형과 고교 1학년인 막내동생. 이렇게 다섯 식구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이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정호씨에게 이러한 시련이 다가 온 것은 지금부터 약 15년 전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던 아버지께서 고모인 여동생의 빚보증을 섰다가 일이 잘못되는 바람에 월급을 압류당하면서 불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정신분열 아버지 병원 신세
15년 전부터 다섯식구 책임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자신에게 돌아오는 건 텅 빈 월급봉투임을 깨닫게 된 아버지는 실망감과 허탈함에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고, 이후 정신분열증세까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술에 젖어 하루하루를 지내던 아버지는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시간 남편의 폭행과 생활고로 고통을 겪던 어머니는 지난 2002년 추운 겨울 어느 날,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말았습니다. 자신 때문에 아내가 세상을 버렸다는 사실에 아버지는 더욱 죄책감에 빠졌습니다. 정신분열증세도 악화돼 4년 전에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수차례 방황을 한 정호씨는 자신에게 의지하는 가족들을 보며 삶의 의지를 다져왔지만 현실은 녹록치가 않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던 정호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시간제 아르바이트뿐이었습니다.
월 80만원의 소득으로는 아버지의 병원비, 동생의 학비, 월세, 생활비 등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차고 힘이 들었습니다. 아버지 입원 이후 납부하지 못한 병원비만 300만원이 넘습니다.
다행히 몇 개월 전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의료급여 혜택과 약간의 생계비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밀려있는 병원비만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밤늦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정호씨는 좁디좁은 단칸방에 잠들어 있는 가족들을 바라보며 내일의 삶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가져보지만 자꾸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배근남·부산 수영구 민락동주민센터 사회복지사 051-610-4910.
△지난 30일자 한혜숙씨 이야기 58명의 후원자 273만200원.
↓ 이렇게 됐습니다
지난 5월 16일자 허진화 할머니 이야기
사연이 소개된 이후 50여명의 후원자로부터 모금된 180여만원의 성금은 허진화 할머니께 전달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이 성금으로 밀렸던 아들의 병원비를 갚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머지는 앞으로 아들의 병원비가 필요하게 될 경우에 대비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들이 갑자기 입원을 하게 될 때마다 너무나 병원비 걱정이 컸기 때문에 '사랑의 징검다리' 성금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할머니께서는 남은 인생을 아들과 함께 용기를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합니다.
이것이 성금을 보내 준 여러분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라며 모처럼 웃으시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