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남부지방은 가을 분위기 같은 날씨였습니다.
중부와 서울은 폭염주의보 까지 발령되었지만 남부지방은 25도 전후 생활하기에 정말 적당한 날씨인 것 같았습니다. 퇴근 후 그냥 자기엔 시간이 너무 아까운 것 같아 책을 읽노라 하면서 거실에 불만 켜놓고 소파에 잠이 들곤 합니다. 편안하게 자지도 못하고 아침에 찌뿌듯하게 일어나니 컨디션도 별로 인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수지 안 맞는 장사를 한 것 같습니다. 때론 내 모습이 처절하기도 합니다. 그냥 편히 자면 되지 일부로 자지 않고 뭔가를 하려고 하는 성격이 있나 봅니다. 아내는 저보고 미련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저는 그런 생활을 즐기나 봅니다.
오늘도 아주 좋은 날씨였습니다.
거실에서 긴팔 옷을 입고 6월의 마지막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몇 일전 3권의 책을 구입하여 읽었습니다. <밀실에 갇힌 예수 -한종호>, <변방을 찾아서 - 신영복>, <노무현 평전 - 김상웅> 한동안 책을 읽지 못했는데 짬짬이 책을 읽었습니다.
우리 삶을 성숙시키는 2가지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좋은 만남을 가지는 것이라 하고 다른 하나는 좋은 책과의 만남이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신의 삶을 성찰하지 못하고 성숙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좋은 만남과 책을 통하여 스스로 성찰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3권의 책 중에서도 노무현 평전을 읽으면서 참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30대 중반에 현실에 대한 인식과 이 사회 구조의 메커니즘을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에 이 사회에 대한 불편함 들이 무의식 속에서 꿈틀거리곤 합니다. 예전에 아무 생각 없이 살아 갈 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비판적 시각으로 이 사회를 바라보게 됩니다. 잘된 일인지 잘못된 일인지 판단할 수 없지만 주류사회의 기득권층에 대한 그들의 광기와 폭력 잔인성을 느낄 때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예수님 말씀을 따를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 삶의 다층적이고 복잡한 연결고리 속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 또는 어떤 목적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우리 삶의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을 우리는 어느 정도 누리고 만족할 수 있는가? 약육강식의 철저한 신자본주의 아래 우리삶이 도구화 되어 가고 물질화 되어 가는 과정을 생각 하면 이것이 우리의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 역사가운데 권력을 가진 다수가 이 사회를 지배하고 통치하는 것 같지만 아주 변방의 갈릴리의 예수가 로마 권력의 힘과 유대지도자들의 배척에 의해 처절한 죽음의 형장으로 사라졌지만, 오히려 하느님의 역사는 그 절망과 어둠속에서 당신의 능력에 의해 오신 것처럼 이 우주의 주인인 하느님의 통치와 다스림에 의지하게 됩니다. 우리 또한 이 사회의 마이너티로 살아가지만 변방은 창조의 공간이며, 생명과 충만의 공간임을 인식하며 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 힘들더라도 이 사회가 우리를 변화시키지 못 하도록 깨어있는 의식이 요구 되어 집니다.
근년에 입적한 법정 스님은 <살 때와 죽을 때>에서 꽃은 질 때도 아름다워야 한다.고 노래했습니다. 사람은 가는 뒷모습도 아름다워야 한다는 말씀이라고 합니다.
살 때는 삶에 철저해 그 전부를 살아야 하고
죽을 때는 죽음에 철저해 그 전부가 죽어야 한다.
삶에 철저할 때는 털끝만치도 죽음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또한 일단 죽게 되면 조금도 삶에 미련을 두어서는 안 된다.
사는 것은 내 자신의 일이고,
죽은 또한 내 자신의 일이니
살 때는 철저히 살고,
죽을 때도 또한 철저히 죽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한편으로 순간순간 죽어 간다는 소식이다.
정말 삶과 죽음에 철저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후회하지 않는 삶이겠지만 그런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요원해 보이기도 합니다. 때때로 가뭄의 단비같이 좋은 책과의 소통은 내 삶을 성찰하게 해 주고 소인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여름의 열기와 온도속에서 온갖 곡식들은 여물어 가고 알차게 성장하듯이 내 삶도 올 여름을 통해 많이 성숙하여 가을에 좋은 열매로 맺어지고 싶습니다.
평화로운 밤입니다.
오늘은 미련 없이 일찍 자야겠네요..
2012년 6월28일...
첫댓글 좋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오랜 가뭄 끝에 장맛비가 조금씩 내립니다. 우리의 갈급한 영혼에도 촉촉한 단비가...
마음에 와 닿네여~~
감사합니다..^^
베스트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