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씨 뿌리는 날
최 화 웅
통영의 4월은 그지없이 아름답다. 통영의 사계(四季)가 어느 계절치고 아름답지 않은 때가 있겠냐마는 동백꽃과 벚꽃이 산과 들을 뒤덮는 4월이면 통영의 아름다움은 극치를 이룬다. 특히 겹벚꽃이 피는 4월이면 물 맑은 봄 바다와 함께 새 옷을 갈아입은 나무들이 나날이 푸르름을 더해 가면서 우리에게 사람의 일을 잊고 스스로를 충만케 한다. 산과 바다와 섬에는 눈길 가는 곳마다 화려한 꽃이요 그 향기 그윽하여 우리의 삶을 활기차게 한다. 오~아름다운 통영이여! 풍화리의 신록이여!
투석과 더불어 살아가는 나는 투석치료를 받지 않는 수요일 아침 일찍 엘사와 함께 통영으로 떠났다. 남천동 홍옥당의 팥빵 한 상자와 몇 가지 선물을 챙긴 마음이 한껏 부풀었다. 부산항대교를 잇는 신선로 지하차도가 개통한 뒤 처음으로 가는 통영 나들이는 집으로부터 남항대교까지 난스톱으로 시원하게 달릴 수 있었다. 공사 중인 천마산 터널이 개통되면 거제와 통영을 오가는 길이 더욱 편리해질 것이다. 아침 8시 반에 출발하여 10시 반에 도착했다.
우리가 도착하자 봄 햇살 좋은 허브팬션의 정원에 겹벚꽃과 사과나무, 라일락의 꽃향기를 머리에 이고 영주가 끓여 나온 커피를 마시며 만남의 기쁨을 나누었다. 동백은 끝물이라 송이 채 땅바닥에 뚝뚝 떨어져내려 땅위에서 다시 꽃을 피우며 반겼다. 한숨 돌린 우리는 정원의 가장자리와 빈터, 비닐하우스 주변에 골을 내고 해바라기씨를 파종했다. 풍화리에 심은 해바라기씨는 지난해 늦가을 순천열차여행 때 얻어온 것을 겨우네 말린 것이다.
해바라기씨 뿌리기를 끝낸 우리는 서호시장 앞 통영식당으로 나갔다. 우리가 통영에 오면 한번은 꼭 찾는 곳이 통영식당이다. 통영식당은 항상 갓 잡아 올린 해산물로 푸짐한 밥상을 차려주는 단골식당이다. 멸치찌게와 쌈, 누룽지숭늉으로 점심을 배불리 먹은 뒤 메타스콰이어가 줄지어 늘어선 정량동의 망일봉에 자리 잡은 이순신공원에 올랐다. 오늘도 남해바다를 응시하고 선 이순신 동상에서 必死則生 必生則死 (필사즉생 필생즉사, 죽기로 싸우면 반드시 살고, 살려고 비겁하면 반드시 죽는다)라는 그의 유언을 깊이 되새겼다.
때마침 불어오는 해풍을 타고 맵사한 갯내음이 풍겼다. 해발 149m 남짓한 망일봉에서 내려다보는 남해바다는 한 폭 그림이다. 임진왜란 때 사용했다는 대포, 천자총통(天字銃筒) 앞에서 우리는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해안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돌아오는 길에 서호시장에서 멸치를 사고 저녁꺼리로 돼지목살과 야채, 충무김밥을 사들고 팬션으로 돌아왔다. 한편에서 수육을 삶고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풍화리에 처음 온 영주는 비닐하우스에서 열무랑 푸성귀를 솎았다. 그렇게 준비한 저녁은 만찬이었다.
밤 늦게부터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맞추듯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몰려들었다. 파종 뒤에 내리는 시우(時雨)다. 저녁을 끝내고 디저트는 영주가 준비한 아이스크림 케익이 우리의 저녁자리를 더욱 오붓하게 해주었다. 통영에서 맞은 4월의 봄밤에 삶의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동안 정원의 옥외스피커에서는 첼로 연주곡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가 홀로 봄밤을 적셨다. 풀과 나무와 바람과 밤이 하나같이 숨 쉬고 느끼고 노래하는 것 같았다. 깊어가는 봄밤 나는 내일 아침 투석치료를 위해 훌훌 털고 부산으로 떠났다.
행 복
유 치 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첫댓글 보지 않아도 보이는듯 너무
아름다운 사월의 통영의 하루가 물감 칠한듯 화사하게
보입니다.^^
정원가에 피어날 해바라기가
눈에 잡혀요.
늘 그렇듯이 지금 사는 이곳이
천국입니다.^^
풍화리에 아름다운 해바라기꽃이 필때쯤의 여름엔 바닷물도 더 파랗고 아름답겠지요?
선생님의 행복한 여행소식 반갑고 감사합니다~^^*
봄 여행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그대로 들어오는군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늘 행복 넘치는 삶을 엮으시어 감사합니다.^^
멋진 삶을 최대한 누리시는 그리움님!
통영 풍화리에 심은 아름다운 해바라기
필때에는 더 한층 멋을 부리겠지요^^*
푸른 바다와 해맑은 햇님,맑은 공기
맘껏 뽐낼 때~보러갈 수 있길 바라며
그리움님의 고마움도가지겠죠~~
맘 풍성함 전해주심 감사합니다^^
건강,행복하세요 ~♡~
"God with us!!
통영 어느 방파제에서 낚시하던 풍경이 눈에 선합니다. 아름다운 도시 통영 지금이라도 출발하고 싶은 마음을 달랩니다. 국장님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통영, 부산 모두 제 삶에 소중한 곳에서 그리움님의 행복한 체험을 함께 하니 감사합니다.^^
예전에 가봤던 통영의 즐거웠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삶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해 보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