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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향교(鄕校)
1. 우리나라 향교의 분포
생각난 김에 우리나라 전국에 있는 향교를 대강 훑어본다. 전국에 있는 향교의 수를 열거해 보면....
경북(慶北) 39, 충남(忠南) 34, 경남(慶南) 28, 경기(京畿) 28, 전남(全南) 28, 전북(全北) 23, 충북(忠北) 18, 강원(江原) 17, 인천(仁川) 4, 대구(大邱)와 제주(濟州) 3, 서울, 부산(釜山), 울산(蔚山), 대전(大田), 세종(世宗) 각 2, 그리고 광주(光州) 1로 모두 합치면 총 236개 향교(鄕校)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무신론자도 많고 서양에서 들어온 종교(天主敎, 改新敎 등)를 신봉(信奉)하는 사람들도 무척 많지만 아직도 우리의 오랜 전통인 유교(儒敎)가 모든 지역에 골고루 뿌리 내리고 있음을 증명한다.
2. 향교의 구조(構造)
앞서 인천향교를 언급하면서 대충 향교의 구조를 설명했지만 조금 덧붙인다면 성현의 위패를 모시는 대성전(大成殿)과 동무(東廡), 서무(西廡)가 있는 곳은 향교의 가장 높은 지역으로 제향공간(祭享空間)이다.
이 제향공간에서 계단을 내려와 아래쪽에는 동재(東齋)와 서재(西齋), 그리고 명륜당(明倫堂)이 위치하는데 이곳은 유생(儒生)들이 기거하며 공부하던 강학공간(講學空間)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동재(東齋)와 서재(西齋)는 정원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에서 마주보게 배치되었는데 동재(東齋)는 양반자제(額內校生)들이 기거하던 거처하던 곳이고 서재(西齋)는 평민(平民)이나 서민(庶民) 자제들(額外校生)이 기거하던 건물인데 쪽마루도, 부엌도 없다.
이 두 제향공간과 강학공간의 사이에는 담장(牆)이 있어 명륜당(明倫堂)에서는 대성전(大成殿)이 보이지 않도록 했으며 대성전으로 들어가려면 세 개의 대문이 있는 내삼문(內三門)을 통과해야 한다. 이 문은 세 개의 문이 달려있어 삼문(三門)이라 부르고 그 문의 좌우로 회랑(回廊)이 둘러져있어 전랑(殿廊)이라고 부른다.(복도)
다시 강학공간(講學空間)인 명륜당(明倫堂)에서 외부로 나가는 문을 외삼문(外三門)이라 하는데 이 또한 담장과 회랑으로 이루어져 있고 세 개의 문이 달려있어 외삼문(外三門)이라 불리는 것이다.
외삼문을 나서면 어느 향교를 가든지 조금 거리를 두고 향교로 들어가는 홍살문(紅箭門)이 있고 그 옆으로는 향교의 역사를 기록한 비석들이 늘어서 있는 구조이다.
그 밖에 향교관리실(鄕校管理室), 문화관(文化館), 전통혼례 혹은 회혼례(回婚禮)를 올리는 공간, 제례에 쓰는 제수(祭需)를 보관하는 육고(肉庫), 주고(酒庫), 제기(祭器)를 보관하는 제기고(祭器庫) 등이 있다.
또 재방(齋房)이라 하여 향교를 관리하는 건물도 따로 있기도 하는데 관리인(管理人)이 살거나 유생들을 교육하는 교수(敎授)들의 살림집이기도 했는데 모두 별도의 건물로 지어졌다. 이 건물들은 향교에 따라 별도의 명칭을 붙이기도 한다.
3. 향교에 모시는 성현(聖賢)
일반적으로 향교에서 모시는 위패는 5성 18현(五聖十八賢), 혹은 5성 10철 18현(五聖十哲十八賢) 정도를 모시고 있는 것이 통례이다.
조선조(朝鮮朝)에 향교에서 모시던 위패는 대성전(大成殿)에 5성(五聖) 공문10철(孔門十哲) 송조6현(宋朝六賢)의 21위(位)를 모시고, 동·서무(東西廡)에 공문(孔門) 69위(位), 한당송원(漢唐宋元) 25위(位) 한국18현(韓國十八賢)으로 112위(位), 모두 합하여 133위(位)를 모셨다고 한다.
그러다가 1949년 한국유림회(韓國儒林會)에서 동·서무(東西廡)에 봉안하고 있던 112위(位) 중 한국18현(韓國十八賢)을 제외한 중국성현 94위(位)를 모두 매안(埋安-땅에 묻음)하기로 결정하고 대성전(大成殿)에 오성(五聖), 공문십철(孔門十哲), 한국18현(韓國十八賢), 송조6현(宋朝六賢)의 39위만 봉안하기로 하였다.
중국 성현들의 위패를 매안(埋安)한 후 위패(位牌)를 모시던 동·서무(東西廡)는 향교의 역사 기록물이나 제향(祭享)에 필요한 물품들을 진열, 보관하는 방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현재 전국의 향교들을 살펴보면 오성(五聖)과 한국18현(十八賢)은 어느 곳이나 모시지만 그 밖에 모시는 성현들이 모두 각각 다른데 대성전에 모시는 성현들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오성(五星)> 공자(孔子), 안자(顔子), 증자(曾子), 자사자(子思子), 맹자(孟子)
※공자(孔子)를 제일 가운데(先聖) 모시고 제자 중 뛰어난 학자 4성(四聖)은 그 옆(配位)에 모신다.
<공문10철(孔門十哲)> 공자(孔子)의 수제자(首弟子) 10명
자건(子蹇:魯), 백우(伯牛:魯), 중궁(仲弓:魯), 자아(子我:魯), 자공(子貢:衛), 자유(子有:魯), 자로(子路:魯), 자유(子游:魯), 자하(子夏:衛), 자장(子張:晉)
<송조6현(宋朝六賢)> 송나라의 현자(賢者) 6명
주돈이(周敦頤), 정호(程顥), 정이(程頤), 소옹(邵雍), 장재(張載), 주희(朱熹)
<한국 18현(十八賢)> - 우리나라 성현 18명
설총(薛聰), 안유(安裕), 김굉필(金宏弼), 조광조(趙光祖), 이황(李滉), 이이(李珥), 김장생(金長生), 김집(金集), 송준길(宋浚吉), 최치원(崔致遠), 정몽주(鄭夢周), 정여창(鄭汝昌), 이언적(李彦迪), 김인후(金麟厚), 성혼(成渾), 조헌(趙憲), 송시열(宋時烈), 박세채(朴世采)<총 18명>
*그 밖에 동무(東廡)와 서무(西廡)에는 한당송원(漢唐宋元) 25명, 공문(孔門:공자 제자) 69명<계 94명>
4. 우리나라 3대 향교(三大鄕校)
우리나라 전국에 흩어져 있는 향교들 중에서 3대 향교(鄕校)를 꼽는다면 강원도 강릉(江陵)향교, 전남(全南) 나주(羅州)향교, 전북(全北) 장수(長水)향교라는데 그 기준이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약술(略述)해 본다.
<1> 강원도 강릉향교(江陵鄕校) - 고려 충선왕 5년(1313) 창건<강원도 유형문화재 제99호>
*大成殿(보물 제214호) 明倫堂(보물 제2088호) 東廡·西廡·殿廊(보물 제2089호)로 지정
강릉향교 사롱창(斜籠窓) / 강릉향교 전경(앞 건물이 명륜당) / 강릉향교 대성전
강릉향교는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가장 큰 향교라고 하는데 중국 성현(聖賢)들을 매안(埋安)하고 우리나라 18현을 대성전(大成殿)으로 옮겨 봉안하라는 대한유림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그 지시를 따르지 않고 지금도 예로부터 모시던 중국 성인(聖人) 115위(位)에 한국 18현(十八賢)을 합쳐 총 133위(位)를 모시는 것은 물론, 거기에 세 명을 덧붙여 모두 136위(位)의 위패(位牌)를 모시고 있다니 어찌 보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거기에 향교의 여러 건물(建物)들이 국가 보물(寶物)로 지정된 것을 비롯하여 제향(祭享)을 바치는 것은 물론 강학기능(講學機能)까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 산하(傘下) 관리 기관(機關)으로 서원(書院) 2곳, 원사(院祠) 10곳, 영당(影堂)이 1곳이 있다. 서원(書院)은 향교의 축소형으로 향교와 같은 모든 기능이 있었는데 향교(鄕校)가 국립기관이라면 서원(書院)은 주로 강학기능(講學機能)이 위주인 사설교육기관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때 공부하는 유생들의 대표(學生會長)을 장의(掌議)라 불렀다.
사우(祠宇)와 영당(影堂)은 위패(位牌)를 모시는 곳이 사우(祠宇), 영정(影幀)만 모시는 곳이 영당(影堂)인데 제례를 봉행한다. 강릉향교 산하(傘下) 관리 기관들을 살펴보면 우선
서원(書院)은
<1>송담서원(松潭書院:江東面 彦別里)-강원도 유형문화재 제44호 : 栗谷 李 珥 位牌 모심
<2>오봉서원(五峰書院:城山面 五峰里)-강원도 유형문화재 제45호 : 孔子, 朱子, 尤菴 宋時烈 位牌 모심
*중국 화성(畵聖) 吳道子가 그린 공자 眞影(초상화)이 모셔졌던 곳<지금은 없음>
다음으로 사우(祠宇) 10곳<사우(祠宇)는 일명 祠堂, 院祠라고도 부른다>
<1> 청간사(淸簡祠:城山面 普光里)-梅月堂 金時習 位牌 모심<강릉 金氏 始祖>
<2>경양사(鏡陽祠:강릉시 苧洞)-觀雪堂 朴堤上 位牌 모심
<3>덕봉사(德峯祠:강릉시 柄山洞)-崔瑩 장군 位牌 모심
<4>황산사(篁山祠:강릉시 蘭谷洞)-崔必達(강릉 崔氏 始祖) 位牌 모심<강원도유형문화재 제58호>
<5>전충사(全忠祠:강릉시 苧洞)-圃隱 鄭夢周 位牌 모심
<6>문성사(文成祠:강릉시 竹軒洞)-栗谷 李 珥 位牌 모심<烏竹軒 안에 있음>
<7>충정사(忠正祠:邱井面 濟飛里)-圃隱 鄭夢周, 鏡浦山人(猿亭) 崔壽峸 位牌 모심 일명 華東書院
<8>칠봉사(七峰祠:城山面 五峰里)-七峰 咸 軒 位牌 모심<강릉 咸氏 七峰山派 派祖> 五峰書院 내에 있음
<9>향현사(鄕賢祠:강릉시 校二洞)-강원도유형문화재 제8호
-鏡湖 崔致雲, 睡齋 崔應賢, 三可 朴遂良, 四休堂 朴公達, 猿亭 崔壽峸, 蹈景 崔雲遇, 春軒 崔 洙, 訥齋 李成茂,
保眞齋 金 譚, 聾軒 朴億秋, 槐堂 金潤身, 臨鏡堂 金 說 - 이상 12현인들의 位牌 모심
<10>화부산사(花浮山祠:강릉시 校一洞)<강원도유형문화재 제57호> *일명 興武王祠 -新羅 金庾信 장군 位牌 모심
다음은 한 곳의 영당(影堂)으로
-회암영당(晦庵影堂:강릉시 楡川洞)-강원도유형문화재 제107호
이곳은 位牌가 아니고 晦庵 朱 熹의 影幀을 모시고 있다.
또 강릉에 있는 대부분의 고등교육기관을 강릉향교에서 처음 개설하였다고 하는데 폐교(閉校)된 화산학교(花山學校, 1909 開設, 1911 閉校)를 제외하고 지금은 대부분 공립학교가 되었다.
강릉공립농업학교(1928, 현 中央高), 강릉공립상업학교(1938, 현 第一高), 강릉여자공립고등학교(1940, 현 江陵女高), 옥천초등학교(1943, 현 玉川初), 강릉명륜(明倫)중학교(1949開敎, 1988 閉校), 강릉명륜고등학교(1963, 현 明倫學院:私立), 율곡의숙(栗谷義塾, 1964 개설, 1969 閉校:대학과정)이 있고, 명륜교육원(明倫敎育院, 1984 개설, 2001 忠孝敎育院으로 개칭 존속: 한문학), 강릉향교예절원(禮節院, 2005 開設:전통예절, 인성, 교화교육, 다문화가족 예절교육 등)을 현재 운영 중이다.
강릉 향교는 다른 향교와 달리 동·서무(東西廡)에 온통 위패(位牌)로만 가득 채워져 있다.
보물(寶物)로 지정되어 있는 건물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제향공간(祭享空間)인 대성전과 동·서무(東西廡), 심지어 전랑(殿廊)의 건물도 그 규모와 조선시대 전통건축양식도 놀랍지만 모든 기둥들이 엄청난 굵기의 배흘림 형식의 금강송(金剛松)으로, 제각각 크기와 모양이 다른 초석(礎石)위에 초석에 맞추어 기둥을 깎아서 올려놓고 맨 아랫부분은 흰색, 가운데 부분은 검은 띠가 둘린 모양으로, 윗부분 절반 정도는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는 모습이 모두 똑 같은데 아래 강학공간(講學空間)의 건물들은 평범한 붉은 민흘림 기둥으로 완전히 구분된다. 이 강학공간의 건물들은 조선 초기의 건축양식이 그대로 보존되어있기 때문이다.
또 동·서무(東西廡)의 작은 창문들은 창살이 안쪽으로 휘어진 모습으로 사롱창(斜籠窓)이라 하는데 전형적인 고려시대의 건축양식으로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강학공간의 핵심건물인 명륜당은 우리나라 향교 중에서 가장 크며(58.95坪) 누각형식으로 지어져서 바깥에서 보면 매우 멋스럽다. 이 명륜당에서 1940년, 강릉여자공립고등학교(현 江陵女高)의 개교식 및 입학식이 거행되었다고 한다.
<2> 전남 나주향교(羅州鄕校)> - 조선 태조 7년(1398) 창건<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128호>
※大成殿(1963년, 보물 제393호로 지정)
나주향교는 조선 숙종 27년(1701)에 공자(孔子) 부친(父親)의 위패를 모시는 계성사(啓聖祠)를 창건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교궁(校宮:문묘)의 배치가 다른 향교와는 크게 다른 특색을 보인다고 한다.(前廟後學)
일반적으로 교궁의 배치는 대성전이 위에 있고 그 밑에 명륜당이 위치하고 있으나, 공자 아버지의 위패(位牌)를 봉안하는 계성사(啓聖祠)가 있는 향교는 대성전과 명륜당의 위치가 바뀐다고 한다.
이곳에는 5성(五聖), 송조4현(宋朝四賢), 한국 18현(十八賢)의 위패만 봉안되어 있다고 한다.(총 27位)
<3> 전북 장수향교(長水鄕校)> - 조선 태종 7년(1407) 창건<대한민국 보물 제272호>
*大成殿(1963년, 보물 272호로 지정)
장수향교의 대성전(大成殿)은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조선시대 향교 건축의 대표 건물 중 하나라고 한다.
이곳에는 5성(五聖), 송조4현(宋朝四賢), 한국 18현(十八賢)의 위패만 봉안되어 있다고 한다.(총 27位)
나주(羅州)향교 / 장수(長水)향교 / 강화 교동(喬桐)향교
<우리나라 최초의 향교>
<인천 강화도 교동향교(喬桐鄕校)> - 고려 인종5년(1127) 창건<인천시 유형문화재 제28호>
이곳에는 5성(五聖), 송조2현(宋朝二賢) 및 한국18현(十八賢)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총 25位)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향교로 그다지 크진 않지만 지금까지 잘 존속되고 있는 유서 깊은 향교이다.
5. 향교의 건축 형식
삼문(三門) 형식 / 전랑(殿廊) / 홍살문(紅箭門)
향교의 내삼문(內三門)과 외삼문(外三門)인 삼문(三門)은 가운데 높은 대문과 양쪽에 낮고 좁은 쪽문이 있는 형식이다.
삼문(三門)에 잇닿아 있는 전랑(殿廊)은 외부가 열려있는 복도 형식인데 바닥은 깔지 않는다.
나는 전국 여러곳의 향교들을 돌아본 적이 있는데 이런 건축형식에 맞지 않게 지어진 향교들도 많았다.
홍살문(紅箭門)은 삼국시대 신라에서 기원(起源)된 문이라고 하는데 릉(陵)·원(園)·묘(廟)·궁전·관아 및 향교·서원의 정면에 세우던 붉은 칠을 한 문으로 지금으로 말하면 건물의 정문(正門)에 해당하는 문이다.
홍살문은 ‘붉은 화살 문’이라는 뜻으로 홍전문(紅箭門), 홍문(紅門)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