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옛길
엄창섭
꿈틀거리는 세상의 고뇌도
지난날의 애환 잠재워
하늘의 평온을 허락하네.
애증과 모든 역겨움
그리움으로 다스리며
빛과 소리 못내 눈부신
낮은 산자락 오르면
발에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풀들의 모진 목숨은 경이롭다.
어제의 우울한 회한은
어지럼증으로 도지고
오늘의 피곤한 삶은
한갓 허망한 흐름이다.
* 시작 노트
개념도 불투명한 이념의 논쟁으로 절망의 끝이 보이지 않는 삶의 일상에서, 아득한 유년의 기억을 모아 한 폭의 수채화로 채색한 <대관령 옛길>은, 인간 존재의 고뇌와 애환을 자연의 평온함을 통해서 위로를 찾으려고 의도한 일례다. 일단 “꿈틀거리는 세상의 고뇌”는 현대 사회의 불확실한 상태의 유추로 “지난날의 애환 잠재워/하늘의 평온을 허락하네.”의 결과를 도출해냈다. 세상의 고뇌와 애환을 잠재우는 것은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향의 평온으로 자연과의 조화에서 가능하다. 한편 애증과 역겨움도 그리움으로 다스리며, 자연에서 빛과 소리로 상처받는 영혼의 치유는 이채롭다. 그렇다. 낮은 산자락을 오르는 과정은 인생의 여정을 비유한 것으로 "풀들의 모진 목숨은 경이롭다."에서 감응될 것이나 민초의 끈질긴 생명력을 자연의 순리에서 체득한 생명의 경외심은 존엄하다. 특히 “오늘의 피곤함은 허망한 흐름이다.”에 대비시킨 서정적 정감은 일상의 무료함과 무상에 관조하는 정조(情調)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