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제 : 2007.02.11
어디서 : 판대아이스파크
누 구 : (숙박)최성근, 김두봉, 유병상, 오일재, 이규순, 성민제, 강진숙, 김상호, 전태환
(당일)최창수, 한미옥
산행일정에 보면 2월10일 설악 토왕폭 등반계획이 잡혀있다. 토왕대회가 끝나면 어느 정도 얼음상태가 좋아지리라 예상을 하고 잡은 계획이다. 중간에 기철형도 같이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구정 대목 준비에 바쁜 시기라 상호와 둘이서 할 계획이었고 월요일 전화를 받았다. 토왕대회에 갔다 온 것과 주말 등반계획(용대리) 그리고 토요일 토왕 등반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등 이런 저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화요일 중으로 전화하겠다고 말을 하고 통화를 끊었다.
토왕과 용대리를 연결해서 등반을 할까? 아니면 판대빙장이 예약되어 있으니까 한적하게 등반을 할까?
올해는 토왕등반 꼭 하고 싶었는데, 날씨 때문에 빙질이 좋지 않다는 소식은 자꾸만 접하고 아직 배짱이 부족해서 일까 자꾸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그리고 일요일에 용대리에서 등산강사 교육까지 있다고 했는데 팀원들이 북적대는 먼 곳까지 가서 제대로 등반도 못하게 되는 경우를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고 등반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래저래 고민하던 중에 상호에게 수요일 전화가 왔다. 형! 왜 전화가 없어요.
미안 미안해. 상호야 날씨도 그렇고 토왕 다음에 하자.
그리고 용대리 북적될 것 같으니까 편하게 판대에서 하자.
등반공지를 화요일까지 올린다고 해놓고는 늦은 목요일에 공지가 된 경위다.
공지가 늦어서 그런지 참가 덧 글도 늦다. 덧 글이 없기에 내가 먼저 글을 올렸다.
제일 마지막 덧 글의 주인공인 성근형님 참가 글까지 8명. 올해 들어 제일 적은 수다.
금요일에는 바름의 정식형의 토왕 등반보고까지 접하니 산행지를 변경하기 잘 했다고 생각했다.
토요일 일이 생겨 조금 늦게 만수산장에 도착하니 낮에 등반을 한 두봉형과 친구분(금종오선배), 성근형과 규순 그리고 승찬형과 예쁜 후배가 벌써 한 술 하고 얼굴이 불그스레하게 홍조를 띄고 있었다. 두봉형은 차에서 잠을 청하고 술자리가 거의 끝난 듯 했다.
그럴 수는 없다. 많이는 못하고 항상 취하면 제일 먼저 잠자리에 들기는 하지만 한 주간 “조지훈의 주도유단과 이백의 월하독작”으로 술타령을 하지 않았던가? ..... 영호형이 주중에 덧 글로 운을 띄우기는 했지만 팀장이 돼보시라 매주 주말에 밖으로만 돌지 주중에 학생들 데리고 암장에서 운동한답시고 매일 11시 넘지 거기에 술자리까지 추가되면 그대로 집에서 아웃될 상황이기에 주말을 기약하고 못 본 것처럼 연락도 못했다.
흩어진 자리를 정리하여 다시 모여 앉고 꺼진 불을 다시 지펴놓고 후라이팬에 고기 덩어리를 올렸다. 지글지글 고기 구워지는 소리에 먼저 한 잔. 이런저런 이야기에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술은 동나고 이때 제일 연장자인 성근형님이 가게에서 직접 술까지 가져오신다. 선약이 있어 중간에 승찬형은 자리를 일어났고 태환이와 민제차가 도착하면서 참가자 전원 집합. 술자리는 계속 이어진다.
계속되는 손목운동에 몇 시나 됐을까? 취기는 그윽해지고 잠시 누운 것으로 아웃.
아침에 일어나니 테이블에 병은 가득하고 용감하고 젊은 태환이를 비롯해 몇몇은 침상에서 비박을 하고 있었다. 아침에는 기차를 타고 창수씨가 온다는 연락을 받고 태환이가 역전까지 갔다 오고, 이쁜 총무 미옥이는 상계동팀과 같이 들어왔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하던가? 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간에 우리의 목적은 등반이 아니던가. 상호가 준비한 신내동표 순대국에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빙장으로 향했다.(상호가 언제든지 먹고 싶으면 오란다.) 빙장에는 많은 수는 아니지만 쫑빙 하기에는 아쉬운 듯 벌써 줄을 걸고 등반을 하고 있었다.
먼저 30m폭에 세 동의 줄을 걸고 한참 등반을 하고 있는데, 어! 한 명이 보이지 않는다. 전임팀장 유.병.상. 뒤지지 않는 입심이 있기에 어느 팀에서 시간 보내나하고 여기저기 둘러봐도 없다. 30m폭과 70m폭을 둘러봐도 없다. 그런데 100m 폭에서 시끄럽다. 위를 보니 빨간 핼맷의 주인공 병상형이 등반을 하고 있었다. 같이 하자고 한마디 던지면 덧나나 혼자만 하다니.....
조금 있으니 상호가 100m 폭을 등반하자고 한다.
오전에 등반하며 왠지 몸에 힘이 들어간 느낌이었고 쉬엄쉬엄 하려 했는데 우선 거절했다. 토요일에 오면서 상호가 70m 등반을 하고 싶다고 했었기에 망설이다가 그래 가자고 마음먹고 상호를 불렀다.
상호야 장비 챙겨!........100m폭 가자 !
나는 등반 준비하고 기다리는 동안 선등을 할 상호는 원주의 양표후배에게 100m폭 등반에 대한 몇가지 조언을 듣고 등반을 시작했다.
100m 폭 중간에는 용욱이와 함께 병상 형이 등반하며 벌써 중간까지 올랐고, 우리는 우측으로 등반을 했다. 양표가 말하기를 2인1조 등반시 2시간~2시간30분 정도가 걸린다고 했으니 4시30분 정도가 돼야 종료다. 팀산행 이기에 너무 늦으면 다른 사람에게 폐끼치지 않기 위해서 될 수 있으면 등반시간을 단축하기를 원했다.
첫 피치 등반은 각이 완만하기에 상호가 수월하게 등반을 한다. 중간 중간에 나무에 확보를 하며 세 번 확보를 한 후에는 오른쪽으로 너무 많이 트래버스 하는 것 같았으나 무사히 첫 피치를 완료했다. 다음은 내가 시작이다. 시작부분에서 별 어려움이 없이 올라갔고 마지막 구간에서 옆으로 트래버스 해서 가는데 조금 조심할 정도였다.
확보를 하고는 장비를 건네주고 또 올라갈 곳을 보니 위로는 각이 똑바로 서있다.
우~씨 힘들겠는걸. 상호에게 스크루를 많이 사용하라고 말하고 빌레이 보는데 조심한다.
세네번 동작을 취한 후 첫 스크루를 설치하고 턱을 넘어서고 두 번째 스크루를 설치하니 이제는 선 등자가 보이지 않는다.
혼자 멍하니 서서 빠져 나가는 줄만을 바라보면서 선등자의 등반을 가늠하고 줄을 줬다 회수하기를 반복한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고, 시간이 흐를수록 따분하기도 하고 선등자가 잘하겠지 하면서도 걱정이 된다.
강폭을 건너 도로에는 간간히 차들이 지나가고는 있으나 참 여유로운 풍경이다. 저 멀리 보이는 풍경 또한 멋지다. 그리고 30m 폭 앞에는 아직도 많은 등반 자들이 열심히 등반하고 있다. 장작불 옆에도 서로 모여 이야기하며 맛난 것을 먹고 있는 것 같고, 중간에 성근형님이 잠시 아래에 다녀간다. 이런 저런 모습을 보고 있는 가운데 옆 루트에서 병상 형이 출발하고 조금 있다가 상호가 완료를 외친다. 아직 100m 로프가 많이 남았는데 등반 길이가 아래 부분보다는 짧은 것 같다.
이제는 내가 가야하는데, 오전부터 몸에 힘이 들어가 있고 벽은 바짝 서있고 걱정이다.
세네번 동작으로 자세를 잡고 첫 스크루 회수한다. 올라가면서 얼음을 찍어보니 빙질 상태가 아래와는 다르다. 바일을 찍고 올라가려 하면 느낌이 불안한 것 같고 잘 박힌 바일은 다음 동작을 위해 빼려하면 잘 빠지지 않고 왠지 손에 힘만 많이 들어간다. 아니나 다를까 오른 손은 괜찮은데, 등반하는 중간에 불편하던 왼손 팔꿈치부터 신호가 온다. 간간히 팔을 풀어주며 등반을 했다.
두세번 어려운 구간을 접하고 나니 등반하며 잠시 마음을 정리 해본다.
선등자도 추락 없이 매끈하게 등반했는데…….
올 겨울 토왕을 선등하며 등반하려 했지 않은가…….
추락한다거나 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아래에서 팀원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시간도 단축해야지.
이런 저런 생각들이 해보자는 배짱이 생기면서 마음이 편해져 왔다. 그러면서 몸도 역시 자연스러워져 갔다. 등반은 기술도 필요하지만 자기 자신과의 싸움도 필요하다.
옆에서 병상형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데 말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아직 등반이 끝나지 않았나 보다. 우리 보다 적어도 한 시간 정도는 먼저 시작했을 터인데 힘들겠다.(말할 힘 있으면 빨리 올라가 편히 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조금 더 오르니 선등자의 확보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등반을 마치고 완료하니 상호가 더 올라 가란다. 확보 위치가 불편하기에 올라가서 확보를 하란다. 얼음이 없는 5m정도 구간을 올라서니 능선이다. 확보도 필요 없었다. 위에서 다시 줄을 올리고 짧지만 마지막에 상호가 올라올 수 있도록 확보를 보았다. 상호까지 올라오고 조금 있다가 왼쪽 루트 마지막 등반 자가 올라 왔다.
100m폭 능선은 세 번째다. 두 번은 지난 12월에 호수 작업하기 위해서 호수를 하네스에 묶어 올라 왔고, 이번 겨울 등반하여 올라오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는데, 우연하게 등반하게 되었다. 그래도 내가 조금이나마 작업 했던 곳에서 등반하고 올라오니 느낌이 색다르다.
하강은 등반루트로 하지 않고 산을 걸어 내려간다. 예전에 작업했던 길을 다시 걸어 내려가며 그때 그 땀방울이 이러한 즐거움을 갖기 위한 준비였기에 마음 한편 뿌듯함을 느낀다.
하산을 하여 빙폭을 보니 북적대던 모습이 등반자가 많이 빠져 나갔다. 몇명 남은 등반자 중에서도 규순이와 진숙이가 열심히 등반 중이다. 아이젠을 풀고 앉아 있으니 배가 허전하다. 생각해보니 오늘 고기 두 점에 소주 먹은 밖에 없지 않은가…….아~ 배고파 !
옆에서 상계동 팀의 혜선이가 끓여놓은 칼국수를 먹으며 간단히 요기를 했다.
걸어놓은 로프는 규순이와 진숙이가 한다고 하기에 장비를 정리하고 등반을 마쳤다.
저녁 식사는 구리에서 초계탕과 막국수로 해결하고 즐거운 하루를 끝냈다.
매번 많은 팀원들이 참가하여 등반을 같이하니 즐겁고, 몸이 불편함에도 이틀간 끝까지 자리를 같이 해준 성근형님께도 감사드립니다.
2월 마지막 주에 있을 동문빙벽대회에도 많이 참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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