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야신스, 수경재배
김리영
뿌리의 3분의 2가 물에 잠긴
나는 왜 별을 좋아하게 되었을까요?
지상의 꽃들에게 나비가 찾아든 날은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한번 뿌리 상하면 재생하기 어려운 내 영혼
불쌍해 견딜 수가 없어요.
밝은 쪽으로 꽃봉오리 굽은 내 모습 찾아 헤맨 별똥이
유리컵 밖으로 떨어진 꽃잎과 뒹구는 걸 봅니다.
이보다 더 우아한 장면은 없습니다.
긴 연휴, 물별이끼 잎겨드랑이에 꽃 달려도
별빛과 화합할 앞날을 기다리며 살지 않아요.
물에서 자란 나는 물에서 죽어야하니까,
물 아래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 다리를
오늘 하루 당신 향해 뻗어봅니다.
한낮에도 별이 뜬다면
유리그릇 수면 위에 가만히 얼굴 띄우고 웃겠지요?
밤이면 우주에서 머리 쓰다듬어 준 당신,
날 위해 지키지 못할 약속하지 않은 것은
별다운 별들 중, 당신만이 내 별이기 때문인가요!
내 몸에 배인 별빛 다시 물이 되어
세상의 황야로 흘러갑니다.
김리영
서울 출생. 199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1054년에 폭발한 그』, 『바람은 혼자 가네』, 『푸른 콩 한 줌』.
―『시에티카』 2010년 하반기 제3호
첫댓글 참 이쁜 시네요. 개인적으로 5, 6연이 마음 깊이 와 닿네요.
"내 몸에 배인 별빛",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