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예술극장 제작 안톤 체호프 원작 오종우 번역 이성열 연출의 바냐 아저씨를 보고
공연명 바냐 아저씨
공연단체 명동예술극장
원작 안톤 체호프
번역 오종우
연출 이성열
공연기간 2013년10월26일~11월24일
공연장소 명동예술극장
관람일시 10월30일 오후7시30분
명동예술극장에서 안톤 체호프 원작, 오종우 번역, 이성열 연출의 <바냐 아저씨>를 관람했다.
안톤 체호프 (Anton Pavlovich Chekhov 1860~1904) 러시아 출신의 희곡작가다. 모스크바대학교에서 의학을 전공했고, 1887년 희곡 <이바노프>를 초연했다.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 <벚꽃동산> 등의 장막희곡과 <백조의 노래>, <곰>, <청혼>, <담배의 해로움에 관하여> 그 외 단막희곡을 썼다. 1888년 푸시킨 상 수상했다.
안톤 체호프가 청년 시절을 보낸 1880년대는 황제 알렉산드르 2세가 암살당하는 등 테러 행위가 빈발한 시대다. 왕위를 계승한 알렉산드르 3세는 정치적으로나 사상적으로 강경한 탄압 정책을 펴, 그로인해 가난한 농민들이나 지식인들의 생활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점차 환멸감에 빠진다. 이 때 체호프는 어둡고 절망적인 러시아 사회를 있는 그대로 작품 속에 그려내면서, 사람들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재인식시키고, 삶에 대하여 긍정적인 태도를 갖도록 작품을 이끌어 간다 ,
<바냐 아저씨>에서는 세레브랴꼬프라는 퇴직교수와 옐레라는 교수의 젊은 부인, 소냐라는 교수 전부인의 딸, 마리야라는 교수 전부인의 어머니, 바냐라는 전부인의 동생이자 마리야의 아들, 아스뜨로프라는 별명이 숲 요정인 의사, 찔레긴이라는 몰락한 지주, 마리나라는 늙은 유모와 젊은 일꾼이 등장인물이다.
주인공 <바냐 아저씨>는 죽은 누이동생의 남편인 세레브랴꼬프 교수의 생활을 돕기 위해, 누이동생의 딸 소냐와 함께 매부의 시골 토지에서 자기를 희생하다시피 하며 일하면서 살고 있다. 그런데 퇴직한 매부가 젊고 아름다운 후처 엘레나를 데리고 오랜만에 시골 영지로 돌아온다. 퇴직교수라고는 하지만 매부는 병 투성이 인데다가 속물근성을 갖고 있음을 알고는 바냐는 실망과 허탈감에 빠진다. 게다가 바냐의 고뇌는 엘레나에 대한 사모의 정이 싹트면서부터 한층 심각해진다. 바냐의 친구인 아스뜨로프는 바쁜 진료생활 가운데서도 숲 가꾸기에 정열을 기울이는 숲 요정이라는 별명을 가졌는데, 남몰래 그를 사모하고 있는 순박한 처녀 소냐는 외면하면서, 교수부인 엘레나의 미모와 매력에 정신이 팔린다. 아스뜨로프와 엘레나는 은연중에 서로 가까이 다가간다. 이런 와중에, 세레브랴꼬프는 영지를 팔고 도회로 나가겠다고 선언한다. 희생과 헌신으로 보낸 반평생의 대가로, 결국 이 땅에서 쫓겨나게 된 바냐는 절망한 나머지 세레브랴꼬프를 권총으로 쏜다. 총알은 빗나가고 종당에는 화해가 성립하지만, 세레브랴꼬프 부부는 영지를 떠나간다. 아스뜨로프와 엘레나의 은밀한 사랑도 끝이나고, 아스뜨로프도 떠나간다. 소냐는 <바냐 아저씨>를 위로하고, 둘은 다시 전과 같은 조용한 생활과 하던 일을 계속한다.
무대는 배경 막을 여백처럼 비워놓고, 배경 가까이 잎이 무성한 나무 한그루를 세워놓았다. 연극의 후반부에 이 나무는 잎이 모두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보이게 된다. 하수 쪽은 중간 막 네 개가 가리개처럼 드리워진 채로 있고, 상수 쪽에 고풍스런 아치형 문이 있어, 방이 26개라는 성 같은 대저택의 문으로 손색이 없다. 건반악기나, 탁자와 식탁, 그리고 의자 등 가구 하나하나가 고풍스러워 극의 시대적 배경과 어울리고, 찔레긴이 연주하는 기타와 연주음악, 그리고 노래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절묘할 정도로 어울린다. 특기할 것은 금년 88세로 미수를 맞은 백성희 선생이 노모 마리야로 출연해 젊은 연기자 못지않은 발성과 연기로 관람객을 경탄의 눈으로 바라보도록 한 사실이다.
백성희 선생이 마리야로 출연해 50대 후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모습과 무대를 채우는 출중한 기량으로 관객의 존경을 받는다. 한명구가 세례브라꼬프 퇴직교수로, 이상직이 바냐 아저씨로, 박윤희가 의사 아스뜨로프로 출연해, 3인 모두 성격창출과 연기력에서 출중함을 드러낸다. 정재은이 엘레나로 출연해 남성관객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고, 이지하가 소냐로 출연해 일생일대의 명연기를 펼쳐 갈채를 받는다. 황정민이 유모 마리나로 출연해 무대를 가득 채우는 포용력을 발휘하고, 이정수가 찔레긴으로 출연해 기타 연주와 노래로 재능을 발휘하며, 듬직한 체구에 깜짝 놀랄만한 애교로 관객을 폭소로 이끌어 간다. 유시호가 젊은 일꾼으로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최원정이 마리야로 더블 캐스팅 되었다.
제작총괄 정명주, 제작PD 김옥경, 마케팅 정용성 박보영 김태은, 언론홍보 정현주, 무대디자인 임일진, 조명디자인 김창기, 의상디자인 김지연, 소품디자인 이희순, 분장디자인 이동민, 음악감독 장영규, 음향디자인 음창인, 조연출 하동기 최원정, 기술감독 김무석, 조명감독 깅용주, 무대감독 김승철 신승호 그 외 스텝 모두의 기량이 잘 드러나, 명동예술극장(극장장 구자흥) 제작 안톤 체호프 원작, 오종우 번역, 동이향 윤색, 김옥란 드라마투르크, 이성열 연출의 <바냐 아저씨>를 만추에 어울리는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10월30일 박정기(朴精機)